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투 성공률이 70퍼센트 밑으로 내려갔다. “하다 하다 이제 자유투도 못 넣나”라는 탄식이 쏟아진다.
2018-2019시즌 NBA 30팀 평균 자유투 성공률은 76.6퍼센트였다. 단 2팀만이 60퍼센트대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 아주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60퍼센트대에 머문 팀은 66.3퍼센트의 뉴욕 닉스 하나뿐이다. ‘농구판 챔피언스리그’라 불리는 유로 리그에 나서는 유럽 명문구단 18팀 중 자유투 성공률이 70퍼센트가 안 되는 팀은 3곳밖에 없다. 80퍼센트대를 기록한 팀도 다섯이나 된다.
한국 농구를 NBA나 유럽과 비교하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덩크슛이 덜 화려하고, 드리블이 덜 현란하다는 평가는 억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인정한다. 신체적으로 타고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유투는 피지컬과 무관한 영역에 있다. 영어로 ‘Free Throw’, 한자로 ‘自由投’라 불리는 이 행위는 농구 경기에서 수비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슛이다. 아무도 막지 않는다. 그냥 서서 던지면 된다. 이때만큼은 신체조건이나 운동능력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오로지 내 슈팅 실력에 의해 성공 여부가 갈린다.
서양과의 비교가 억울하다면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려보자. 일본 B.리그는 18팀 중 5팀이 60퍼센트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70퍼센트가 넘는 팀은 13개나 된다. 11월 3일 개막한 중국 리그는 20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60퍼센트 성공률에 그친 팀은 겨우 셋뿐이다. 어느 리그와 비교해도 국내 리그의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진다.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의미다. FIBA 농구 월드컵 출전국 중 KBL과 비교할 만한 규모를 가진 프로 리그만 살펴봐도 현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KBL보다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지는 리그는 필리핀밖에 없다. 그러나 필리핀 리그는 한국에서도 “체계적이지 않다”, “전술이 없다”고 말하던 리그 아닌가. 그러니 우리가 더 낫다고 위안을 삼아서는 안 된다.
승부처에서 3점슛이 아닌, 자유투가 들어가지 않아 고개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월 24일 안양에서 열린 KGC 인삼공사와 KCC 이지스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경기에서 패한 KGC 인삼공사는 4쿼터에 자유투 14개를 던져 8개를 실패했다. 자유투 한 개에 의해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KGC 인삼공사는 마지막 4개를 내리 실패해 2점 차로 패했다. 선수도 어이가 없었는지, 경기가 끝나고 연습을 자청했을 정도다. 이럴 때 감독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자유투를 위한 작전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KBL의 선두팀 SK 나이츠의 감독이자 명슈터였던 문경은 감독도
“자유투를 못 넣는 것은 혼나도 할 말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SK 나이츠의 자유투 성공률은 겨우 67.5퍼센트였다. 이번 시즌에도 점수를 벌려야 할 시점마다 자유투를 실패해 진땀을 흘리곤 했다.
왜 자유투 성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일까? 농구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먼저 경기 스타일이다. KBL은 다른 리그에 비해 수비가 특화된 리그다. 약점이 하나 노출되면 모든 구단이 그 부위만 줄기차게 물어뜯는다. 수비를 뿌리치기 위한 움직임이 더 많을 수밖에 없고, 몸싸움도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성향은 10~15년 전에 비해 더 강해져 오늘날 선수들이 더 힘들어한다는 의견이다.
이해는 간다. 경기 내내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슛을 던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납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10개 구단이 여름 동안 줄기차게 달리는 이유가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아니던가. “프로 선수들이 여름 내내 산만 달린다”는 비판을 들어가면서도 방식을 바꾸지 않은 배경이 그 체력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자유투 성공률이 7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고, 그 원인을 체력으로 몰아간다면 옹졸한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의 몸싸움은 KBL을 능가한다. 가끔 보면 격투기가 따로 없다. 코트 사이드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몸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제일 힘들어하는 것도 바로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이다. 그런데 KBL 몸싸움이 다른 나라보다 힘들어서 빨리 지친다는 것은 훈련 방식부터 잘못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두 번째는 원인은 멘탈이다. 경기에서 많이 뛰는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슛을 많이 던지니 부담이 없다. 하지만 공을 잡아볼 기회가 많지 않은 선수들은 아무도 막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선수 중 자유투 성공률 75퍼센트가 넘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외국 선수 못지않게 공을 많이 만진다. 그런데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다. 불행히도 성공률 75퍼센트가 넘는 국내 선수는 8명밖에 안 된다. 그나마 이 숫자는 2019-2020시즌 들어 늘어났다. 지난 시즌에는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라건아를 포함해 겨우 6명이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슛이 강점”이라는 해외 평가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공인구 재질이 바뀌어서”라는 주장을 하지만,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할 팬은 당연히 한 명도 없다. 직업이 ‘프로농구 선수’인 그들에게 농구공은 필수고, 이미 시즌 준비 기간을 포함해 최소 2개월은 그 공으로 농구를 해왔다.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는 자유투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연구한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투는 그냥 서서 던지는 슛이 아니다. 미친 듯이 빨리 달리고, 높이 뛰어오르다가 신체 접촉이 발생해 주어지는 슛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 혹은 부딪칠 때의 통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숨을 고르고 던져야 한다. 신체와 정신의 밸런스 잡기가 쉽지 않다. 첫 번째 자유투와 두 번째 자유투 성공률에 차이가 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처음 던져 들어가지 않았을 때 선수들은 의식적으로 무릎을 굽히거나 드리블을 더해서 감각을 익힌 뒤 던지곤 한다.
ESPN이 지난 20년간 NBA 경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첫 번째 자유투는 73.3퍼센트, 두 번째는 78.0퍼센트였다. 3구째는 85.7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자유투의 발생 요인을 이해한다면, 그저 동네 마실 나오듯 나와서 던지는 연습만으로는 결코 성공률을 높일 수가 없다. 가령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전설적인 NBA 선수들은 자유투를 연습하는 방법도 달랐다. 공을 던지기 전에 체육관을 미친 듯 달리곤 했다. 들어가지 않을 때는 다시 코트를 달려 호흡을 격하게 끌어올린 후 또 던졌다. 경기 중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자유투를 얻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지는 현상은 프로 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중고등학교, 대학교도 똑같은 골치를 앓고 있다. 학교 코치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그들도 억울하다고 성토한다. “연습을 정말 많이 시킨다”며 지도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접근 방법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SPOTV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상명대 이상윤 감독은 ‘루틴’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숨을 고르고, 밸런스를 잡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라고 말한다. 문경은에서 시작해 이정현에 이르기까지 KBL 대표 스타들이 즐겨 쓰는 ‘자유투 뱅크슛’도 그 중 하나다. 농구 원로들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해괴하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그러냐”라고 꾸짖지만, 자유투는 어쨌든 들어가서 점수를 얻으면 된다. DB 프로미의 치나누 오누아쿠라는 선수는 아예 자유투를 언더핸드로 던진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사용한 폼을 생각하면 된다. 처음 오누아쿠가 이 폼으로 자유투를 던졌을 때 KBL 감독은 물론이고 동료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폼이 참 웃기긴 했다. 그런데 오누아쿠의 성공률은 67.5퍼센트다. KBL 구단 중 오누아쿠의 평균 성공률보다 떨어지는 팀은 5곳이나 있다. 그 저조한 성공률로 인해 ‘프로농구 선수’라는 직업적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웃을 때가 아니다. ―― 오누아쿠가 그 슛을 던지기까지는 굉장한 고뇌와 반복 훈련이 있었을 것이다. 카이리 어빙같이 현란한 드리블이나, 덩크왕 잭 라빈같이 화려한 덩크슛을 KBL에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하지만 아무도 막지 않는 슛을 적어도 10개 중 7~8개 넣어주길 바라는 정도는 욕심이 아니다. 농구가 보고 싶어서 귀한 2시간과 티켓값을 투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글 / 손대범(<점프볼> 편집장)
- 에디터
-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