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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채영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는 게 자유라고 생각해요."

2019.08.20GQ

만 스물, 채영은 맑은 얼굴로 거침없이 말했다. 어떤 게 멋있는 건지, 어떤 게 자유로운 건지, 어떤 게 진짜 자기 자신인지.

레더 점프 수트, 엠포리오 아르마니. 데님 팬츠, 마조네 포 하고.

블랙 톱, 레더 팬츠, 모두 키미제이.

원 숄더 셋업 수트, 지방시.

재킷, 팬츠, 모두 키미제이.

블랙 롱 드레스, 프라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재킷, 엠포리오 아르마니. 이너 톱, 팬츠,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화이트 톱, 브쥬.

역시 멋있는 게 잘 어울릴 줄 알았어요. 즐거웠어요. 제가 팀에서 막내고, 워낙 어렸을 때 데뷔했다보니 귀여운 이미지거든요. 연습생 때는 래퍼 포지션이었고 스스로 센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데뷔하고 나서 많이 바뀌었죠. 그래서 이런 콘셉트가 반갑고 재미있었어요. 보여드릴 기회가 잘 없으니까.

채영이 작사한 ‘Young&Wild’가 딱 채영답다고 생각했어요. 귀엽고 발랄한 노래를 해도, 채영에겐 길들여지지 않는 개성이 있어 보였거든요. 정말요? 그런 이면성을 봐주시는 게 좋아요. ‘이렇게 봤는데, 이런 애가 아니었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을 좋아하거든요. 데뷔 초반엔 제 개성이나 취향이 잡혀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취향이 확고해지면서 제가 누군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채영은 어떤 걸 좋아하던가요? 저는 재미있는 걸 찾아요. 똑같은 건 싫어요. 같은 빈티지여도 거기에 뭘 그리고, 좋아하는 천을 덧대고, 늘리고, 바느질하고 싶어요. 지금 입은 티셔츠도 빈티지를 어깨 부분을 찢어 리폼한 거예요. 제 손때가 묻으면 다른 것이 되니까. 무대에서도 저란 사람을 표현할 수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머리를 숏컷으로 확 치고 나타난 적이 있죠? 제가 뭐에 꽂히면, 그걸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숏컷이 너무 멋진 거예요. 딱히 뭘 안 해도 머리 쓱 털고 나오는 모습, 멋있잖아요. 그래서 잘랐어요. 헤어 실장님이 괜찮겠냐고 하셔서 제가 책임질게요, 했죠. 멤버들도 엄청 놀랐어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대충 롤업한 팬츠에 늘어진 티셔츠만 입어도 멋있죠. 그렇죠? 언젠가 크리스틴이 칸 영화제에 드레스에 컨버스를 신고 온 거예요. 레드카펫에 힐을 벗어버리고 맨발로 선 적도 있고. 생각해보면 꼭 레드카펫에서 힐을 신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암묵적인 룰을 깨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작사한 가사 중 이런 대목이 있죠. “가장 편한 신발 신고서, 끈을 묶어 단단히. 두 발이 이끄는 데로 가.” 하하. 신발은 편한 걸 신자는 주의예요. 저한테 잘 어울리고, 활동적인 것. 운동화랑 워커, 첼시 부츠를 좋아해요. 키가 작지만 커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채영에게 자유란 뭔가요?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는 게 자유라고 생각해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강한 콘셉트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적 있어요. ‘Fancy’나 ‘Breakthrough’ 는 기존 노선과는 다른 강한 모습이 있잖아요. 채영에겐 이런 변화가 특히 반가웠을 것 같아요. ‘Fancy’를 보고 단순히 저희의 콘셉트가 섹시함으로 바뀌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조금 서운한 이야기긴 해요. 섹시함만이 저희의 돌파구는 아닌데. 이전까진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Fancy’는 더 당당하고 직설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이걸 전환점으로 우린 보여줄 게 더 많다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에, 제게는 애착이 제일 큰 앨범이에요.

<GQ> 디지털 콘텐츠 촬영에서 좋아하는 키워드로 보이시, 유니크, 스포티, 시크 등을 꼽았어요.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걸 추구하려는 마음이 강해 보여요. 어떤 분들은 아이돌을 예쁘고 귀엽고 애교 많은 이미지로만 생각하시는데, 저는 그 폭을 넓히고 싶어요.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아이돌일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그런 폭을 넓혀주는 분들이 점차 보이는 것 같아 좋아요. 제 나름대로도, 아이돌은 꼭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려 하고 있고요.

무대에서 내려와 즐겨 입는 스타일은 뭐예요? 빈티지, 히피. 짧은 민소매에 청 남방 걸치고 워커 신는 거 좋아하고, 편한 원피스도 좋아요. 꾸민 것 같지 않은, 오래 입어 몸에 익은 듯한 옷이 좋아요. 새 옷을 별로 안 좋아하고, 좀 더 해졌으면, 색이 바랬으면 하죠. 빈티지 숍을 열심히 찾아다녀요.

꾸며내는 게 싫어요? 네. 항상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어느 날은 부어 있고, 어디가 마음에 안 들고, 살을 빼고 싶고,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결국 이게 난데 숨기고 사는 게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작사할 때 늘 그런 가사를 써요. 있는 그대로를 봐 달라고.

향기가 좋네요. 어떤 향수를 써요? 우디한 향수요. 무겁고 씁쓸한 나무 냄새. 여름이면 꼭 이걸 뿌려요. 좋죠? 저는 이런 중성적인 향을 좋아해요.

멋있네요. 뭐든 멋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스카이 페레라라는 뮤지션이 있는데, 후줄근해 보일 수 있는 빈티지도 멋있게 소화하더라고요. 일단 제가 멋진 사람이어야 입는 것도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멋있다는 건 뭘까요? 이 옷 멋있다, 저 글 멋있다, 하는 걸 떠올려보면 자연스러운 게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건 기억에 남죠. 제가 가수가 되고 싶었던 건 멋진 분들을 봤기 때문이고, 이젠 누군가 절 멋있게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요.

팬들이 지어준 ‘아기맹수’라는 별명이 이면성을 꿰뚫어본 것 같아요. 사랑스럽고 무구한데 이를 감춘, 그리고 아주 멋지게 자라날. 마냥 귀엽게만 봐주시지 않아서 좋아요. 겉으론 아기 같아 보여도, 착하지만 무르지는 않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사람들에겐 잘하지만 확실한 내 주관이 있고, 취향이 있고, 소신 있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

멤버들은 채영 씨가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고 느긋한 스타일이라고 평하던데요. 미나 언니가 그랬어요. 제게는 저 혼자만의 흘러가는 시간이 있는 것 같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니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그냥 내가 하던 대로 하면 돼’라고 생각하죠.

데뷔 5년 차, 만 스무 살, 지금은 어떤 나이예요? 어릴 땐 너무 성인이 되고 싶었어요. “넌 아직 어리니까”란 얘길 듣고 싶지 않아서. 막상 되고 나니 크게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엄마는 제가 일찍 사회에 나와 철이 빨리 든 걸 안쓰러워하시는데, 전 좋아요. 또래보다 빨리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던 게.

갑자기 뭔가 하고 싶어져서 충동적으로 해본 적 있어요? 음, 최근에 코엑스에서 청담 사거리까지 갈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택시가 안 보이는 거예요. 이참에 걸어볼까, 해서 거기까지 걸어갔어요.

매니저도, 마스크도 없이? 네. 전 혼자 다닐 때 마스크 안 써요. 알아보시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 안 써요. 연예인이라고 꽁꽁 싸매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제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 같아요.

펜화를 자주 그리죠? 제가 좋아하는 자그마한 잉크 펜이 있어요. 그림 그리기도, 글을 끄적이기도 좋죠. 손 가는 대로 그리다가 할아버지 형태 같아지면 할아버지처럼 그렸다가, 거기에 꽃을 그렸다가. 예전엔 답답하거나 우울하면 그림을 그렸어요. 전 자기만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인데, 데뷔 초엔 그럴 시간이 없다 보니 스케줄 끝나면 무드등 켜놓고 노래 들으면서 그림 그리고 글을 끄적이는 게 제일 큰 위안이었거든요. 벽에 제가 그린 그림, 피카소가 한 말, “그림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방법이다”를 붙여놓고요.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예요? 최근 훈데르트바서라는 화가에 꽂혔어요. 비비드한 색감과 기이한 형태가 아름답더라고요. 바스키아는 항상 좋아하고요.

어릴 땐 미술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면서요? 연습생 때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했죠. 유학 가서 넓은 세상과 부딪혀보고 싶기도 했고. 가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표현하고 만드는 일을 했을 거예요.

일은 즐거워요? 네. 지금 하는 일도 제 자신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이만큼 열심히 했다고 이만큼 보이는 게 아닐 때, 저 혼자였으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곁에 멤버가 8명이나 있으니까 힘이 되더라고요. 올해 들어서 특히 그랬어요. 저희는 서로를 정말 좋아해요. 다른 친구들보다, 서로만 이해하는 게 있으니까. 이제는 가족이죠.

멤버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다가도 가끔 멤버들이 채영 씨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던데, 어떤 순간이에요? 제가 자꾸 다른 말을 할 때가 있어요. 생각이 다른 데로 튀는 경향이 있다 보니까. 그런데 그걸 사나 언니만 이해해줄 때가 있어요. 사나 언니도 생각하는 게 되게 특이하거든요. 제가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면 다른 멤버들은 “이게 뭐야?”하는 반응인데, 사나 언니는 “이걸 그렸구나, 이런 마음으로 그린 거지?”라고 해주는데 거의 맞아요.

지금 헤어스타일을 바꾼다면 어떻게 할래요? 빨강, 초록, 오렌지, 핑크, 블론드 다 해봤는데 흑발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해요. 이번엔 더 짧은 숏컷을 해보고 싶어요. 투블럭도 좋고, 확 밀어보고도 싶어요.

오늘의 기분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 것 같나요? 두 사람을 그릴 거예요. 이런 저였는데, 바뀐 저, 두 명을 같이요. 그리고 꽃을 많이 그릴 거예요. 저는 기분이 좋으면 늘 꽃을 그리거든요.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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