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men

소개팅을 망치는 말 말 말

2019.11.27GQ

신사적으로 대했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애프터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해본 적이 있다면, 혹시 이런 말을 하진 않았는지 곱씹어본다.

“사진이랑 좀 다르시네요”
사진을 보고 얼마나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첫 만남에 외모를 지적하는 말은 무례함의 끝이다. 그 말을 듣고 겉으로는 쿨하게 넘기는 척 했지만, 굉장히 불쾌해서 함께 마주보고 밥 한술도 뜨고 싶지 않았다. 이후 그가 내게 어떤 질문과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도 거울이나 보고 와서 이야기하지 그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말은 농담이라도 상처가 될 뿐이다. 첫 만남에서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칭찬이라도 꺼내지 않는게 낫다.
이나연, 30세, 디자이너

“혹시 페미니스트 아니죠?”
주변에서 짧게 머리를 자르면 “너 페미니스트야?”라고 물어보는 남자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설마설마 했다. 하지만 소개팅에서 직접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얼마 전 만난 소개팅남이 “전 결혼하면 와이프가 아침밥 차려주는게 로망이에요”라는 놀라운 말을 하더니 “요즘은 여자들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어요” 라고 덧붙였다.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라고 했더니 대뜸 돌아온 말은 “혹시 페미니스트 아니죠?”다. 나는 아직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았는데 말이다. 도대체 페미니스트가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김수진, 27세, 온라인 마케터

“저희 나중에 사귀면….”
처음 만나서 이제 몇시간 같이 보내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 부담스럽다. 사귀는 것은 둘째 치고, 두번째 만남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인 게 소개팅이다. 처음 본 여자에게 너무 앞서서, “저희 나중에 사귀면 여기 같이 가요”,”저희 나중에 같이 놀러가요” 등 첫 만남부터 말은 참아줬으면 좋겠다. 여자들은 그런 말에 설레기보다는 부담을 느껴 주춤거리게 된다.
이수민, 26세, 프리랜서

“이제 결혼할 나이 아니에요?”
얼마 전 소개팅남이 소개팅 자리에서 불쑥 한 말이다. 나보다 4살 정도 연하였고, 서로 나이도 알고 나온 상태에서 “결혼할 나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들으니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건지 몰라 의기소침해졌다. 지나가는 말로 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많으니 부담스럽다는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씁쓸하고 불편했다.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나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우스운 세상이고  결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나 사정도 모두 다르다. 상대방에게 결혼에 대해 내 기준을 들이대며 얘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정송희, 33세, 브랜드 마케터

“저는 혼자 사는게 편해서 혼자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연애를 한다고 결혼까지 해야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연애를 하면 이 남자가 잠재적인 배우자로서 어떨까 생각해보는 것도 사실이다. 소개팅남이 첫 만남부터 혼자 사는게 편하다고 하니 ‘소개팅 왜 나왔지?’란 생각이 들었다. 잠재적 가능성까지 철벽 치듯 철저히 차단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미리 일러 두는 기분. 악의 없이 생각나는 대로 하는 말 같았지만, “아…”라는 말 밖엔 할말이 없었다.
신영지, 34세, 유치원 교사

    에디터
    글 / 이상희(프리랜스 에디터)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