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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위한 펀카 시리즈 닛산 리프

2019.07.02GQ

친환경차, 패밀리카, 그리고 펀카. 리프의 세 가지 다른 명함.

크기 ― L4480 × W1790 × H1545mm
휠베이스 ― 2700mm
무게 ― 1585kg
모터형식 ― AC 싱크로너스
서스펜션 ― (앞)스트럿, (뒤)토션빔
타이어 ― (모두)215/50 R17
구동방식 ― FF
0→100km/h ― 7.9초
최고출력 ― 150마력
최대토크 ― 32.6kg·m
배터리 ― 형식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 ― 40kWh
복합전비 ― 5.1km/kWh
CO₂ ― 배출량 0g/km
가격 ― 4천1백90만원부터

돌이켜보면 새삼 놀랍다. 1880년대 최초로 등장한 자동차는 말을 대신하는 교통수단을 넘어 인간 생활사에 깊숙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특히 점점 발전한 엔진 제조 기술 덕분에 이동 속도가 증가했고,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거리의 개념’이 다시 정립됐다. 불과 1백30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대가가 따랐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이 문제였다.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몰렸고, 자동차 산업은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가장 먼저 해법을 제시한 건 닛산이었다. 2010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출시하며 ‘EV 시대’의 원년을 열었다. 리프는 개척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가능성만 충만하던 전기차를 현실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개발을 유도하기도 했다. 시장이 점점 커졌다. 선봉으로 뛰어든 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누적 판매량이 많은 전기차로 이름을 올린다.

흥행과는 별개로 리프 1세대의 디자인은 조금 애매했던 게 사실이다. 해치백이라는 장르는 분명했지만, 엠블럼을 보지 않고는 어디에서 만든 차인지 알기 어려웠다. 반면 2세대 리프는 닛산이 패밀리룩으로 내세운 ‘V모션 그릴’로 전면부를 장식해 제조사의 색을 분명하게 입었다. C필러와 해치 사이는 검게 칠했는데, 속도감을 불어넣고 싶을 때 활용하는 디자인적 기교다.

인테리어는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큼직큼직한 아날로그 버튼이 센터페시아에 도열해 있는데, 모두 운전 중에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있다. 관점에 따라 조금 투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통해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단 익숙한 구성을 선택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작은 ‘종’ 모양의 기어 노브는 얼핏 보기엔 장난감 같지만 사용하다 보면 생각보다 편리하다. 위로 불쑥 솟은 기어 노브가 사라져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의 공간이 더 여유로워지기도 했고. 조금 의외인 것은 시트다. 가죽과 스웨이드를 부위별로 섞어 만들었는데, 장시간을 주행해도 몸을 편안하게 지지한다. 또한 파란색 실로 봉제해 푸른색을 테마로 한 계기판, 파랗게 빛나는 시동 버튼과 ‘깔맞춤’을 한다. 준중형에선 보기 힘든 수준의 시트다.

리프의 가장 큰 미덕은 배출 가스가 ‘0그램’이라는 점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이 더 있다. 조향에 따른 차체 움직임이 제법 민감한 편인데, 이를 전기차의 특성과 짝지으면 달리는 맛이 색다르다. 회생제동 모드로 설정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도 밟지 않고도 깔끔하게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다. 수동으로 기어를 변속해가며 코너에 진입하는 내연기관차의 스포츠 드라이빙과는 전혀 다르다. 회생 제동의 원래 목적은 정체 구간에서 배터리를 수시로 재충전해 주행 거리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인데, 리프처럼 서스펜션과 조향이 잘 조율된 전기차에선 운전하는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다른 매력은 안정성이다. 리프는 1세대는 물론, 2세대를 포함해 한 번도 화재가 난 적이 없는 전기차다. 개발 단계부터 안전에 중점을 뒀는데, 가장 대표적인 증거는 뒷좌석에 있다. 중간 자리에서 발을 딛는 공간에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있는데, 불이 나거나 심각한 사고 발생 시 동력을 끊을 수 있는 장치가 여기 숨어있다. 5명이 탄 차에서 1명이 불편한 것보다 안전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 설계다. 리프의 특징 중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은 공인 주행거리는 231킬로미터. 최대 주행거리가 400킬로미터에 다다른 전기차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숫자보단 자동차의 개발 목적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내연기관 차의 ‘연료 탱크’와 비교할 수 있다. 연료 탱크 용량이 50리터인 차는 80리터인 차보다 주행 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다. 1킬로미터당 연료를 얼마나 소모하는지 나타내는 ‘연비’와는 다른 문제다. 리프처럼 40kWh 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64kWh 급 이상 배터리를 단 모델보다 시내 주행에 중점을 두고 만든 차다. 배터리 용량을 키워 주행 거리를 늘린 모델(리프 e+, 국내 미출시)은 따로 만들었는데, 현대에서 코나 일렉트릭에 64kWh 배터리를 넣고, 아이오닉 일렉트릭엔 38.3kWh 배터리를 넣은 대신 가격을 낮춘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장거리 주행엔 불리한 게 사실이나 차를 사는 주된 목적이 시내 주행이라면 가격도, 주행 성능도 제법 매력적인 차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3천만원 언저리의 가격으로도 살 수 있다. 재미있게 탈 수 있는 3천만원대의 안전한 전기차. 수입차 중에선 특히 찾기 어려운 조건이다.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이고, 배터리는 차체 하단에 배치된다.

닛산의 패밀리룩 V모션 그릴로 꾸민 앞모습.

인테리어에서 전기차라는 점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트렁크는 상하로 깊은데, 적재 용량은 435리터다.

    에디터
    이재현
    사진
    닛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