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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배우 입문서

2019.10.04GQ

나만의 아티스트에서 모두의 아티스트가 되기 전에 서둘러 알아둬야 할 남자 배우들이 있다.

이상한 구교환
구교환은, 구교환이다.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해도 구교환스럽게 한번 비틀어 표현할 줄 안다. 이미 2015년부터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단편 작업들을 통해 확고한 세계관과 매력을 구축해 왔다. 조금 특이한 목소리, 감정을 종잡을 수 없는 말투는 구교환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단초다. 유튜브에서 이옥섭 감독과 운영하는 채널 ‘2X9’에 올라와 있는 단편선만 훑어도 구교환의 이상한 매력에 빠질 수 있다. 분명 대단한 미남도 아니고, 보는 사람 기를 다 빼놓는 날 선 연기력도 아니건만 자꾸 보고싶어진다. 카메라 앞에서 예측할 수 없는 몸짓과 눈빛으로 가장 이상하고 가장 구교환스러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입문작 주로 직업 없지만 꿈은 있는 청년으로 등장하는 ‘2X9’채널의 모든 단편,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 같은 <꿈의 제인>, 2019년 가장 힙한 영화 <메기>.

알 수 없는 박종환
한국 독립영화의 팬이라면 영화제에서 틀어주는 작품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 배우를 발견하게 될 거다. 박종환은 알 수가 없다. 영화 <밤치기>에서 노골적으로 같이 밤을 보내자는 ‘아는 동생’의 신호를 애써 외면했던 ‘아는 오빠’와 <타인은 지옥이다>의 잔인한 쌍둥이 형제를 쉽게 매치하지 못 하는 이유다. 심지어 이 쌍둥이 형제는 또 둘 다 성격과 말투가 조금씩 다른데 이걸 또 기가막히게 해낸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청년의 미소에서부터 자라온 환경을 가히 짐작하기 어려운 잔혹한 인물의 섬뜩한 미소까지. 박종환의 얼굴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 알쏭달쏭한 배우를 계속 궁금해할 것이다.

입문작 데이트 한번 하기 힘든 청년의 고단함을 담은 <오늘, 영화>, 오늘 밤 집에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밤치기>, 보고나면 기분이 확 나빠지는 <타인은 지옥이다>.

너드 중에 최고 조현철
배우 박정민은 10년 지기 친구 조현철을 두고 ‘나에게 열등감을 안겨준 천재’라 칭했다. 연기와 연출 능력을 두루 겸비한 조현철의 재능이 심지어 타고난 감각이라는 점에서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너드미’를 갖춘 배우를 꼽으라면 그 역시 조현철이다. 어리숙해보이지만 그 이면에 번뜩이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캐릭터에서 유독 빛을 발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차이나타운>의 ‘홍주’. 시간 맞춰 약을 먹고 바나나 우유를 좋아하지만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하면 가차 없이 죽일 수 있는 인물이다. 최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호텔 델루나>에서 키 크고 안경낀 ‘너드’ 캐릭터로 대활약 중. 영화에서 좀 더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조현철을 만날 수 있다.

입문작 엄태구, 혜리 주연의 <판소리 복싱>의 원작인 <뎀프시롤: 참회록>, ‘홍주’라는 잊지 못할 캐릭터를 연기한 <차이나타운>, ‘안경남 누구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마스터>.

어디에도 없는 백수장
되게 독특한 인상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진한 눈썹,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실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얼굴이다. 백수장은 독립 영화부터 상업 영화, 드라마 등 100편이 넘는 작품을 오가며 연기를 해왔다. <미쓰백>에선 게임에 빠져 딸을 학대하는 아빠로 등장해 관객들의 복장을 터지게 했고, <범죄의 여왕>에선 어딘가 많이 모자란 고시 전문가로 극의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구해줘 2>에서는 어느 경지에 오른 구박과 괄시 받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연기 호흡도 굉장히 독특한데, 때로는 애드립인지 대본인지 모를 정도로 형식없는 자유 연기를 보여주곤 한다. 아주 나쁜 놈부터 어리숙하다 못해 모자란 녀석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것도 자유자재다.

입문작 진짜 고시원에서 캐스팅 한 줄 알았던 <범죄의 여왕>, 너무 나빠서 할 말을 잃은 <미쓰백>, 한국형 건달 비주얼을 완성시킨 <구해줘2>.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