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여름이 제철인 옐로 랫, 선 서프, 레인보우 샌들

2019.06.26GQ

여름이 제철인 브랜드 12, 그리고 특별한 캡슐 컬렉션 3.

Holida Boileau
아트 디렉터 프랑크 듀랑( 프랑스의 편집장 엠마뉴엘 알트의 남편)은 잊힌 잡지 를 2014년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는 1946년부터 1977년까지 뉴욕에서 발행한 여행 잡지로 조잡한 내용 없이 대담한 디자인과 훌륭한 사진으로 유명했던 책이다. 의 빈티지 카피를 본 프랑크 듀랑은 단숨에 사랑에 빠졌다. “만드는 방식부터 남달랐다고 생각해요. 주제 도시를 정하면 작가와 사진가를 그곳으로 보내 자유롭게 작업하게 했거든요. 분량도 정해주지 않았죠. 조안 디디온이나 잭 케루악, 트루먼 카포티 같은 작가들이 글을 쓰기도 했고요. 전 여전히 이 방식으로 를 만들어요.” 재발행을 결정한 다음엔 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물건을 만들어 웹사이트에서 판매했다. 로고가 있는 티셔츠 몇 가지와 향초가 전부였는데 예상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홀리데이 부알로 컬렉션이 탄생했다. 매거진처럼 긍정적이고 온화한 옷들. 하지만 프랑크는 이 컬렉션을 잡지에 드러내지 않는다. “매거진과 홀리데이 부알로 컬렉션, 카페(2016년에 같은 이름의 카페를 열었다)를 애매하게 섞고 싶지 않아요. 같은 무드를 공유하지만 각 영역에 맞게 발전시키고 싶죠. 제가 디렉팅하는 잡지에 제가 만든 옷을 싣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순수하지도 않고요.” 그는 홀리데이 부알로 컬렉션을 패션 브랜드라고 말하지 않는다. 새 시즌을 준비할 땐 오히려 유행과 거리를 둔다. 패션이 아닌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홀리데이 부알로는 시즌에 상관없이 화사하며 풍요로워요. 그게 우리가 전하고 싶은 스타일이고요.” 그는 이번 여름 프랑스 레(Ré)섬의 해안 마을 레 퐁테 엉 헤(Les Portes en Ré)로 떠날 예정이다.

티셔츠 각 9만7천원, 서프 트렁크 11만4천원, 모두 옐로 랫 at 서프코드.

Yellow Rat
캘리포니아의 마비스타에 사는 일본인 서퍼 키오 이나가키는 1950~1960년대의 서핑 룩에 대한 애정이 깊다. 1940년대 후반부터 캘리포니아 해변에 서퍼들의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밝고 명랑한 빈티지 서퍼 룩을 좋아해서 당시의 서프 트렁크를 열정적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9년, 옐로 랫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벨벳 같은 촉감의 면 티셔츠, 알록달록한 서프 트렁크, 과거의 봉제 방법을 그대로 활용한 코튼 재킷은 실용성보다 멋을 더 따졌던 당시 서퍼들을 꼭 닮았다.

버킷햇 11만8천원, 셔츠 14만8천원, 모두 선 서프 at 배럴즈.

Sun Surf
일본 태생의 선 서프는 1970년대부터 하와이안 셔츠를 꼼꼼히 연구하고 제작해온 베테랑이다. 이들의 셔츠가 특별한 이유는 전문성,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집념이다. 빈티지 하와이안 셔츠의 색, 독특하고 재미난 프린트를 재현하기 위해 실의 방적-방직에까지 관여할 정도다. 버튼도 허투루 고르지 않는다. 주로 조개와 코코넛, 대나무 등 다양하고 본질적인 소재로 만든다.

베이지 플립플롭 10만9천원, 캔버스 스트랩 플립플롭 6만8천원, 모두 레인보우 샌들 at 서프코드.

Rainbow Sandals
1972년 캘리포니아의 라구나 비치에 살던 제이 스파클리는 창고에서 자신만의 샌들을 완성했다. 접착제를 직접 조합해 월등히 튼튼한 샌들을 만든 것이다. 스펀지 고무 바닥에 스트랩을 단 평범한 플립플롭이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편안하니까. 게다가 신을수록 발 모양에 맞게 변하는 밑창 덕에 아무리 걸어도 발이 피곤하지 않다.

Commas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비치 라이프를 보여주는 콤마스. 2016년 론칭 당시엔 수영복만 소개했지만 시즌을 거듭하며 리조트웨어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번 시즌엔 로브와 리넨 탱크톱도 만들었다. “평소에도 휴가를 떠났을 때처럼 여유롭고 긍정적인 사람이고 싶어요.” 콤마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처드 자만은 이러한 철학을 브랜드에 녹이고자 했다. 자연스러운 실루엣, 미니멀한 컬러, 우아한 무드의 옷은 그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감도 높은 룩북 비주얼은 행복한 덤.

라지 토트백 10만원대, 퍼시픽 토트 컴퍼니.

Pacific Tote Compan
퍼시픽 토트 컴퍼니는 로만 코폴라 감독이 세운 ‘The Directors Bureau(TDB)’란 프로덕션에서 만든 캔버스 가방 브랜드다. 2012년 궁극의 토트백을 완성하겠다며 시작한 TDB의 특별 프로젝트였는데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유지된 것. 대표 모델은 두 가지다. 바다에 갈 때 쓸 큰 토트백과 평소에 들고 다닐 만한 중간 사이즈 토트백. 가장 매력적인 건 여름처럼 밝고 천진한 컬러 조합이다. 가방을 사면 시원스러운 패치와 함께 귀엽고 유머러스한 설명서도 딸려 온다. 쨍쨍한 캘리포니아의 맑은 낮처럼 장난스럽고 명랑하다.

Jacquemus
2019 S/S 자크뮈스의 첫 번째 남성 컬렉션은 디자이너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의 고향인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어느 해변에서 열렸다. 국립공원이라 쇼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시몽은 몇 개월의 노력 끝에 이 장소를 쟁취했다. 그리고 이렇게나 시적이고 시원스러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시몽이 말한 컬렉션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사랑 그리고 고향. 그는 영국 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컬렉션을 준비하며 사랑에 빠졌고, 그 힘으로 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르세유의 사내 녀석 Le Gadjo을 떠올리며 디자인했어요. 취향은 별로지만 귀여운 남자랄까. 우아해 보이려고 애쓰지만 약간 어설픈 남자들요.” 해바라기 프린트 셔츠와 카고 팬츠를 매치한 룩이나 개나리색 스웨터와 적나라한 스피도의 조합은 그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 마르세유에서 길거리 캐스팅한 모델도 적지 않았다. 따뜻한 해변 마을에서 자란 시몽의 비전엔 늘 햇살과 자연, 그리고 바다가 있다. 느슨하고 여유로운 자크뮈스의 컬렉션을 보며 여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리넨 타월 9만원대, 오니아 at mrporter.com.

Onia
2009년에 론칭한 오니아는 히브리어로 ‘범선’이라는 뜻이다. 공동 대표인 칼 쿠나우 Carl Cunow와 나단 로마노 Nathan Romano는 무엇보다 바다와 수영, 뱃놀이 같은 유유자적한 단어에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오니아의 옷을 보면 고상하고 젊은 젯셋족이 떠오른다. 완성도 있는 수영복, 물이 빠지지 않는 프린트 셔츠, 청량하고 부드러운 리넨 셔츠. 최근엔 미스터포터와 협업한 홀리데이 캡슐 컬렉션을 소개했다.

캡 4만원대, 로고 티셔츠 4만원대, 타이 다이 티셔츠 5만원대, 모두 몰러스크 at mrporter.com.

Mollusk
몰러스크 서프 숍에선 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퍼 존 맥캠브리지가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 1호점을 연 후부터 몰러스크는 캘리포니아 서핑 커뮤니티의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로컬 아티스트와 함께 만든 그래픽 티셔츠, 수공예 서프보드도 훌륭하지만 더 흥미로운 건 그들이 일군 문화. 매주 콘서트나 공예 수업, 서핑 세미나, 전시 등이 열린다.

Orlebar Brown
사진가 아담 브라운은 1960년대의 리비에라와 팜 비치 라이프에서 영감을 받아 2007년, 올레바 브라운을 만들었다. 물에 첨벙 빠졌다가도 자연스럽게 풀 사이드 바에 갈 수 있을 만큼 점잖은 남자 수영복을 원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서 그가 직접 나섰던 것. 길이가 다양한 테일러드 스윔 쇼츠로 유명해진 지금은 폴로 셔츠와 면바지, 셔츠 등 리조트풍의 옷까지 두루 소개한다.

Frescobol Carioca
2013년에 론칭한 프레스코볼 카리오카는 심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카리오카(리우 데 자네이루의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널리 알리자는 것. 태평하고 너그럽지만 한편으론 뜨겁고 섹시한 카리오카, 깨끗한 해변과 원시림,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리우 데 자네이루의 다이내믹한 무드는 줄지 않는 샘처럼 브랜드에 영감을 준다. 해변가 보도블록의 모자이크 패턴을 표현한 기하학적인 프린트 수영복과 셔츠가 바로 그 예. 브라질의 공방에서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비치 배트와 나무 서프보드 역시 눈여겨봐야 할 아이템.

Bather
베이더는 캐나다의 스트리트풍 스윔 쇼츠 브랜드다. 알록달록하고 장난스러운 스윔 쇼츠가 주를 이루는데, 스웨트 셔츠와 무척 잘 어울린다. 2019 S/S 시즌엔 일본의 염색 기술과 전통 하와이안 패턴을 활용한 21가지의 새로운 프린트를 소개했다. 디자인과 생산 과정은 모두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이루어진다. 올해부터는 ‘1% For The Planet’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로써 판매 수익의 일부를 바다 정화 사업에 기부하게 된다.

Summer Capsule Collection

Berluti Beach Capsule
벨루티가 그린 여름은 섬세하고 실용적이다. 너도밤나무 틀에 방수 테크니컬 캔버스를 씌운 덱 체어, 발수 가공해 기분 좋을 만큼 건조한 수영복(햇빛 차단 기능까지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페탕크(철구를 던지는 프랑스의 전통 스포츠) 키트 등을 소개했다. 덱 체어 78만원, 비치 타월 72만원.

Loewe Paula’s Ibiza
이비자섬에 있는 폴라 부티크는 1970년대의 자유롭고 대범한 히피 문화의 성지로 꼽힌다. 로에베를 이끄는 조나단 앤더슨은 어렸을 적 이곳을 여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2017 S/S 시즌부터 폴라 이비자와의 협업 컬렉션을 꾸준히 소개했다. 자연을 주제로 한 화려한 패턴, 분방한 실루엣, 장난스러운 가방 등. 온통 뜨거운 여름 해변 파티와 어울리는 것뿐이다. 백팩 2백30만원.

Birkenstock × Il Dolce Far Niente
‘일 돌체 파 니엔테’는 이탈리아어로 ‘달콤한 게으름’이라는 뜻. 컬렉션은 이탈리아의 저명한 호텔 일 펠리카노에서 영감을 받았다. 펠리카노 호텔 그룹의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루이즈 스키오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라피아와 실크, 가죽 소재의 아리조나 슬리퍼를 만들었다. 매치스패션닷컴에만 살 수 있다. 모두 가격 미정.

    에디터
    안주현, 이지훈
    사진
    Courtesy of Holiday Boileau, Yellow Rat, Sun Surf, Commas, Pacific Tote Company, Indigital, Courtesy of Mr.porter.com, Orlebar Brown, Frescobol Carioca, Bather, Berluti, Loewe, Matchesfash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