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EP <Flip>을 잇는 첫 앨범 <Fl1p> 발매를 앞둔 식케이를 만났다. 어떤 궤도에 올라선 아티스트가 새앨범에 대해 말하면서 이렇게 들뜰 수가 있나, 아니 그게 밤낮없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는 식케이인가 했다.
첫 앨범 발매 소식 봤어요. 다시 인스타그램 시작했죠? 네, 평소에는 못 하지만, 앨범 홍보는 해야 하니까. 하하. 사실 광고도 많이 들어오는데 제가 다 거절해요. 일단 제가 즐기는 제품들이 아니고, 그런데 시간 뺏기는 게 싫거든요.
앨범 발매 이후는 좀 할 거예요? 네, 제가 기를 모아놨어요. 필살기 하나가 아니라 쭉쭉 나올 거예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 첫 앨범이 2018년에 나온다고 말했던 거 기억해요? 네, 작업하다 보니 계속 바뀌었고, 처음이니까 좀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살짝 늦어졌죠. 솔직히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면도 있고요.
이제는 준비됐다고 생각하는 거겠네요? 인스타그램에서 보니 커버 이미지 반응이 좋던데요. 2년 전 낸 데뷔 EP 제목이 <Flip>이었어요. 지금도 식케이 하면 그때의 이미지가 있는데, 첫 앨범을 그때보다 더 업그레이드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1을 덧붙여 <Fl1p>이라고 했어요. 플립은 뒤집는 거니까, 비주얼 아티스트 형이랑 이야기해서 거울을 테마로 뒤집힌 이미지를 만들었죠.
근데 거울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예요. 뒤집힌 정도가 아니라 여러 개로 왜곡돼 있죠. 네. 맞아요. 근데 거울 속 얼굴은 뒤집혀 있지만, 제 자신은 그대로잖아요? 또 실제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거울에서는 보여요. 비춰진 것을 통해서 누군가가 저를 보긴 하지만, 그게 직접 본 건 아니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겪어온 인간관계, 제3자의 시선 이런 맥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돌이켜보건대 <Flip> 이후 스스로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건 없나요? 저는 똑같아요. 규모만 달라졌어요.
식케이가 보는 세상은요? 점점 더 현실적으로 보는 것 같긴 해요. 사실 이 일과 병행할 수 있는 다른 일이나 나중에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고 있어요. 저는 연예인이나 가수라는 타이틀보다는 차라리 아이콘이고 싶어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이번 앨범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요.
작년에 만났을 때 이런 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너무 작업에만 몰두해왔다, 이제는 주변을 좀 더 챙길 거다. 근데 그때 이후로도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솔직히 저는 제 시간을 저한테 투자할 때가 제일 좋아요. 하지만 주변을 좀 챙겨보려고 제 시간을 빼서 도와줬다가 작년에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신경을 안 써야겠다, 이젠 내가 구미가 당기면 하고 아니면 안 해야지, 이렇게 됐어요.
작년 하반기에 쭈욱 어두운 곡들이 나왔던 배경인가 싶네요. 작년에 있었던 가장 큰 사건이 뭐예요? 뭐가 있었을까…. 가족 문제도 있었고, 친구가 수술을 하기도 했고, 작년 12월에 너무 추워서 힘들었고…. 맨날 일만 하니까 사실 큰 사건이 일어날 게 없어요. 아, 그러고 보니 불면증이 있었네요. 일주일 동안 여섯 시간 자고 그랬어요. 수면제에 의존하는 게 싫어서, 상담만 받고 약은 안 먹었거든요. 그게 제일 컸네요.
불면증의 계기가 있어요? 누가 나가자고 해도 안 나가고, 집에서 작업하다가 졸리면 아무 때나 자고 그러니까 점점 심해졌어요. 일단 혼자 멜라토닌도 먹고 운동도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생활이 너무 힘들었죠. 일단 목이 안 나와요.
이럴 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좋을 텐데. 긴장 푸는 호흡법을 배워서 시도했다가 아예 숨을 못 쉰 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 더 무서워졌고, 더 못 자요. 근데 불면증 빼고 다른 건 똑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작년 하반기에는 제 노래처럼 확실히 감정이 앞서 있었지만 이제는 극복했어요.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절대 우울하지 않아요. 미쳤어요. 때려부순달까?
파괴적인 무드라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네, 속시원한 거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게 밴드로 앨범 내는 거라고 했잖아요.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봤을 때 그 밴드가 소울이나 재즈 밴드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Fire’를 듣고 그게 아니구나 했어요. 하하, 맞아요. 이번 앨범이 밴드 사운드 기반이긴 해요. 아예 노래를 밴드 사운드로 접근했어요. 진짜 록 음악도 있고요.
그럼 이 앨범의 키워드를 하나 말한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음, 열반? 해탈?
너바나요? 밴드 이름인가요? 사전적 의미인가요? 사운드도 그렇고 의미도 그래요. 몸만 여기 두고 영혼이 빠져나가는 거죠.
음, 짐작하기 어려운데, 하여튼 세겠네요. 네, 그리고 진짜 좋아요. 힙합 팬들도 다 좋아할 거예요.
지금까지 낸 EP와 싱글 중 비슷한 무드의 곡을 꼽을 수 있나요? 혹은 어느 쪽도 아닌가요? 지금까지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거고요. 최근 들어서 느낀 건데, 어릴 때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결국 가장 가슴이 뜨거웠던 때를 못 벗어나는 게 있죠. 맞아요. 근데 저는 아직 고등학교 때는 아니에요.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갔어요. 좀 있으면 고등학교 때로 갈 것 같아요.
근데 앨범 내고 얼마 안 있다가 유럽 투어 간다면서요?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유럽에 가요. 4월 5일부터 한 달 동안 미국, 호주 투어도 가고요. 유럽 투어는 8개 중 6개 도시 표가 오픈됐는데 4개가 솔드아웃 됐죠. 그렇게 하고 한국에 와서 바로 공연하려고요. 진짜 제대로 된 콘서트요.
놀랍네요. 네, 저 글로벌 스타였어요. 하하. 케이팝 덕분인 것 같아요. 잘해보려고 세트를 엄청 공들여서 준비하고 있어요. 유럽 투어가 잘되는 거 보고 미국 투어는 더 과감하게 진행하는 중이고요. 제 한계를 시험하는 듯하달까. 약간 ‘쫄리지만’ 재밌어요. 하하.
첫 앨범이니까 얼마나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겠어요. 비장의 무기 같은 거 없나요? 그냥 노래밖에 없어요. 하던 대로 할 거예요.
음악을 못 들어봐서 새 앨범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게 트랙 리스트 보고 짐작하는 것밖에 없는데, 노래 제목 중에 ‘카이옌’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무슨 노래죠? 1년 전에 주문하고 기다린 포르쉐 카이엔을 드디어 받아요. 하하. 얼마 안 있으면 제 생일이어서 생일 선물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1년을 기다린 차에 바치는 노래인가요? 아뇨, 차 얘기가 아니라 그냥 저에 대한 얘기예요. 그게 타이틀곡이에요. 진짜 빨리 들려주고 싶어요. 근데 아직 믹스 중이에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발매가 26일인데 아직도(2월 11일) 하고 있다고요? 네. 뭐 트래비스 스캇은 마감 두 시간 전에 드레이크 피처링 했다던데요. 하하.
제목만 봐서는 ‘Mi Casa Es Tu Casa’도 궁금해요. 섹슈얼한 뜻이잖아요. 네, ‘우리 집이 네 집이다.’ 그 노래는 빠른 댄스홀이에요. 아무도 예상치 못한 피처링이 있을 거예요. 이 곡은 외국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 진짜로.
‘피지컬’도 나오는 거죠? 네. CD로 나오고요, 포토북이랑 IAB 스튜디오와 함께한 머천다이즈도 나와요. 포토북 같은 경우는 앨범 비주얼 작업하다가 나온 좋은 컷이 너무 많아서 따로 내게 됐어요.
2019년 상반기는 앨범과 투어만 하면 거의 끝나겠네요. 드물게 식케이의 싱글과 EP가 안 나오는 해가 되겠어요. 또 모르죠. 많이 나올 수도 있어요. 하하. 진짜 향후 5년은 보장되는 컬래버레이션 곡이 하나 있는데, 이게 진짜 끝내줘요.
엄청난 자신감이네요. 들을 때마다 신나는 제 노래는 처음이에요. 물릴 때가 됐는데 안 물려요.
식케이는 좋게 말하면 소화를 잘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해도 티가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걸 시도했는데, 각각의 싱글이 엄청 달랐나? 하면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무슨 노래를 해도 식케이 같달까. 그게 팝스타의 자질 같아요. 랩을 해도, 록을 해도 대중들이 제 노래로 듣는 거죠. 대중과 음악으로, 공연장에서 팔 뻗어서 손잡는 그런 교감이 아니라 계속해서 충격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음악만이 아니라 비주얼로도.
어떤 단계에 올라선 것처럼 이야기한 게 작년이에요. 원하는 잡지와 촬영을 하고, 원하는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요. 첫 앨범 이후 그리는 새로운 그림이 있어요? 막연히 유명하니까 저를 따르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멋있는 사람이고 아이콘이기 때문에 저를 믿고 따르는 그림이죠. 이를테면 나중에 <GQ>랑 다시 할 때도 저는 이 옷 입고 싶습니다, 이런 그림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제안할 수 있기를 바라요. 이미 주어진 환경에서 만드는 건 많이 해봤거든요. 더 이상 재미가 없어요.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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