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비보이 윙과 베로의 짜릿한 순간

2019.05.11GQ

춤이 뭐길래. 20년 동안 춤만 춘 윙과 베로가 드디어 배운 인생 레슨.

거울 앞에 선 ‘베로’ 장지광(왼쪽)과 ‘윙’ 김헌우(오른쪽)의 머리 위로 ‘실력’이라는 붓글씨가 걸려 있었다. 분명 춤을 추며 웃고 있었지만, 프로파간다처럼 힘이 느껴지는 글자 덕에 결사를 다짐한 집단의 리더들처럼 보였다. 헐렁한 핏의 옷과 고음역이 강조된 음악, 연습실 구석 책장에 꽂힌 1990년대 후반의 만화 <힙합>이 그나마 진중한 분위기를 중화했다.

진조크루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비보이 팀이다. 2001년, 당시 중학생이던 윙과 그의 친형이자 단장인 ‘스킴’이 결성했다. 이후 베로를 비롯해 10대 시절에 춤을 추며 만난 친구들이 합류하며 규모를 키웠다. 팀원들이 20대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응집력이 점점 영글었고, 이는 굵직한 국제 대회를 휩쓰는 결과로 이어진다. 진조크루는 ‘레드불 BC 원’, ‘배틀 오브 더 이어’, ‘UK 비보이 챔피언십’ 등 5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세계 최초의 팀이 되고, 윙은 개인 세계 랭킹 1위에 오른다.

그동안 춤을 추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묻자 베로가 답했다. “‘2011년에 열린 프리스타일 세션’이라는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렸을 때부터 선망하던 대회였거든요. 텃새가 아주 심해서 미국인이 아니면 우승할 수 없는 대회이기도 한데, 외국인 최초로 덜컥 우승해버린 거예요. ‘이게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우승이라는 건 가장 양질의 아드레날린 공급원이에요. 다시 흥분에 취하고 싶어서 전보다 더 필사적으로 뛰고 돌면서 연습할 수밖에 없어요.”

비보이가 쓰지 않는 신체 부위는 없다. 목으로 무게를 지탱하고, 손 하나로만 땅을 짚고 몸을 빙빙 돌리기도 한다. 윙은 올해 서른세 살이고, 베로는 그보다 한 살 위다. 강한 근육과 유연한 관절이 격렬한 동작을 견뎌낸다 하더라도 20여 년 동안 신체를 혹사한 비보이다. 정해진 정년은 없어도, 전성기는 있을 것이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윙이 말했다. “10대 때는 몸을 어떻게 활용하고, 얼마나 다양한 기술을 할 줄 아는지가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춤추며 느끼는 감정이 점점 축적되고, 그게 신체를 통제하는 능력과 만나면 전에 몰랐던 에너지가 나오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잘하면, 아무래도 전성기가 아직 안 온 것 같다고 말하고 다녀도 되겠죠?”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황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