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뒤를 이를 새로운 보이 그룹은? | 지큐 코리아 (GQ Korea)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를 새로운 보이 그룹은?

2019-06-14T14:29:21+00:00 |culture|

차세대 보이 그룹의 자리는 아직 공석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1인자와 <프로듀스> 시리즈라는 변종 사이, SM, YG, JYP 3사의 신인도 힘을 못 쓰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대의 보이 그룹은 가능한 걸까?

“방탄소년단 같은 그룹은 다시 못 나와요.” 다수의 음악 관계자들은 확신에 차서 말한다. 지난 4월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 슈가는 “제2의 방탄소년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해 달라”는 요청에 다음처럼 답했다. “제2의 방탄소년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러러보던 영웅이 많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고 방탄소년단이 되었다”는 겸손한 자기고백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2019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듀오/그룹 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방탄소년단 같은” 그룹이 나오든, 새로운 콘셉트의 보이 그룹이 나오든 간에 쉽게 1인자 자리에 앉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이 팀으로 인해, EXO 한 팀이 연간 앨범 판매량 1~4위를 휩쓸었던 2015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2014년처럼 상위 5팀이 모두 SM 소속 아티스트였던 시절도 지났다. 2016년 이후, 방탄소년단이 <WINGS> 앨범으로 새로운 1위가 되었고, 더 큰 파이를 가져갔다. 그들이 차지한 파이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가 시장에 안긴 충격이다. ‘3사’라고 일컬어졌던 SM, YG, JYP가 기존의 성공 전략을 후배 그룹에게 그대로 이양하는 전략은 SNS와 유튜브 시대의 특성을 정확하게 공략한 빅히트 앞에 낡은 방식이 돼버렸다. 어떤 보이 그룹 프로듀서들은 이제 또 다른 막막함을 호소한다. “방탄소년단이 다 해버려서 새로운 걸 생각하기도 힘든, 그리고 따라 하는 것도 우스운” 상황과 맞닥뜨려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K팝 보이 그룹 시장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방탄소년단의 활약과 함께 K팝이 서구 팝 시장에서 일부 마니아들의 취미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은 지났으며, 한국인들조차 이름을 모르는 그룹의 SNS에 해외 팬들이 댓글을 다는 시대다. 동방신기, EXO처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 그룹에만 팬들이 목을 매던 시절도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됐다. 이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있으면서도 <프로듀스 101>을 보면서 누가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될 것인지에 집중한다. 이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한국 아이돌 시장을 지탱하는 힘이었다면, 2010년대의 한국 아이돌 시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 외에도 여러 아이돌 그룹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멤버를 지켜보고, 돈과 마음을 투자하는 팬들의 씀씀이의 크기가 시장을 움직인다.

이는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투표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워너원에 강다니엘이라는 섹시한 남성상부터 이대휘라는 귀여운 남성상까지 온갖 취향이 뒤섞일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하나의 팀에 열광적으로 빠져들 수도 있지만, 제2의, 제3의 후보군을 마음 한편에 두고 자기만의 취미 생활을 최대한 길게 이어가는 쪽으로 팬들의 성향이 바뀌면서 제작자들도 본의 아니게 원톱 그룹보다 유형별로 모객을 할 수 있는 그룹을 내놓게 됐다. 데뷔 때만 해도 단순히 강렬한 이미지의 보이 그룹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던 몬스타엑스는 남성의 신체적 장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팬들은 청량한 보이 그룹과 남성미를 강조한 몬스타엑스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사람들이 모두 공유하는 ‘1등’의 기준은 모호해졌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만 남았을 뿐이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101개의 취향 중에서 원하는 것만 고르는 재미를 알게 해줬고, 이미 너무 많은 선택지를 받아든 팬들에겐 이 그룹에서 한 명을 좋아하고, 저 그룹에서 한 명을 좋아하는 일이 흔해졌다. 다인원 그룹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은 이런 시장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연간 앨범 판매량 차트는 복잡해진 상황을 가시적으로 방증한다. 현재 K팝 시장에는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하는 보이 그룹이 최소 3~4팀씩 된다. 지난해 단일 앨범 판매량(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 기준)을 비교하면 세븐틴, 갓세븐, NCT가 35만 장 전후로 경쟁 중이다. 그 뒤로 NCT 127과 뉴이스트, 몬스타엑스 등이 25만 장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그 사이 신인 그룹들과 팬덤 규모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선배 팀들도 있다. 지난해 여러 시상식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은 더보이즈와 스트레이 키즈가 각각 11만 장, 10만 장 내외의 판매량을 기록한 가운데, 아이콘도 비슷한 판매량을 보인다. 상위 두세 팀이 거둔 화려한 성과와 함께 K팝 보이 그룹들이 덩달아 인기를 얻으면서 일종의 낙수효과가 발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위에 워너원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워너원은 전체 앨범 판매량 4위, 5위, 6위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과 EXO 다음으로 큰 팬덤을 보유한 그룹이었던 셈이다. 연습생 11명의 개인 팬덤이 모여 만들어낸 워너원은 팬들의 열정에 힘입어 단숨에 60만 장이라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각자 앨범을 내고 팬미팅을 할 때, 산술적으로는 11개의 개인 팬덤이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의 1/11은 나와야 하지만, 신곡을 발표한 대부분의 멤버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들었다.

방탄소년단과 EXO 다음으로 인기 있던 팀이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이 난 뒤, 구성원들 중 누구도 1위 자리에 앉지 못했다는 사실은 예견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을 안긴다. 2년 전, 이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연습생들이 모여서 만든 JBJ나 MXM, 솔로 가수로 데뷔한 정세운, 주학년이 포함된 더보이즈 등이 한꺼번에 데뷔하면서 많은 ‘101 파생’이 생겼다. 2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이들 중 누구도 명확하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안타까운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깝다. <프로듀스 101>에서 만들어진 서사는 초기에 팬덤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원래의 기획사로 돌아갔을 때 <프로듀스 101>의 후광이 사그라지고도 그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과 제작자들의 의지가 없다면 팬들은 서서히 등을 돌리고 만다. 신선한 서사는 다음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 그룹들처럼 탄탄한 회사의 역사와 함께 단번에 톱의 자리에 올라서거나, 혹은 방탄소년단처럼 계단식으로 서서히 성장하며 톱을 노리거나. 둘 중에 하나는 가능해야 하는데 방탄소년단과 <프로듀스> 시리즈가 불러온 혼란은 이 중 하나도 목표 삼기 어렵게 만들었다. 스타십이나 울림처럼 유명한 보이 그룹을 보유한 회사들이 다섯 명 넘는 인원을 <프로듀스X101>에 내보낸 일은 상징적이다. 1인자가 바뀐 상황에서 중견 기획사들은 기존의 그룹으로 해외 프로모션을 하고, <프로듀스X101>을 통해 국내 시장의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많은 관계자가 EXO나 방탄소년단 같은 그룹이 나올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지 그들의 음악적인 완성도나 앨범 판매량 때문이 아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아예 다른 팀이 쉽게 꿈도 못 꾸는 단계가 된 거고, 현실적으로는 <프로듀스X101>이 또 나온다는 게 한국 아이돌 산업에 닥친 재앙”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도리어 ‘비현실’을 의미하고, 현실에서의 기획자들은 <프로듀스> 시리즈라는 기형적인 변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 희망을 품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느 쪽을 바라보든 쉽게 장기전을 꿈꿀 수 없다는 사실은 많은 기획자에게 불안을 안긴다. EXO처럼 회사가 쌓아온 수많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탁월한 기획이 나오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다수 기획사는 그럴 여유가 없다. 동시에 방탄소년단처럼 시대의 특성을 연구하고 멤버들의 실력을 보태 운을 끌어오는 것도 따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보이 그룹 시장에서 많은 이가 헤매는 중이다. 그러면 당장 연습생을 내보내 화제성을 도모하면 되는 <프로듀스> 시리즈야말로 유일한 구원처럼 보인다. 신곡 없이 팬미팅을 기획할 수도 있고, 단 한 곡이 실린 솔로 싱글을 스페셜 기프트처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으니 단기전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반복되면 바겐세일로 인기를 끌다가 아무도 찾지 않는 공허한 상점이 되기 십상이다. 어떤 회사도, 연습생도 그것을 바라고 보이 그룹으로 성공하기를 꿈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 정도가 최대치의 꿈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글 / 박희아(<아이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