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서울에서 찾은 ‘코리빙 스페이스’

2019.10.04GQ

치열한 도심 속에서 우아하게 살고 싶은 1인 가구를 위한 새로운 주거 방식. 코리빙 스페이스가 서울에도 있다.

월급 상승률은 도저히 못 따라갈 정도로 치솟는 도시의 주거비와 도시로 몰려드는 청년들. 그런 고민 사이에서 코리빙 스페이스(Co-living Space)가 탄생했다. 사무실 공유 브랜드인 위워크(WeWork)는 2016년 코워킹 스페이스을 주거 형식으로 옮겨 온 위리브(Welive)를 뉴욕에 설립했다. 원룸부터 침실 4개짜리 아파트먼트까지 다양한 형식을 갖춘 공동주택이다. 모든 공간엔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고 일부 공간엔 부엌까지 갖춰져 있어 자신만의 공간에서 사생활을 누리고, 라운지, 게임 센터 등 공용공간에서 생활과 문화를 공유한다. 또한 위리브 앱을 통해서 요가, 요리 수업,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를 확인하고 다른 입주자들과 어울릴 수 있다. 국내에 먼저 보편화된 셰어하우스(Share-house)와 코리빙 스페이스가 다른 점은 여기에 있다. 사생활을 좀 더 분리시키고, 이벤트를 꾸리는 매니저를 따로 고용해 네트워킹은 강화했다.
런던의 올드오크(Old Oak), 상하이의 유플러스(You+) 등 땅값이 비싼 도시를 중심으로 코리빙 스페이스가 늘어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이케아의 스페이스 10에 소속된 건축가 제이미 윌리엄스는 현재 마을 단위의 공동 생활을 구현하는 ‘어반 빌리지 프로젝트(The Urban Village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집의 역할을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서비스의 개념으로 보고, 음식, 에너지, 디지털 서비스, 미디어 등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주거 비용으로 매달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건물에 산다고 해서 커뮤니티가 저절로 생기진 않아요.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서 함께 모이는 공간을 만들고 소셜 활동을 디자인해야 하죠.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코리빙 스페이스에서는 세탁, 청소 등 집안일에 들이는 외주 비용을 공동 구매해 가격을 낮추고, 자주 마시는 커피와 맥주를 대량으로 구매해 질을 높인다. 현재 공유 주거 시장은 1인 가구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언젠가 자녀를 독립시킨 실버세대, 비슷한 육아관을 가지고 공동육아를 하려는 가족 등 비슷한 라이프스타일끼리 모여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코리빙 스페이스를 모았다.

 

커먼타운
커먼타운(Common Town)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코리빙 스페이스다. 코오롱에서 독립한 리베토에서 운영 중이다. 서래마을, 여의도, 성수, 반포, 한남 등 젊은 층이 서울에서 가장 살고 싶지만 비싼 집값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31개 주택을 지었다. 최근 오픈한 31번째 집, 센트럴 261은 서울역, 광화문, 을지로와 가까운 남산 아래 자리잡았다. 필요한 가구와 가전이 모두 갖춰져 있어 입주와 동시에 생활이 가능하고, 요가 클래스, 소셜 러닝, 커피 클래스, 지식 살롱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소, 방역, 보안 등 신경쓰기 귀찮은 일은 커먼타운에서 맡아준다. 멤버가 되면 서울에 위치한 다른 커먼타운으로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직장이 바뀌거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져도 부동산을 오가는 수고로움과 계약 해지 고민 없이 쉽게 이사를 갈 수 있다. 역삼동에 위치한 커먼타운 트리하우스의 경우 반려묘와 함께 사는 집사를 위한 층이 따로 있다. 주변 임대 아파트의 월세보다 임대료가 약간 높지만 보증금이 적고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commontown.co

 

라이프온투게더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패스트파이브도 코리빙 스페이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이프온투게더(LIFE on 2.GATHER)는 선정릉역 인근 16층 130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통채로 사용한다. 6~8평의 개인 공간은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원룸, 미끄럼 방지 바닥재가 있는 반려동물 전용실, 복층 등 취향에 따라 14가지 형태 중 고를 수 있으며, 모든 방에 큰 창을 냈다. 더불어 16층 라운지에는 땡스북스가 큐레이션한 책과 핸드드립 도구, 우유 스팀기, 제주 에일맥주 기계 등을 세심하게 갖췄다. 옥상에 마련된 공중정원에서는 친구들을 초대해 강남을 내려다 보며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주택보다는 주거에 초점을 맞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쓴 흔적은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뤄왔던 습관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만든 스몰스텝 프로그램, 나의 공간에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도 진행한다. 영양제 구독 서비스, 지하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 할인은 덤이다. life-house.kr

 

테이블
강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소셜 아파트먼트, 테이블(T’able)이 있다. SK D&D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다른 코리빙 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가구가 완벽하게 갖춰진 개인용 독립 주거 공간과 라운지, 주방, 운동 공간 등 공용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처럼 룸 클리닝을 해주고, 세탁물을 걷어가고 우편물을 대신 받아주고, 카쉐어링도 알아봐 준다. 테이블에선 1층 라운지에서 이웃끼리 모인다. 간단한 아침식사와 커피, 각종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생필품을 파는 마켓, 최인아책방에서 추천한 500여권의 책이 꽂힌 공간, 개인 업무와 미팅을 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또한 소셜살롱 비마이비(Be my B)에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맡아 프렌치 요리 교실, 요가와 명상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며 느슨한 연대를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 추가로 올해는 성수동, 내년엔 서초동, 수유동, 신촌 등에 새로운 코워킹 스페이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ourtable.co.kr

 

로컬 스티치
로컬 스티치(Local Stitch)는 홍대의 작은 동네 호텔로 시작해 현재 8개 지점의 코워킹, 코리빙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창의적인 실험을 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로컬 스티치의 멤버들은 다른 지점의 주거와 업무, 상업 공간을 오갈 수 있다. 1인 맞춤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공간에 살면서 공유 사무실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이나 스타트업을 꾸릴 수도 있고, 전시나 서비스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할 경우 로컬 스티치에서 인테리어 지원을 받아 상업 공간을 대여하는 식이다. 마포를 중심으로 7개의 공간을 운영 중인데 그 중에서 성산점과 대흥점, 연남장, 당산점은 코리빙 스페이스를 품고 있다. 모든 코리빙 스페이스는 잭슨카멜레온, 오블리크테이브 등 국내 가구 스튜디오와 함께 개발한 1~2인 맞춤 가구를 설치했고, 로컬 스티치 멤버라면 각 지점에 있는 공유 공간(세미나실, 작은 도서관, 루프탑, 공유 부엌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테스트 키친, 로컬 아카데미, 네트워킹 파티 등 재미있는 이벤트에 초대되기도 한다. localstitch.kr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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