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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마저 뚜렷한 패밀리 룩

2019.10.18GQ

잔상마저 뚜렷한 패밀리 룩의 이목구비.

Mercedes-Benz
C-Class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지위가 강고하다. ‘현상 유지’의 유혹에 이끌릴 법도 하지만, 벤츠는 매번 과거에서 탈피하려는 담대한 시도를 벌인다. C클래스는 가장 진보한 패밀리 룩이 저장된 세단이다. 낱알이 모여 이룬 LED 헤드램프가 입체적인 눈매를 만들고, 그 위를 ‘하얀 눈썹’처럼 가르는 주간주행등은 벤츠 패밀리 룩의 백미다. 그릴 중앙에 인장처럼 새긴 ‘세 꼭지 별’이 빛을 받아 반짝일 때, 메르세데스-벤츠의 권위가 넌지시 강조된다.

AUDI
A5

‘기술을 통한 진보’. 아우디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못지않게 지금까지의 진척을 이끈 속성은 디자인이다. 흐름에 편승하기보단 경향을 주도하는 태도로 ‘아우디식 디자인’을 설파했고, 지금까지 실패한 적은 없다. 아우디의 이목구비는 점점 공격적이고 대범하게 변하고 있다. A5는 그 정점에 선 표본이다. 프런트 그릴은 포효하는 입처럼 더욱 크게 벌어졌고, 보닛 위엔 ‘칼주름’을 잡은 제복처럼 네 개의 라인이 아찔하게 가로지른다.

JEEP
WRANGLER

변화가 언제나 옮지는 않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사수한 기조가 더 가치 있는 경우가 있다. 랭글러는 20세기 중반의 군용차 ‘윌리스 MB’에서 유래했다. 진창에 놓였던 전장에서의 기억은 오프로더로서의 성능으로 연결됐고, 세로 막대형 그릴은 지프가 구사하는 디자인 문법이 되었다. 새로운 랭글러도 변화보단 유지를 택했다. LED로 교체된 동그란 헤드램프의 기능적 속성, 새롭게 추가된 주간주행등만 제외하면 여전히 원형이 포개어진다.

LINCOLN
NAUTILUS

긴 역사에 매몰된 듯했다. 점점 진보하는 주행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는 익스테리어가 못내 아쉬웠다. 현상을 직시한 링컨은 새로운 패밀리 룩으로 디자인 방향을 선회했다. 대대적인 수선 작업이 시작됐다. 기존의 그릴을 뜯어낸 자리엔 링컨 앰블럼 모양이 촘촘하게 늘어선 메시 타입 그릴을 끼워 넣었다. 링컨의 프로젝트는 SUV도 가차없이 재단했다. MKX는 노틸러스로 이름까지 개명하며 드디어 구태를 뒤엎어냈다.

VOLKSWAGEN
ARTEON

아테온은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차다. 판매량, 비평, 브랜드 내 라인업에서의 위치, 기준점을 어디에 삼아도 같은 결과에 도달한다. 아테온은 폭스바겐의 디자인 언어가 가장 진하게 표현된 모델이기도 하다.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와 영겁의 시간을 의미하는 에온(Eon)이 합쳐진 피조물에서 폭스바겐의 패밀리 룩을 표현하는 수단은 직선이다. 좌우 헤드램프를 서로 연결할 정도로 광대하게 뻗은 선은 낮고 넓은 차체를 조각하려는 의도의 산물이다.

PEUGEOT
508

주간주행등은 패밀리 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점등하며 전면부 디자인의 인상을 좌우한다. 지금 주간주행등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는 브랜드는 푸조다. 차세대 패밀리 룩이 가장 먼저 내려앉은 쿠페형 세단 508에 그 증거가 명백하게 남아있다. 부릅뜬 헤드램프 아래로 송곳니처럼 길게 삐져나온 조명이 브랜드의 상징인 사자와 절묘하게 부합한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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