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형형색색의 공예로 물들은 광주

2019.10.09GQ

당신이 광주에 가야 하는 이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공작인: 현대 조각과 공예 사이>를 개최한다. ‘호모 파베르’에서 유래한 공작인(工作人)은 도구로서의 인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지적 활동’ 뒤에 가려져 있던 ‘만드는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재조명한다. 무엇보다 현대 조각을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 공예적 요소를 곳곳에 흥미롭게 배치했다. 지역적 특색, 글로벌리즘, 사회 · 정치적 이슈, 역사 의식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을 담았다. 손으로 만든 경이로운 예술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강서경, 서도호, 양혜규, 김범, 인슈전, 로즈마리 트로켈, 류웨이, 매슈 로네이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1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장 복합 3관에 들어서면 전통 바느질 기법으로 제작한 서도호 작가의 민트색 설치 작품이 가장 먼저 보인다. 총길이 14미터, 높이 3.5미터로 참여 작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하늘거리는 패브릭 건축이 기억, 이주, 전통, 상실 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보게 한다. 그 옆에서는 중국 작가 류웨이의 디스토피아적인 소가죽 설치 작품이 독특한 기운을 뿜어낸다. 목각 기술에서 출발한 독일 출신의 팔로마 파르가 바이스의 작품 ‘바구니 남자와 여자’도 생경한 감흥을 전해준다. 작가의 그로스테크한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옷은 제2의 피부다”라고 말하며 헌 옷을 수집해 날카로운 무기를 만든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인슈전의 작품은 혼돈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합 4관으로 이동하면 형형색색의 공예가 펼쳐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미국 작가 매슈 로네이의 초현실주의적 작품은 꼼꼼한 작가의 손재주에 감탄하며 한참 동안 작품 앞에서 서성이게 된다. 식물학, 생물학, 진균학 등에서 영감을 받은 신비로운 형체들이 기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여성의 노동에 대한 비판적인 작업을 전개해온 독일 출신의 로즈마리 트로켈의 힘 있는 오브제는 편협한 사회적 규범에 의문을 던진다. 정간보에서 영감을 받은 강서경 작가의 평면 조각,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화두를 던지는 김범 작가의 펄프로 감싼 조각, 민속과 수공예 개념을 탐구하는 양혜규 작가의 의인화된 조각 시리즈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봐야 한다. 전시는 2020년 2월 23일까지.

    에디터
    김아름
    사진
    Courtesy of Asia Culture Center, Gwangju, photograph by Kyoung T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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