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제품의 여백을 화폭 삼아.
Jaeger-Lecoultre — Thom Browne
폴라리스는 1960년대 시계에서 착안한 컬렉션이고, 그래서 그 시대 시계의 모습이 있다. 베젤을 외부가 아닌 케이스 내부에 넣어 다이얼의 일부로 보이게 했는데, 베젤을 움직이기 위한 크라운이 필요하므로 이 시계엔 크라운이 두 개다. 케이스는 41밀리미터, 방수는 100미터. 폴라리스 오토매틱 9백70만원대, 예거 르쿨트르. 깨끗하고 톡톡한 옥스퍼드 원단, 정교한 재단이 풀어헤친 솔기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수트 안에 입어도 좋고, 셔츠만 입어도 멋지다. 옥스퍼드 셔츠 68만원, 톰 브라운.
Iwc — Dior Men
42.3밀리미터 케이스 안으로 블루 다이얼을 배치하고 30분 카운터, 12시간 카운터, 스몰 세컨드 카운터, 날짜창과 로고로 다이얼을 빈틈없이 메웠다. 시계의 뒷면에는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69375의 모습이 보인다.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코트 드 제네브, 페를라주 기법으로 장식해 섬세한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제니어 크로노그래프 1천만원대, IWC. 알록달록한 색깔을 활용하거나 로고를 칠갑하는 대신, 구조적이고 기계적인 버클을 달았다. 매튜 윌리엄스를 등용한 킴 존스의 결정이 빚어낸 수작. 챙을 두 단으로 겹친 것도 독특하다. 화이트 캡 1백5만원, 디올 맨.
Vacheron Constantin — Acne Studios
깔끔한 다이얼이지만 보기에 지루하지 않은 건 작지만 섬세한 세공을 더해서다. 다이얼에 넣은 동심원의 세공이 전부 다르고, 베젤과 러그가 만나는 부위엔 한 겹 층을 더했다. 크라운이 케이스 안에 폭 안기는 설계도 눈에 띈다. 동력은 1326 오토매틱 칼리버에서 얻고, 이 모습은 시스루 케이스 백에서 감상할 수 있다. 피프티식스 셀프와인딩 1천4백만원대, 바쉐론 콘스탄틴. 앞면은 분홍색, 뒷면은 흰색으로 만든 농구 유니폼. 색 배합 덕에 운동복보다는 일상복 같다. 스타터와의 협업 제품으로 브랜드 로고에서 복고적인 무드도 풍긴다. 농구 유니폼 23만원, 아크네 스튜디오.
Blancpain — Louis Vuitton
블랑팡의 기술력과 미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제품. 우화에서 볼 법한 달을 넣은 게 재미있는 데다, 언제라도 무브먼트에 무리 없이 세팅할 수 있는 점 역시 돋보인다. 게다가 컴플리트 캘린더와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갖췄다. 다이얼의 요소가 꽤나 많지만, 잘 정돈된 덕에 어수선하지 않다. 피프티 패텀즈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컴플리트 캘린더 2천9백만원대, 블랑팡.‘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제품명처럼 안팎을 뒤집어 제작했다. 허리춤에 있는 커다란 로고 태그도 같은 맥락. 원단은 보송하고 실루엣은 낙낙하다. 요소가 많지 않지만 그래서 더 멋지다. 크루넥 스웨트 셔츠 92만원, 루이 비통.
Panerai — Saint Laurent
45밀리미터 쿠션형 케이스 안으로 선브러시드 처리한 블루 다이얼을 넣고, 심해에서 불을 밝힌 것처럼 중앙부만 밝게 처리했다. 초침처럼 보이는 핸드는 다른 시간대를 가리키는 GMT 핸드고, 초침은 9시 방향의 창으로 따로 분리했다. 5시 방향의 반원은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라디오미르 1940 3 데이즈 GMT 파워 리저브 오토매틱 아치아이오 1천3백만원대, 파네라이. 소지품이 점점 줄어들고 덩달아 가방도 작아지는 시절이지만, 트래블 백은 시대를 막론하고 위엄이 있다. 특히 이 가방은 흰색 캔버스와 검은색 가죽, 빛바랜 듯한 금속의 단출한 구성이라 더 멋지다. 트래블 백 가격 미정,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Piaget — Givenchy
새파란 다이얼과 매끈하게 다듬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원처럼 보이기도, 다각형처럼 보이기도 하는 베젤이 시계에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한다. 모서리를 곡선화해서 직선에 부드러움을 더한 것도 이 시계의 매력. 케이스는 42밀리미터, 방수는 100미터. 폴로 S 크로노그래프 1천8백만원대, 피아제. 캔버스의 흰색과 고무의 흰색이 톤온톤으로 조화를 이뤘다. 회색 스웨이드 포인트 역시 멋지고. 하이톱 스니커즈 가격 미정, 지방시.
- 에디터
- 임건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