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빈센트가 꿈꾸는 세계 | 지큐 코리아 (GQ Korea)

세인트 빈센트가 꿈꾸는 세계

2019-04-11T09:22:37+00:00 |interview|

변화무쌍한 음악과 대담한 퍼포먼스, 세인트 빈센트가 보여줄 또 다른 세계.

재킷과 팬츠, 모두 디올 맨. 슈즈, 크리스티안 루부탱. 반지, 까르띠에.

블레이저, 폴스미스.

드레스, 발망.

어느 추운 밤, 브루클린. 생 로랑의 스모킹 재킷을 입은 세인트 빈센트는 박수치며 고함을 지르는 청중 앞에 나타나, 그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잠시 침묵. “그러니 뭔가 하자구요.”

세인트 빈센트는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의 커버로 시작했다. 예술가인 척하는 짝사랑 노래처럼 부르는 통에,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르며 누구를 생각할지 정말로 궁금해졌다. 그 모습은 세인트 빈센트의 교묘한 버전이었다. 최소 80퍼센트 비율의 다리, 매끈한 검은 머리와 창백하고도 창백한 피부. 그녀는 노래하고, 데킬라가 담긴 텀블러를 홀짝이며(“오, 맙소사, 세네요”), 조금 비틀거리고 덤벼들기도 하면서, 마이크의 코드를 더러운 양말처럼 내팽개치고, 그리고 침을 뱉었다. 90퍼센트는 주디 갈런드, 10퍼센트는 지지 알린이다.

갈런드와 알린의 조합은 누구나 단번에 이해하는 종류의 매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수많은 사람이 세인트 빈센트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브루클린 공연에는 짧은 머리에 파스텔 컬러의 모피를 걸친 젊은 여성들과 다양한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최소 아흔 살로 보이는 여성과 뒤에 누가 앉더라도 곤란할 높은 모자를 쓴 유대교 원리주의 신자도 있었다. 가족이 다 함께 오기도 했고 심지어 독신남 사교클럽의 회원도 왔다. 세인트 빈센트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

세인트 빈센트의 본명인 애니 클라크의 경력을 나열한다면,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하키 채 성장’이라 부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즉, 북동쪽으로 꾸준하게 이동하다가 변곡점에 도달하면 위로 솟구치는 선을 말한다. 하키 채 성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하키 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키 채의 토 부분은 클라크의 데뷔 솔로 앨범인 <메리 미>로 시작한다. 10년 전에 나온 그 앨범은 세인트 빈센트의 핵심적인 특징이 될 몇 가지 요소를 확립했다. 수많은 악기를 연주하는 능력(이 앨범에서 덜시머부터 비브라폰까지 모든 악기에 이름을 올렸다), 식자층으로서의 면모(셰익스피어를 인용하는), 얼빠진 구석(일종의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음악적 레퍼런스의 방대한 라이브러리(케이트 부시, 스티브 라이히, 음…, 디앤절로!). 하키 채의 블레이드 부분은 뒤이은 네 장의 앨범으로, 그중 하나는 데이비드 번과의 협업이며, 네 장 모두 인디팝과 기타 천재라는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그녀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하키 채의 스틱 부분은 음악이 아닌 다른 경로를 택했다.

2016년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맨션에서 클라크와 전 여자친구인 카라 델레바인이 서로 애무하는 모습이 촬영되었고, 몇 달 뒤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그녀는 데일리메일에-오른-파파라치-사진의 셀러브리티 영역에 진입했다. 드디어 하키 채의 맨 윗부분으로 잭 안토노프와 공동 제작한 2017년 앨범 <매스덕션>을 통해 세인트 빈센트는 자신이 실험적이고 묘하게 매혹적일 뿐만 아니라 치명적으로 근사한 노래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매스덕션>은 클라크가 시아나 니키 미나즈와 같은 팝스타가 될 수 있었다는 사례를 만들었다. 이들은 주류에서의 성공을 위해 괴팍한 성격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켰을 것이다. 아티스트인 브루스 나우먼은 자신이 “어둠 속에서 계단을 올라가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계단을 만나는 것 같은” 작업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생각은 <매스덕션>에 적용된다. 클라크는 팝송의 친숙한 형태 속에 놀라움을 주는 함정, 예상치 못한 덧셈과 뺄셈을 보여준다. 이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0위에 올랐다. 데이비드 보위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작년 가을, 그녀는 <매스에듀케이션>을 발매했고, 이 앨범은 <매스덕션>에 실린 12곡의 트랙을 어쿠스틱 피아노 곡으로 바꾸었다. 2018년 을 투어로 보낸 뒤 사실상 휴가 중이지만, 클라크는 협업자이며 작곡가, 그리고 피아니스트인 토머스 바틀랫과 이곳저곳의 작은 무대에서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노래들을 공연했다. 매스덕션 투어는 라텍스, 네온, 안무된 섹스-로봇의 댄스, 그리고 LED 스크린으로 가득한 반면, 최근 공연은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브루클린 공연의 무대는 텅 비었고 피아노 한 대와 탁자 하나뿐이었다. 푸른빛과 약간의 연무, 그게 전부였다. 마치 90년대 잡지에 실린 고급 주류 광고처럼 보였다. 즉, 아트 디렉팅이 되긴 했지만 핀터레스트의 사진들처럼 과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 공연도 편안한 분위기였다. 클라크는 노래를 부르다 가사를 까먹고 멈췄다. “공연하려면 스웨트 팬츠 차림으로 앉아서 바빌론 베를린을 보는 것과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디에 있던지 간에, 난 과거를 완전히 잊어버려요. 마치 ‘이건 지금이야’라는 느낌이죠. 그리고 가끔은 노래 가사를 까먹는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괜찮다면…, 망할. 두 번째 가사가 뭔지 알려주세요.”

클라크가 대중의 주목을 받은 기간은 10년에 불과하지만 이미 많은 변신을 이루었다. 사실, 인간의 다채로운 표현 방식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세인트 빈센트의 팬이 되기 위한 요건 같은 것이다. 세인트 빈센트는 샤넬 패션쇼의 맨 앞줄에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이자, 변기 코스튬을 입고 공연을 한 인물이며, <보그>에 신상명세가 실리고 <기타 월드>의 표지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브루클린 공연 하루 전, 1년 뒤 공연 계획까지 잡힌 바람에 스케줄이 엉망이 된 기분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현재 3주 동안 오프 투어 중이에요. 오프라는 말은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죠.” 그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는 LA로 가서 슬리터 키니와 스튜디오에서 작업했고 자신이 자란 텍사스로 건너가기도 했다. “지난 주말은 최고였어요. 핫 필라테스를 했고, 신형 모듈러 신시사이저 여러 대를 사서 세팅하며 10시간을 씨름했죠. 모든 걸 연결해요.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무언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이해하면 마음이 편해지죠. 그래서 난 기꺼이 실험해요.”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라디오쉑에서 20달러에 팔던 어린이용 실험 키트를 사본 적이 있나요? 전선을 연결하고 전구를 켜던? 그런 것과 비슷해요.”

그녀는 하루 종일 혼자 신시사이저를 연주한다. “멈출 수가 없어요.” 그녀의 말은 ‘일’과 ‘좋아하는 일’이 우연하게도 어느 정도 정확히 겹치는 누군가에게 ‘휴가’라는 개념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준다. “정말로 재미있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일 뿐이죠. 난 내 시간을 꽉 잡고 있어요.” 전시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연주하고, 필요하면 바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항상 통로 쪽에 앉아 혼자 영화를 볼 계획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마도 계속 작업을 할 것이다. 세인트 빈센트에게 취미란 없다. 일과 삶 사이의 상승작용이 개인에게 구현되면, 물리적으로도 인식할 수 있는 특징이 된다. 마치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재능을 실현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 한 개인이 이 이상으로 바라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이 바로 애니 클라크가 빛나는 이유일까? 아니면 너무 창백해서 그런 걸까?

그 외에 클라크가 오프 투어 때 하는 일은 자신이 공연에 몰두할 때 놓쳤던 모든 외부 자극을 흡수하는 것이다. 어느 월요일 오후, 그녀는 화가인 리사 유스케이바게를 첼시에 있는 데이비드 즈비르너 갤러리에서 열린 그녀의 전시회에서 만났다. 유스케이바게는 인물화가 소소한 붐을 이룬 90년대에 그 일원이었고, 렘브란트적 화풍으로 펜트하우스에 나올 법한 센터폴드 모델과 가슴이 큰 여성들을 표현했다. 클라크가 그녀를 만나길 원했던 게 이해가 되었다. 이들 두 여성은 여자의 내면의 삶에 관한 예술을 만들고, 둘 다 기법의 마술사이며, 둘 다 극적이면서도 내향적이다. 유스케이바게와 클라크는 문화적 공간을 전시를 보는데 특화된 속도로 움직였다. 10~15초마다 몇 걸음을 걸으며 잠시 서서 적당한 분량의 미동 없는 찬사를 보낸다는 말이다. 그림은 수많은 젖꼭지, 털이 무성한 음부, 태닝 라인, 거대한 엉덩이, 내민 혀를 묘사했다. “대상을 그려서 소유한다는 생각을 좋아해요.” 유스케이바게의 말이다. “그게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죠. 뭔가를 핥는 개처럼.” 클라크는 사람들이 명상할 때 짓는 표정으로 작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엘핀 부츠, 검은색 바지, 그리고 펑키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프린트가 있는 셔츠를 입었다. ‘펑키’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만 좋게 보이는 형용사다.

한 바퀴 도는 동안, 클라크는 질문을 쏟아낸다. 이건 몇 년도죠? 영화계와 엮이는 걸 생각해봤나요? 모델은 얼마나 오래 서죠? 미장센은 무슨 뜻이죠? 하지만 주로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훌륭한 청취자다. 궁금하다는 듯 머리를 기울이고, 독려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딴짓을 하지 않고, 눈을 잘 마주친다. 그녀는 회화와 음악의 유사함을 발견했다. 유스케이바게가 유연 흰색 페인트의 단종을 슬퍼했을 때, 클라크는 레코딩이 테이프에서 디지털로 전환된 것에 비교했다.

“전에는, 정말로 울리는 소리를 듣고 싶을 때에는” 그녀가 손뼉을 치자 소리가 울렸다. “이런 방에 와서 녹음을 해야 했죠. 아니면 공명실을 만들거나.” 클라크가 말했다. “이젠 디지털 플러그인이 있으니 ‘오, 시스틴 성당의 음향적 공명이 필요한데’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멋져요. 누군가 그걸 샘플링하러 가서 시스틴 성당에 있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알고리즘을 만들었죠.”

최근 그녀는 불완전한 장비에 좀 더 빠져들게 되었다. 음정이 약간 틀리거나 뭔가 망칠 가능성이 있거나, 사람의 개입을 덜 용납하는 그런 장비 말이다. “방 안에 공기가 움직이고 있어요. 흥미롭네요.” 클라크가 말했다. 그들은 계속 움직였고 벽 위의 그림들도 바뀌었다. 대화의 주제는 누군가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사람들이 열광하며 반응할 때 일어나는 일로 넘어갔다. “당신에게 ‘예전에 좋았을 때’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늘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유스케이바게의 말이다. “변화는 바로 우리가 당신을 좋아했던 이유니까요.” “내가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할 수 없어요.” 클락이 말했다. “똑같은 모습으로 너무 오래 머물면 죽어요. 사람들의 상상을 사로잡는 데 실패하니까요.”

물론 두 사람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팬에 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행위자는 청중을 비판할 수 없기에 이는 은연중 공감하는 문제였다. 그것은 재능이 너무 뛰어나 사랑받게 될 정도로 성공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무심해질 정도로 크게 성공할 때만 일어나는 문제인 것이다. 두 사람은 아티스트가 숲 전체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을 때 하나의 특정한 나무에만 집착하는 팬 부류에 관해 이야기 했다. 세인트 빈센트의 경우, 프로그레시브 록의 덤불과 재즈의 뿌리, 그리고 오케스트라적인 산딸기와 애절한 발라드의 토양으로 이루어진 숲이고 그 모두는 거대한 팝의 울창한 가지 아래에서 싹을 틔우고 허물을 벗는다. 또한 둘은 사람들이 자신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놀라움은 아티스트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멋진 것인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