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의 모든 것 | 지큐 코리아 (GQ Korea)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의 모든 것

2019-03-18T17:55:37+00:00 |car|

왜건과 SUV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선 크로스컨트리가 크로스오버의 시대 2막을 연다.

VOLVO V60 CROSSCOUNTRY T5

크기 L4784 × W1850 × H1499mm
휠베이스 2874mm
공차중량 1862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배기량 1969cc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 (앞/뒤) (앞)더블 위시본, (뒤)인테그랄 액슬
구동방식 AWD 0→100km/h ― 6.8초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
가격 5천2백80만원부터

1990년대 후반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온 시기다. 지금은 아주 흔한 장르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별종 취급을 받은 SUV를 비롯해 실험적인 디자인과 개념이 활발하게 도입되었다. 지상고를 훌쩍 높인 ‘변종 왜건’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적재 능력이 뛰어난 왜건의 실용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험한 지형도 가볍게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차 한 대에 담고자 했다.

역시 크로스오버에 속하지만 도심형 SUV처럼 급진적인 디자인은 아니었다. 기존 왜건에서 키만 높인 형태여서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아우디는 ‘올로드콰트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터레인’, 폭스바겐은 ‘올트랙’이라고 장르 이름을 지었다. 모두 ‘어떤 길도 거뜬하게 달리는 차’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험한 지형이 많은 북유럽에서도 유용한 개념이다. 볼보가 붙인 이름은 ‘크로스컨트리’였다.

왜건의 수요가 많은 유럽에선 크로스컨트리 역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여태까지 국내에선 큰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전통적인 세단의 영역이 매우 확고하고, 최근 몇 년 사이 도심형 SUV가 전성기를 맞으면서 크로스컨트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점점 줄었다. 한때 오프로드용 왜건이라며 국내로 수입했던 브랜드들도 이제 SUV에 집중하는 추세다. 그런데 2017년, 전 모델을 빠른 속도로 교체하던 볼보에서 왜건 V90으로 만든 신형 크로스컨트리를 다시 출시했다. 예상 밖의 집념이었다. 국내에선 이미 끝난 장르라고 생각했으니까. ‘왜건 지옥’인 국내에 V90은 차마 들여오지 않았지만, 크로스컨트리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2017년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1천 대 가까이 팔렸다. 아웃도어의 인기에 편승했다고 보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볼보의 차세대 디자인과 성능이 높게 평가되면서 크로스컨트리라는 장르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다소 투박한 기존 크로스컨트리와는 달리 좋은 평가를 받은 새 패밀리 룩을 잔뜩 흡수한 게 효과가 있었다.

이번에 출시한 모델은 V60을 기반으로 만든 V60 크로스컨트리다. 길이는 V90 크로스컨트리보다 15.6센티미터 짧은 중형급이다. 하지만 트렁크 용량은 529리터고, 2열 시트를 접으면 1441리터까지 늘어나 여전히 여유롭다. 동급의 SUV인 XC60의 경우 각각 505리터, 1432리터인 것을 감안하면 ‘짐 차’라는 왜건의 본분을 여전히 간직한 셈이다. 적재 능력 외에 크로스컨트리의 커다란 장점은 SUV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 듯한 주행감이다. 전고가 높은 만큼 확 트인 전방 시야는 SUV와 비슷하지만, 주행 상황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은 세단에 더 가깝다. 땅에서 차체까지의 높이가 높더라도, 무게 중심이 SUV보다 훨씬 낮은 덕분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V60 크로스컨트리는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실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낸다. 엔진에서 만들어낸 힘으로 프로펠러 샤프트를 통해 뒷바퀴까지 굴리는 사륜구동이다. 순간적인 가속력과 ‘뒷심’이 그리울 만큼 힘이 부족한 상황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다만 가속페달을 급히 밟으면 엔진이 굼뜨게 반응하는 터보랙이 약간 발생한다. 기준을 스포츠카에 맞춘다면 아쉬웠을 테지만 목적을 스포츠 드라이빙에 둔 차도 아니고, 크게 거슬리는 수준도 아니다.

서스펜션은 S90을 비롯한 볼보의 세단보다 조금 부드럽게 설정했다. 빠르게 코너를 돌 때도 운전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단단하게 조이는 대신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지향한 듯하다. V60 크로스컨트리의 후륜에는 특이하게도 ‘인테그랄 액슬’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처음에는 화물차에나 쓰는 방식이라며 논란이 있었지만, 정작 볼보의 뒷좌석 승차감에 대한 불만은 듣기 어렵다. 개발 당시부터 치밀하게 설계한 서스펜션이고 모델별 특성에 맞게 조율하는 실력은 이미 농익었다.

주행보조장치도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을 손에서 놓아도 실시간으로 차선을 감지해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린다. 좌우로 계속 갈팡질팡하는 차도 많은데, V60 크로스컨트리는 진로가 많이 틀어졌을 때도 두 번 안에 차로 중앙에 되돌려놓는다. 시속 130킬로미터까지 무리 없이 작동한다. 차체 균형이 무너져 전복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면 안전벨트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몸을 조이기도 한다. 사람을 시트에 꽁꽁 묶어 충격을 최소화하는 안전 기능이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혼자 타기 아쉬운 차다. 역동적인 운전보다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는 뒷좌석 무릎 공간과 안락한 시트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예전부터 오디오 시스템에 많은 공을 들였던 볼보답게 튜닝이 필요 없을 정도의 음질을 낸다. 처음엔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도전 정신에 의의가 있었지만, 이제 섬세한 만듦새와 첨단 전자장비로 이루어낸 완성도에 의의를 둘 만하다. 변종보단 개량종이라는 표현이 적합해졌다.

VOLVO V60 CROSSCOUNTRY

VOLVO V60

60밀리미터의 차이
V60 크로스컨트리는 왜건인 V60의 파생 모델이다. ‘짐차’의 성격이 강한 왜건이 SUV의 특징을 흡수해 생긴 장르라고 할 수 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바퀴에 튄 돌이 차에 흠집을 내는 걸 막기 위해 휠 아치와 차체 측면, 범퍼 하단에 검은 플라스틱을 둘렀다. 오프로드 주행에 대비한 SUV에서 빠지지 않는 디자인 요소다. SUV의 영역을 파고든 다른 흔적은 높이다. V60 크로스컨트리의 최저지상고는 V60보다 60밀리미터 높인 210밀리미터다. 수치상으론 적지만, 60밀리미터의 지상고 차이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높이 차이는 자동차의 성향은 물론 전체적인 인상까지 좌우한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땅에서 껑충 솟은 동시에 앞뒤로 길쭉하게 뻗은 체형이다. 심심해 보이는 왜건보다 다부져 보이고, 투실투실한 SUV보다 날렵해 보인다. 지금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왜건과 SUV의 근사한 교배종은 볼보 V60과 V90 크로스컨트리뿐이다.

트럭용 서스펜션?
XC90과 XC60, V60 크로스컨트리 등 요즘 볼보차의 특징 중 하나는 후륜 서스펜션이다. 볼보에서는 ‘인테그랄 액슬’이라고 부르지만 충격을 흡수하는 원리에 따라 분류하면 리프 스프링에 속한다. 리프 스프링은 여러 겹으로 묶은 철판이 자체 탄성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한다. 마차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고 자동차에 등장한 지도 1백 년이 훌쩍 넘었다. 여러 서스펜션이 개발된 현재에 와선 승차감이 투박하고, 원가를 낮추려는 구조라는 인식이 많다. 현재 리프 스프링을 사용하는 차는 트럭 등 화물차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볼보의 인테그랄 액슬은 기존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과 원리만 비슷할 뿐 다른 유사성을 찾기 어렵다. 구조적인 장점과 신소재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서스펜션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무거운 금속판 대신 가벼운 첨단 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한결 덜어냈다. 코일 스프링을 넣을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트렁크도 더욱 넓게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인테그랄 액슬을 장착한 볼보는 뒷좌석 승차감에 불만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충격을 걸러내고, 서스펜션을 바꾸기 전보다 트렁크도 훨씬 넓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