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여우주연상의 향방이다.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세 여자의 영화들.
<더 와이프>
한평생 유령 작가로 살아온 여성의 이야기다. 여자의 글이 읽히지 않던 시대, 조안은 남편의 이름으로 글을 썼다.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온 삶의 아픔까지 담아낸 글은 급기야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다. 이제, 조안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글렌 클로스의 영민한 눈빛은 때때로 체념한 듯, 때로는 날카롭게 빛나고, 그윽하게 웃어 보이는 순간엔 어떤 품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18세기 영국, 절대 권력을 가진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두 여성의 피 튀기는 치정극.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기묘한 블랙 코미디가 제대로 된 소재를 만났다. 세 여자의 생기 넘치는 캐릭터와 팽팽한 앙상블 모두 흥미롭지만, 가장 눈 여겨볼 것은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한 변덕스럽고 심술 맞은 여왕 캐릭터다. 단순한 패왕이 아닌, 낮은 자존감을 가진 권력자의 면모를 지독할 정도로 절묘하게 묘사한다.
<캔 유 에버 포기브 미?>
유명 인사들의 편지를 위조해온 실존 인물, 리 이스라엘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리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문장력을 발휘해 가짜 편지들을 만들어낸다. 좋은 때도 잠시, 그녀의 사기행각은 곧 꼬리를 밟히기 시작한다. 비릿한 냉소가 있는 어두운 코미디로, 주목받는 젊은 신인 감독 마리엘 헬러가 연출했다. 멜리사 매카시는 괴팍한 작가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정극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