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의 새로운 바람.
변화의 바람은 독립영화에서 시작된다. 올해 ‘SHIFT’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 45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계 안팎에서 가파르게 부는 바람을 감지한다. 역대 최다 공모작인 1,368편이 접수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상영작 수를 118편으로 확대했으며, 신작 장편 상영작 중 여성 감독이 49퍼센트로 역대 여성 감독 비율 중 최고치다. 장편 경쟁에서도 여성 서사가 빛났다. 고난에 맞닥뜨렸지만 삶의 온기와 긍정을 다시 움켜쥐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기지촌을 떠나지 못한 서러운 존재들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선보인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삐딱한 소녀가 장애인 지원 봉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형성을 깨며 밀어붙이는 <에듀케이션>이 눈에 띈다. 새로운 경쟁 부문에선 아이의 시선으로 가정 풍경을 그려낸 <남매의 여름밤>, 특별 초청 부문에선 꿈과 환상, 현재와 과거를 뒤섞으며 한 중년 여성의 실존을 고민하는 <프랑스 여자>를 추천한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도 놓치지 말 것. ‘청년의 얼굴, 아름다운 필름’이라는 부제로 한국영화의 청년성을 대변하는 80, 90년대 한국 독립영화들을 상영한다.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이 응축된 <지리멸렬>도 감상할 수 있다. 홍콩 독립영화특별전 또한 이 시점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홍콩 반환 20주년을 지나는 시점에 반환 이후의 변화를 돌아보는 특별전으로, 최근 촉발된 홍콩 민주화운동으로 시의성이 더해져 특별전의 규모를 확대했다. 방황하는 세 청년을 주인공으로, 반환 무렵 홍콩의 불안한 정서를 징후적으로 담아낸 프루트 챈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 등 1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상영작 전반에 이방인, 불안, 소외라는 키워드가, 그럼에도 살아내려는 힘이 읽히는 올해다. 타지에서 시를 쓰던 윤동주 시인의 시구를 읊조리는 <후쿠오카>(장률 감독)를 개막작으로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CGV 아트하우스,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등지에서 진행된다.
- 에디터
-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