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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우석 "제 성격이 의외라고 좋아하기도 해요"

2019.10.22GQ

네 명의 소년이 팀 밖으로 나와 홀로 의 카메라 앞에 섰다.

니트 톱, 자라. 팬츠, 마르니. 슈즈, 8 at yoox.

재킷, 팬츠, 슈즈, 가방, 모두 디올 맨.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네요. 혼혈이냐는 오해도 많이 받죠? 네. 어렸을 때부터요. 그런데 전 그냥 광주 사람이에요. 하하하.

그런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어때요? 오히려 좋아요. 남들과 다르다는 거니까. 어릴 때 외국계 모델들의 패션 사진을 좋아해서 많이 보기도 했고요.

카메라 앞에서 멋있어 보여야지, 하는 생각이 없어 보여서 좋았어요. 전 카메라 앞에 설 때 자기애를 버려요. 내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니터도 안 봐요. 어떻게 찍히고 있는지 보면 어디가 못나 보이는지 연연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아예 의식 안 해요. 평소에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장점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자기 얼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눈이요. 원래는 처졌다고 생각해서 콤플렉스였는데, 지금은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보이는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덩치가 크고 이국적으로 생겨서, 절 처음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드나 봐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래서 제가 용기 내서 다가가면 상대방은 좀 놀라기도 하고, 제 성격이 의외라고 좋아하기도 해요.

정우석은 어떤 사람인데요? 느긋하고, 말도 되게 느릿느릿하고, 언성이 높아지는 걸 싫어해요. 문제가 생기면 항상 먼저 사과하는데, 먼저 사과한다고 굽힌다고 생각은 안 해요. 어쩌면 그냥, 낙천적인 것 같아요. 음원 성적이 안 좋다면 다음에 더 멋진 곡 쓰면 되지, 생각해요.

그럴 수 있는 여유는 어디서 와요? 멤버들. 주변 사람들한테 잘해야 한다는 건 보편적인 말이지만 저한텐 그게 특별하게 느껴져요. 전 주변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을 믿고, 그들도 절 믿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사랑받죠? 하하. 저희는 활동하기 전날이면 쌓인 거 다 비우고 가자고, 서로에게 바라는 점,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곤 하거든요. 그러다 밤을 새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형들에게 불만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좋아하는 팀과 잠시 떨어져 혼자 첫 화보를 찍어보니 어떤가요? 일단 잘해야죠. 펜타곤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 하하.

어릴 땐 뭐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 바이올린이랑 피아노를 오래 배웠어요. 콩쿠르를 자주 나갔는데, 그때마다 엄청 긴장했어요. 몇십, 몇백 번 연습한 곡이어도, 관객들은 딱 지금의 연주만 듣는 거니까. 언젠가 콩쿠르에서 너무 긴장해 실수를 해버린 적이 있어요. ‘틀리면 안 돼, 틀리면 안 돼’라는 생각만 하다가, ‘아! 틀렸다’, 싶었죠.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저도 어쩐지 웃기더라고요. 틀리고 나서야 긴장이 풀린 거죠. 제가 한 것 중 손꼽히는 최악의 연주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저는 ‘나는 뭐가 됐든 무대에 올라가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아까 유튜브를 보고 있던데, 혼자 있을 땐 주로 뭘 보나요? 라이브 영상이나 뮤지션의 다큐멘터리를 봐요. 트래비스 스콧과 포스트 말론을 좋아하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펑키한 밴드 음악도 좋아해요. 비욘세도 되게 좋아하죠. 영상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라이브 공연 영상을 많이 봐요. 무대 위에 있는 아티스트의 제스처, 표정, 무대 매너, 그런 걸 전반적으로 보죠. 많이 배워요.

어떤 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는데 멋있는 것.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무대에서 관객들과 더 교감하려고 하지, 일부러 멋있는 척을 하진 않아요. 그게 진짜 멋있어요. 인간적으로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베푸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인간 정우석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요? 평범한 사람이요.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저한테 이런 헤어와 메이크업과 옷이 없을 때 저는 되게 평범하다고 생각해요. 간혹 이 일을 안 했으면 뭐 했을 거 같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제가 동물을 되게 좋아해서 사육사를 하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앞으로 혼자선 뭘 해보고 싶나요? 기회가 되면 작은 전시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림을 끄적끄적 많이 그리거든요. 제가 색깔 쓰는 걸 되게 좋아해서, 마카로도 그리고 틈틈히 아이패드로도 그려요. 제가 그린 걸 남들이 다르게 보는 것도 재미있죠.

혼자 어디로든 갈 수 있다면 어딜 갈래요? 부산. 아주 어릴 때 가보고 못 가봤어요. 그때 부산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 그 장소들을 찾아다녀보고 싶어요. 저는 새로운 곳보단 오래 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게 오히려 더 설레는 것 같아요. 알면서도 모르잖아요. 내가 알던 여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런 마음을 갖고요.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곽기곤
    스타일리스트
    박영현
    헤어 & 메이크업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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