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힙한 브랜드 'OSND'와 '페니로얄' | 지큐 코리아 (GQ Korea)

철학이 있는 힙한 브랜드 ‘OSND’와 ‘페니로얄’

2019-03-25T16:46:18+09:00 |interview|

진경모의 패션브랜드 ‘Over Short And Damaged’와 ‘Pennyroyal’에는 좋은 옷과 좋은 태도가 함께 있다.

진경모는 ‘Over Short And Damaged(이하 OSND)’의 워시드 스웨트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일자가 아닌 곡선으로 붙은 소매가 독특한 옷이다. 그는 소매가 왜 이런지 누가 물으면 그 배경을 그럴듯하게 설명해줘야 하는 게 ‘지금’ 같다고 말했다. “옛날에 어떤 영화에서 보고 메모해놓은 거예요. 어떤 영화였는지는 생각나지 않고요.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어서 공임도 더 주고 시간도 더 들여서 만들었죠.” 그는 영화 제목을 말하는 것보다는 옷을 충실히 만들어내는 게 그의 ‘책임’이라고 보는 듯했다. 진경모는 ‘OSND’와 ‘Pennyroyal’ 두 개 패션 브랜드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는, 제조업자와 상당히 겹쳐 보이는 디자이너다.

공장에 맡겨서 옷을 만든다기보다 공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옷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하고 보여줘도 누군가가 제 생각을 완벽하게 읽을 순 없잖아요.” 매번 특이한 걸 요구하고, 세부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따지는 데다 집에 가지 않는 발주자라…. “공장에서 절 안 좋아해요.” 하지만 싫어할 것 같지도 않다. 그는 제조업자가 손해를 감수하는 환경에서 가능한 SPA 브랜드의 옷 가격과 제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손에서 나오는 형편없는 옷에 대해 말했다. 진경모는 직접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탄생하는 새로운 ‘디테일’을 통해 자신만의 옷을 정립해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것은 궤변으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 저자의 기술과는 분명히 구분해서 말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철저하게 ‘입는 옷’을 생각했다. “옷을 입을 때 중요한 요소가 곧 옷을 만들 때 중요한 요소예요. 사진으로 찍어서 예쁜 옷과 입었을 때 예쁜 옷이 있는데, 저는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니어서요.” 그는 몇 번이든 샘플을 제작하고, 실제로 자신이 입고 빨고 말리면서 실험한다. 또한 옷은 단지 그 옷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봤다. “저는 한 번도 기존의 옷을 샘플로 들고 가서 이 옷처럼 만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예컨대 바지를 만든다면, 이 바지는 비 오는 날, 셔츠는 뭘 입고, 신발은 뭘 신고 입으면 예쁘겠다, 상상하면서 디자인해요. 다만 그때 입을 셔츠와 신발까지 제가 제작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웬만하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아이템을 바탕으로 하는 거죠.” 진경모는 유행 대신 태도로서 소비자의 편에 섰다.

한국의 입지전적인 클래식 멘즈웨어 편집 숍 샌프란시스코 마켓에서 MD로 일했다. 항상 양질의 아이템만 골라 잘 갖춰 입었다. 현대적인 옷에 대한 갈증이 없지는 않았지만, 선뜻 길도 보이지 않았다. 계기는 장기 휴가를 얻어 뉴욕에 머무는 동안 생겼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자신과 거래해온 클래식 멘즈웨어 브랜드 담당자들이 평소에는 아주 간단하고 편안한 옷만 입고 다닌다는 사실이었다. 진경모는 자신을 돌아봤다. “나는 클래식 멘즈웨어를 할 거야, 편집 숍에서 일할 거야, 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먼저 자신의 생활과 좀 더 가까운 옷, 도심이 아닌 동네의 옷 가게를 염두에 두고 방배동의 ‘Pack Rat’, 성북동의 ‘Plot’ 같은 편집 숍을 이어갔다. 지금의 ‘Pennyroyal’도 애초엔 편집 숍이었으나, 더 이상 매장 영업은 하지 않는다.

옷을 파는 것보다 옷을 만드는 게 훨씬 좋았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는 한 브랜드 안에서도 옷마다 다른 종류의 택을 붙인다거나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옷을 추가 생산할 때도 택 디자인을 바꿨다. 혼자 일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혼자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혼자 일해야만 아주 작은 부분까지 뜻대로 제어할 수 있었고, 혼자 일해야만 디자이너로서의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SPA 브랜드의 옷값이 합리적인 옷값의 기준이 된 시대다. 해외 브랜드가 옷을 훨씬 잘 만들고, ‘직구’가 똑똑한 소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근본적으로 옷의 값어치를 단순히 재료/ 제조비로 환산하는 인식도 있다. 투자를 받아서 규모를 키운다거나 홍보, 마케팅, 유통의 비중을 높여서 판을 벌리지 않는 이상 디자인 비용은 어디서도 챙기기 어렵다. 그는 혼자이기를 받아들인 것이기도 하지만 대책 없이 다수가 되는 것을 거절한 것이기도 하다.

진경모는 시대를 막론한 격언,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말을 매우 심각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다르다? 여가의 대부분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내면서 다르다? 다른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한다고 믿었다. ‘Pennyroyal’의 몇몇 옷에 붙은 태그는 ‘Don’t Talk Too Much’고, 얼마 전엔 앞면에 ‘Don’t Drink’라고 쓰여있고 뒷면에는 온갖 프랜차이즈 커피숍 이름이 나열된 티셔츠를 만들었다.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는데, 그것은 물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었지만, 자신이 하지 않을 일의 경계, 그것에 대한 책임처럼 들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