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꿈을 꾸는 여행자’ 전시에서 떠나는 것과 머무는 것을 생각한다.
1837년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가 마구용품 제조사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에르메스는 그간 많은 해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그 역사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맥이 있다. <에르메스, 꿈을 꾸는 여행자 Hermès Heritage-In Motion>전시는 장인과 크리에이터들이 수세대에 걸쳐 단단하게 만든 에르메스의 고유한 정신을 체험하는 기회였다. 큐레이터 브루노 고디숑과 디자이너 로렌스 폰테인의 지휘로 이루어진 5개의 전시실에는 에밀 에르메스의 소장품, 에르메스 아카이브 컬렉션 작품들이 채워졌고, 각 전시실은 면면마다 상징적인 테마, 고유한 색깔, 다양한 오브제로 가득했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여행과 비행, 방랑. 이곳에서 저곳으로 공간을 옮기는 ‘이동’ 수단이 말이든 자동차든 비행기든, 그 여정에서도 낭만과 여유를 찾으라고 에르메스는 나긋하게 권유한다. 우아하게 펼치고 접을 수 있는 피파 데스크, 커틀러리 세트 한 벌을 넣을 수 있는 피크닉 지팡이, 항해 중에도 술을 흘리지 않게 고안된 8개의 유리잔 세트 등은 에르메스답게 견고하면서도 유머가 있다. 이 외에도 에르메스 최초의 스카프와 신화 속 거인을 상상하게 하는 기수용 커다란 부츠, 아름다운 르 플라뇌르 데르메스 자전거 등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잔뜩 부추겼다. 전시는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이어졌고, 여운을 그윽하게 남긴 채 끝났다.
Jeu Des Omnibus Et Dames Blanches Scarf | 1937
1937년에 제작한 에르메스 최초의 스카프로, 실크 트윌 소재로 섬세하게 만들었다. 메달리온 주변을 돌고 있는 마차는 1820년에 도입된 파리 최초의 대중교통을 상징하며, 동그라미 안의 여성들은 대화가 한창이다. 보드 게임 ‘쥬 데 옴니버스 에 담므 블랑쉐’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수채물감으로 그린 듯 우아하고 서정적인 무드가 돋보인다.
“The Year of The Road” Greetings Card | 1995, Advertisement For Travel Goods | 1926
오른쪽의 포스터는 1926년 죠르쥬 르파프가 그린 ‘여행용 오브제’를 위한 광고 컷이다. 1995년 에르메스는 그해의 테마인 ‘길’을 기념하는 의미로, 1926년의 광고를 재현해 장 앙리가 채색한 연하장(왼쪽)을 만들었다.
- 에디터
- 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