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네에서 3대째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제르바소니를 지켜온 미켈레 제르바소니 대표를 만나 가구의 미덕에 대해 물었다.
푹신한 구름 같은 고스트 소파, 손으로 엮은 듯한 라탄 스툴, 제르바소니 가구는 힘주지 않아도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단순해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왜일까요? 우리는 자연에서 온 소재의 완벽하지 않은 아름다움에 주목합니다. 소재를 직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전통적인 공예 방식으로 풀어내는 겁니다. 친근하고, 공격적이지 않은 형태를 상상하면서요. 그렇게 탄생한 가구들은 아름답죠. 편안하니까요.
라탄, 리넨, 우드, 브라스 등 소재의 물성을 볼드하게 살리기로 유명해요. 새로 출시한 ‘실버’ 제품은 알루미늄을 활용했는데, 어떤 물성에 주목했나요? 알루미늄은 재활용되는 친환경 금속이면서도 강철보다 세 배 가볍습니다. 퀄리티를 담보할 수 있는 유니크한 금속이자, 조금의 변형도 없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어요. 최근 주목하는 소재가 있나요? 제르바소니의 DNA는 자연에서 온 소재들에 있지만, 최근엔 새로운 소재로 실험하는 걸 즐깁니다. 100퍼센트 재활용 가능한 에콜른 테이프를 활용하고, 새 아웃도어 컬렉션에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얻어낸 에코티크를 사용하고 있어요. 우린 늘 환경을 중시하죠. 소재부터 시스템까지 친환경적인 것인지 항상 고려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는요? 브라스. 매우 흥미로운 소재예요. 자연스럽고, 밝고, 가볍고, 연성이 있어 부드러우며, 황금빛 반사로 방을 가득 채우죠. 지금 이 쇼룸에도 있는 브라스 램프는 단순하지만 공간을 채우는 존재감을 지닌 아이코닉한 오브제예요.
여러 인터뷰에서 가구는 예술이 아닌 생활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집에 있을 때 우리는 휴식을 취하죠. 이 시간만큼은 기능적인 동시에 편안하고 친근하며, 사랑할 수 있는 사물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사물들은 독자적인 존재감을 뽐내기보단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어요.
요즘 가구 시장의 트렌드는 어떤 것 같나요? 유행이 없는 게 최근의 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는 방식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요. 이제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좇기보단 자신을 둘러쌀 물건들을 그때그때 자유롭게 택합니다. 이건 우리에게도 풀어야 할 과제예요.
그런 변화된 소비 방식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요? 제르바소니 가구에는 카멜레온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소파, 암체어, 모든 시트 커버는 교체할 수 있는 타입으로 디자인했죠. 어떤 커버를 씌우느냐에 따라 콘셉트를 매우 쉽게 바꿀 수 있어요. 그럼으로써 방의 분위기를 내키는 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실용성과 유연성이 우리의 무기가 되겠죠.
137년,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3대째 브랜드를 지켜온 비결은 뭔가요?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 덕이겠죠.
당신 집에 둔 제르바소니 가구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뭔가요? 누볼라 소파는 제 마음의 오브제예요. 최고로 편하고, 부드럽고, 푹신하죠. 어느 누구라도 이 소파에 앉으면 기분이 대번에 풀어질 겁니다. 그게 바로 가구의 미덕입니다.
- 에디터
- 이예지
- 포토그래퍼
- 설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