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유가 있어 고른 연말 뮤지컬 6

2019.12.11GQ

뮤지컬 보러가기 딱 좋은 연말이니까.

아이다 / 2019.11.16 ~ 2020.02.23
봐야 할 이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버전.

디즈니에서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대대적인 선언을 한 작품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기 전의 <아이다>를 마지막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잘 알려진 주세페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를 뮤지컬로 각색하며 엘튼 존과 팀 라이스 콤비가 만들어낸 다양한 음악색을 바탕으로 1998년부터 꾸준히 전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았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아이다를 맡은 윤공주와 전나영이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과 만들어내는 합이 눈에 띈다. 더불어 사실상 이 뮤지컬의 주인공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암네리스의 존재감이 한층 묵직하게 다가오는데, 작품 속 여성들의 역할을 새롭게 다듬기로 한 디즈니의 결정에 미리 힘을 실어주는 정선아의 흡입력은 이전 시즌보다도 뛰어나다.

팬레터 / 2019.11.07 ~ 2020.02.02
봐야 할 이유 개성 강한 캐릭터와 작은 무대로 꽉 채운 145분.

공연장의 크기가 작은 작품이라는 이유로 멀리하기에는 극본과 배우들의 개성이 강렬해 지나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극장의 스케일보다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극의 스케일을 키운다고 해도 좋겠다. 일제의 탄압을 겪는 와중에 자신들의 의지 하나만으로 글을 쓰고, 문학 그 자체의 가치를 지켜나가려 했던 청년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두 번쯤 접해봤을 소재이기에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인물들의 감정을 어떤 체격과 외모, 어투를 지닌 배우가 연출하느냐에 따라 서사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 극이기도 하다. 만일 단 한 번만 관람할 예정이라면 캐스트를 취향에 맞게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므로 프레스콜 영상을 꼭 참고한 뒤 예매할 것.

빅 피쉬 / 2019.12.04 ~ 2020.02.09
봐야 할 이유 <알라딘>의 동화적 상상력을 현실과 접목시키면?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상상력과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The Story Of My Life)>의 다정다감함이 지닌 힘을 조금씩 빌려온 듯한 작품. <빅 피쉬>를 포함해 팀 버튼과 함께한 수많은 작품을 비롯, 최근에는 <알라딘(Aladdin)>의 각본까지 맡았던 쓴 존 어거스트가 뮤지컬 극본도 담당했다. 다만 동명의 책과 영화를 실시간 스테이지로 구현하면서 놓친 요소들이 많고, 그에 관한 아쉬움은 이 작품의 장점인 다채로운 상상력과 다정다감한 정서를 굳이 다른 작품에 빗대어 찾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딘>을 통해 감상했던 동화적인 요소들을 좀 더 현실적인 가족의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을 선택할 이유가 된다.

스위니토드 / 2019.10.02 ~ 2020.01.27
봐야 할 이유 무대로 만나는 팀 버튼, 그 완성형.

뮤지컬 작품으로서도 완성도 높게 구현된 <스위니 토드>는 본래 이야기의 섬뜩함을 그대로 전달하고도 남는다. 소품 하나하나가 끔찍한 사연을 담고 있는 만큼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서 볼수록 생생하게 와닿는 건 사실이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앉게 됐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린아, 김지현 등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서늘하고 섬뜩한 이발사, 인간으로 파이를 만드는 가게 주인의 광기를 마지막까지 어렵지 않게 좇아갈 수 있다. 간신히 구한 구석 자리 티켓 한 장이라도 있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보디가드 / 2019.11.28 ~ 2020.02.23
봐야 할 이유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사랑한다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심지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보디가드>의 서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서사의 흐름을 떠나 이 작품은 서사보다도 더 널리 알려진 음악들 덕분에 힘을 발휘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아직 미흡한 부분들을 슬쩍 덮는다는 의미.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음 편히 예매해도 좋을 작품이며, 김선영의 노래는 관객을 작품의 한가운데로 이끌고 들어가는 중력처럼 단단하고 강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 2019.12.03 ~ 2020.02.28
봐야 할 이유 겨울만 되면 돌아오는 작품의 열 번째 겨울맞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이번이 여섯 번째 시즌 개막이다. 열 번의 겨울을 돌면서 만났던 배우들이 다시 한번 무대에 선다. 앨빈과 토마스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다양한 조합의 페어들을 골라 적어도 두 번 이상 관람할 것을 추천하는 까닭이다. 애정을 갖고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의 열정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매해 겨울 찾아올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는 관객들의 열정도 느낄 수 있다. 두 명의 배우와 피아노 소리에 집중하면서 마지막에 내리는 눈을 함께 맞고 나면 사랑스럽고 따스한 겨울밤이 기다리고 있다. 연말에 볼 작품으로 도무지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