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잇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잇따라 먹통이 됐다. 시스템은 침묵했고 이용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혼란을 틈타 새로운 세계가 손짓을 한다.
지난 7월 4일은 ‘해피 다운 데이’였다. 말 그대로 21세기 앱 3대장 격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이 다운된 것이다. 나는 그때 런던에서 중국에 있는 친구와 왓츠앱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이미지와 보이스 메시지의 다운로드 기능이 완전히 멈췄다. 몇 번을 껐다 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의심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이 대화를 볼 수 있다는 노파심에 우리는 재빠르게 몇몇 메시지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나 중국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친구의 푸념 같은 것 말이다. 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30분 후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오류 #페이스북오류 #왓츠앱오류 #해피다운데이’ 라는 해시태그를 보지 않았다면 한동안 친구를 걱정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버벅거리는 것까지 확인한 다음부터는 스스로가 걱정스러웠다. 경쟁 앱들을 조롱하던 트위터 역시 트윗은 되지만 DM과 알람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제 뭘 해야 하나? 뉴스는 어디서 보지? 페이스북에 세이브해둔 내 원고 자료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들의 근황은? 누군가와 연락을 하려면 다시 문자를 써야 할까? 아니, 그건 광고 메시지를 받는 창고 같은 거 아니었나?
이 디지털 대재앙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3월에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비슷한 문제를 보였다. 무려 14시간 동안 접속 장애를 겪은 이 먹통 사건은 2012년 이후 최악의 최장시간 접속 장애로 남았다. 14시간까지는 아니지만 4월에도 다시금 오류가 일어났다. 도대체 왜?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마크 주커버그는 루머처럼 디도스(DDos) 공격에 의한 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즉, ‘이번만큼은’ 보안에는 이상 없다는 얘기였다.
강조할 만도 했다. 페이스북에게 보안이란 무엇보다도 민감한 단어이니 말이다. 올해 3월엔 미국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최대 6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계정의 비밀번호를 암호화 없이 상당 기간 노출했다고 고발했고, 작년 9월에는 끔찍하게도 소프트웨어 버그로 사용자 6백80만 명의 공유하지 않은 사진이 공개됐다. 근 1년간의 뉴스만 훑어도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매달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 관련 뉴스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1천억 달러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가치가 주로 개인의 데이터 이용을 통해 창출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말이 없는 게 당연했다.
이건 단순 농담만은 아니었다. 정말 페이스북의 ‘숫자’는 스케일이 달랐다. 개인 정보가 유출된 수만 봐도 적게는 5백만 명에서 많게는 6억 명이었다. 페이스북이 소유한 왓츠앱과 인스타그램까지 포함한 전체 사용자는 25억 명에 육박했다. 위키리스크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페이스북을 “전 세계적으로 사람, 사람들 간 관계, 이름, 주소, 장소, 소통 및 통신에 대한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 역대 가장 소름 끼치는 스파이 머신”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정보가 어디에 쓰이는지 아는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아무도 없다. 지난해 4월 개인 정보 유출 혐의로 열린 청문회에서 마크 주커버그조차 “팀원들에게 확인해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청문회는 흐지부지하게 끝났지만 어쩌면 이 데이터베이스가 정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도왔을 수도 있다. 줄리언 어산지의 주장대로 모든 미국 정보 기관이 이 정보에 액세스할 권한이 있을지 모른다. 콘텐츠에 관해서는 또 어떤가? 서버 소유자가 콘텐츠의 소유와 검열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개인 정보와 콘텐츠가 정말 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러니 구제책을 찾아 나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U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좋은 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법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로 꼽히는 이 법안 발효 이후 보안 시스템을 해킹당한 영국항공에 무려 1억 8천3백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2천7백억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 법안 전의 최대 벌금액은 고작 50만 파운드였다. 물론 영국항공은 “놀랍고 실망스럽다”며 툴툴거렸다.
비난과 우려를 견디지 못한 마크 주커버그도 지난 3월 7일 공개 포스팅을 통해 페이스북을 오픈형 플랫폼에서 폐쇄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5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들이 친구, 관심사와 연결되도록 돕는 디지털 형태의 ‘마을 광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거실’과 같은 사적인 디지털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미래에도 오픈형 플랫폼보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즉, 페이스북 사업 모델 자체를 변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미지 쇄신이 절실한 만큼이나 과감한 결단이다.
이런 공식적인 접근 방식과 함께, 다른 쪽에서는 스스로를 ‘인디 웹’이라 부르는 집단이 또 다른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딥 웹(Deep Web)이나 다크 웹(Dark Web) 같은 다른 종류의 웹 서비스인가 싶겠지만 이건 일종의 커뮤니티이고 운동이다. 소셜 미디어의 장점은 보존한 채 덜 기업적이고 더 인간적인 원칙에 따라 소셜 미디어를 재건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아이디어는 아주 간단하다. 각자의 도메인을 만들어 자신만의 콘텐츠를 그 도메인 웹사이트에 올리고 링크를 다른 소셜 네트워크나 배포 사이트에 제공하자는 거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각자의 도메인이라니, 독립 블로거들과 뭐가 달라?’라는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디 웹은 직접 스스로 필요한 도구와 기능들, 최소한의 규약을 만들고 공유하고 전파한다. 그 중심엔 디지털 인문학자들과 개발자들이 있다. 실제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다”라는 연설로 잘 알려진 앰버 케이스, 세계 최대의 인증 전문 시스템인 오오스(oAuth)의 아론 파렉키, <우리가 미디어다>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댄 길모어 등 IT와 미디어계의 슈퍼스타들이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디 웹 웹페이지(indieweb.org)에 소개된 그들의 원칙은 세 가지다. 1. 콘텐츠의 소유권. 많은 회사가 비즈니스를 이유로 당신의 데이터를 삭제해 버린다. 인디 웹에 참여하면 당신은 콘텐츠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2. 진화된 소통. 글이나 메시지를 모든 서비스에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댓글이나 ‘좋아요’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원한다면 그 즉시 당신의 사이트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3. 완전한 제어. 원할 때, 원하는 곳에 올릴 수 있고 누구도 모니터링 하지 않는다. 간단한 링크로 공유 가능하며 이들은 영구적 주소로 존재한다.
인디 웹은 서버 소유와 독립이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온라인 활동의 대부분은 소수의 거대 회사들이 소유한 서버에서 이루어지고 서버를 운영하려면 당연히 돈이 든다. 우리가 그 값을 지불하지 않고 그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우리에게서 가치를 빼낼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게 바로 ‘페이스북의 1천억 달러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다.
표현의 자유 역시 서버의 영향을 받는다. 소셜 미디어 계정 하나 없는 컴퓨터 공학자로 유명한 칼 뉴포트가 <뉴요커>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거의 세뇌에 가까운 수준으로 말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이트들은 데이터를 더욱 쉽게 처리하고 수익화하기 위해 특정 인터페이스 사용과 순응주의를 장려한다. 결국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과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3차원적인 개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데이터 공장의 부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는 인디 웹을 지나치게 이상적인 ‘테크노 유토피안’이라 칭하면서도 얼마 전 인디 웹 소셜 미디어인 ‘마이크로.블로그(Micro.Blog)’에 가입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정말 인디 웹이 보다 인간적인 소셜 미디어 환경을 설계할 수 있을까? 그 실현 가능성은 우리의 자각과 선택에 달렸다. 인디 웹 웹사이트에서 그들에게 동참해야만 하는 이유로 인용한 영화 <매트릭스> 모피어스의 대사처럼 말이다. “너는 뭔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 왔어. 그게 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지. 평생 이 세상이 뭔가 잘못돼 왔다는 걸 느껴왔잖아.” 글 / 권민지(칼럼니스트)
- 에디터
-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