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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파티를 위한 치즈, 소시지, 순대 음식점

2019.11.25GQ

플래터 위에 갖가지 치즈, 샤퀴트리, 소시지, 순대를 가득 올린다. 혼자만의 작은 파티가 시작된다.

유어네이키드치즈
치즈야말로 한 사람의 취향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기호다. 부드럽거나 딱딱한 것, 신선하거나 완연하게 숙성된 것, 곁들임으로는 견과류가 좋은지 과일이 좋은지 등등. 성수동 골목길에 숨어 있는 귀엽고 사려 깊은 치즈 전문점 유어네이키드치즈는 60여 가지 치즈뿐만 아니라 올리브, 꿀, 잼, 향신료 등 다채로운 식료품을 갖추고 있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낮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쇼룸으로 운영도 하던 공간이 저녁 6시 이후부터는 웨스 앤더슨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와인 바로 변한다. ‘오늘의 치즈 플레이트’를 판매하며 직접 고른 치즈를 즉석에서 커팅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드러운 촉감의 향연인 ‘생 앙드레’, 캐러멜과 피넛 버터 같은 느낌을 주는 ‘란다나 고다 마일드 웨지’, 고소한 견과류 향이 나는 ‘장 페린 콩테 12개월’ 등 낯설지만 시도해보고 싶은 치즈가 도마 위에 한가득 오른다. 다른 누구도 없이 오직 치즈하고만 독대하고 싶어진다.

Rare Item 트러플이 함유된 고다 치즈 ‘바시론 트러플’. 부드럽고 고소한 고다 치즈 안에 짙은 트러플 향을 머금고 있어서 가을철 테이블에 깊이를 더해준다.

Drink 거부할 수 없는 ‘단짠’ 조합으로 즐기고 싶다면 포트 와인과 스위트 와인을 곁들여볼 것. 이효원 대표가 강력 추천하는 와인은 ‘르네뮈레의 크레망 달자스 퀴베’. 사과, 멜론의 매력적인 과실 향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어떤 치즈와 매칭해도 입에 착착 붙는다.

더 샤퀴테리아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밤,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안주의 ‘보고’. 한남동 언덕길에 위치한 더 샤퀴테리아는 고급스러운 건조육을 작은 양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나 홀로족’을 위한 공간이다.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 ‘존쿡 델리미트’에서 공들여 준비한 델리숍 개념의 레스토랑 & 바가 1층에 있고, 같은 건물 지하에는 살라미를 숙성시키는 과정을 어둠 속에서 지켜볼 수 있는 ‘살라미 뮤지엄’이 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듯 살라미가 숙성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즐겁고, 플래터를 통해 여러 가지 종류의 샤퀴트리를 비교해서 맛보는 재미 또한 반갑다. 견과류 향이 느껴지는 베요타 등급의 고급 하몽, 참나무에서 훈연해 쫄깃한 식감을 가진 미니 소시지 ‘카바노치’, 오랜 연구를 통해 이탈리아 전통 방식을 서울에서도 재현한 고소한 맛의 ‘블루미 살라미’ 등 ‘와인 친화적’ 안주가 가득 담긴 호사스러운 플래터를 생각하면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Rare Item ‘블루미 살라미’는 고기를 잘게 다져 소금과 후추로 맛을 낸 후 자연 발효시킨 다음 최소 30일 이상 건조 숙성시켜서 만든다. 표면에 뽀얗게 백곰팡이가 잘 피어날수록 진한 풍미를 선사한다. 바람과 시간이 만들어낸 궁극의 맛.

Drink 이곳은 와인 콜키지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알곡 같은 와인 리스트도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 토스타나 와인 ‘페트라 징가리’와 아르헨티나 와인 ‘노통 배럴 셀렉트 말벡’은 가격, 맛 등 여러 면에서 가장 좋은 선택.

세스크 멘슬
소시지는 씹으면 씹을수록 왠지 모를 욕망이 충족되는 음식이다. 성수동 세스크 멘슬은 독일식 소시지의 이로움을 집중적으로 전파하는 육가공 전문점이다. 10여 년 동안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을 돌며 육가공 장인의 레시피를 영리하게 흡수한 김정현 셰프의 노하우가 응축되어 있다. 핵심 레시피만 쏙쏙 전수받은 탓에 셰프는 ‘노른자 Egg Yolk’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스크와 멘슬은 비밀스런 레시피를 전수해준 그의 스승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 뜨겁거나 차갑거나, 두 개의 플래터를 판매한다. 요즘처럼 쌀쌀해진 날씨에는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주는 소시지, 미트로프, 스모크 햄, 베이컨, 고기를 갈아서 만든 레버케제, 뜨끈한 토마토 수프와 빵을 곁들여서 내주는 ‘핫 플래터’가 제격이다. 새콤한 감자 샐러드와 양배추 절임인 슈크루트와 함께 먹으면 합이 좋다. 세련되고 실속 있는 요즘 스타일의 동네 정육점.

Rare Item
‘케제크라이너’는 2016년 오스트리아 육가공 대회에서 우승한 장인에게 배운 레시피로 만들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에멘탈 치즈를 섞어서 만들어 부드럽고 고소하다.

Drink 세스크 멘슬 소시지는 간이 세지 않다. 셰프가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마리아주는 시원하게 뽑은 이네딧 담 생맥주와 같이 호방하게 먹는 것. 깊이와 향이 남다른 맥주와 소시지의 궁합이 유쾌하게 어우러진다.

서교고메
분식이라고 생각했지만 근사한 요리였다. 서교고메의 대표 메뉴인 ‘순대 플래터’를 보고서 든 생각이다. 한국식 샤퀴트리 순대, 맛있는 것만 꾹꾹 눌러 담아 만든 압축과 팽창의 음식. 서교고메는 동서양 요리의 독특한 크로스 오버를 즐길 수 있는 모던한 한식 주점이다. 최지형 셰프는 함경도 출신 외할머니의 특별한 레시피로 순대를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서양 요리와 적절하게 융합했다. 서교고메의 순대는 무겁지 않다. 채소 비중이 높아서 씹는 맛이 살아 있고 끝맛까지 산뜻하게 느껴진다. 플래터 위에 피순대와 백순대를 가지런히 썰어서 올린 후 그 옆에 아메리칸 체더치즈와 염장 돼지고기의 일종인 살치촌을 같이 곁들여 낸다. 직접 만든 머리 고기 편육도 얇게 썰어 제공한다. ‘추젓(가을철에 잡아서 담근 새우젓)’과 디종 머스터드와 사과 퓌레를 섞어서 만든 상큼한 소스의 조합도 일품이다. 순대 플래터를 두고 한두 잔 술을 마시다 순대국밥으로 얼큰하게 마무리하면 입은 물론 마감까지 개운하다.

Rare Item 순대 플래터를 주문하면 함께 등장하는 명태식해는 김치와 젓갈 사이쯤 있는 발효식품이다. 외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드는 서교고메의 함경도식 명태식해는 따로 포장 판매할 만큼 유명하다.

Drink 셰프가 강력히 추천하는 와인은 짭조름한 맛과 잘 어우러지는 ‘매누아 그리뇽, 카베르네 시라’. 구수하고 은은한 황금보리소주와 함께 먹으면 술술 들어간다.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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