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공유해주세요

2019.08.17GQ

다른 세계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거나 부족한 공유 서비스. 무작정 졸라대는 게 아니다.

내일 꼭 운동해야지 운동을 하기로 다짐하는 건 양말을 신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휙 던져버렸다가 새 양말을 신 듯이 다시 마음먹을 테니까. 그보다 헬스장에 꾸준히 가는 일이야말로 몇 배 이상 까다롭고 험난하다. 40킬로그램의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헬스장을 끈덕지게 가는 게 더 버거운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들에겐 중국에 등장했던 공유 헬스장이 좋은 대안이다. 1.5평이 조금 안 되는 부스에 러닝 머신, 실내 사이클 등을 구비했고 사용 시간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헬스장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몸을 감상하는 몸짱들에게 기가 죽을 일도 없다. 근접성을 갖추면 탄력적인 이용과 가성비 면에서 매력적인 서비스다. 때로는 묵직한 결심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오래가기도 한다.

혹시 그거 있나요 피어바이(Peerby)는 일상에 가장 밀접한 공유 서비스다. 필요한 물품을 이웃에게 빌리고 빌려주는 플랫폼으로 2012년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됐다. 물품과 현재 위치를 입력하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가까운 거리의 회원과 연결해준다. 이곳에는 전동공구, 커피 머신, 제초기, 캐리어, 캣타워, 유모차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생활용품이 사용 금액과 함께 포스팅돼 있다. 타조 코스튬처럼 살면서 과연 필요할까 싶은 것도 눈에 띈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해 드라이버를 찾다가 붉으락푸르락했던 경험이 있다면 필요성을 크게 느낄 것이다.

맡길게요 백비앤비(Bagbnb)에 대해 듣는 순간 느낌표가 마구 솟구친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거나 체크아웃을 마친 뒤 터질 듯한 백팩과 캐리어를 끌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 서점 등의 상점에 비용을 지불하고 짐을 맡길 수 있는 장소를 알선한다.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에어비앤비처럼 등록된 상점의 영업시간, 별점,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런던, 로마,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100여 개의 도시에서 이용 가능하다. 국내에는 북촌, 명동, 동대문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의 몇몇 상점이 등록되어 있다.

제발 봐줘요 휴가철이 되면 뉴스에서 인파로 혼잡한 인천공항의 사정과 유기동물 문제를 꼭 보게 된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오랜 기간 집을 비우는 이때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도덕적 의식과 함께 반려동물을 길에 내다 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런 경악할 만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로버(Rover)와 도그베케이(Dogvacay)는 펫시터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펫시터로 등록된 사람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그 마저도 돈이 아까워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 설마.

오늘의 시계로 주세요 ‘데님과 잘 어울리는 블루 다이얼 워치’, ‘연말연시에는 턱시도와 어울리는 시계’, ‘밖으로 나가버리고 싶게 만드는 스포츠 워치’. 지큐가 괜히 집요하게 다루는 게 아니다. 얼굴형에 맞는 헤어 스타일처럼 옷차림마다 절묘하게 어울리는 시계가 따로 있다. 그걸 알면서도 시계는 매일 갈아입는 속옷처럼 쉽게 살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따르기가 쉽지 않다. 결국 고심 끝의 선택은 유행을 타지 않는, 무난한 시계. 일본에서는 정액제로 시계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것도 좋지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시계를 다른 회원에게 빌려주는 중개 플랫폼이 있으면 한다. 차보다 값비싼 시계도 있긴 하지만.

문 열었나요 서울의 밤은 한결같이 불야성이다. 늦은 밤에도 먹고 마시고 춤추고 떠들 수 있는 곳들은 온갖 빛으로 반짝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서울의 찬란한 야경에 일조한다. 새벽빛이 드리워지면 요란하고 화려하게 밤을 보낸 상점들은 문을 닿는다. 뉴욕 맨해튼에 거점을 둔 스페이셔스(Spacious)와 케틀 스페이스(Kettle Space)는 이런 유휴 공간을 결코 놀게 놔두지 않는다. 저녁에만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바 공간을 임대해 낮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업무나 학습 공간으로 대여한다. 말하자면 공간 공유 서비스. 일본의 사례처럼 주점을 빌려서 점심 장사를 하는 것도 환영받을 방법이다. 앞으로 이런 곳이 차고 넘친다 해도 ‘24시간 영업’이 도처에 있는 서울과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에디터
    김영재
    일러스트레이터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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