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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꼽은 크리스마스 최악의 선물

2019.12.13GQ

이번 크리스마스엔 여자친구에게 대체 뭘 선물해야할까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중인가? 혹시 아래의 리스트 중 하나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케이크
예쁜 케이크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받는 순간은 예쁘다고 사진도 찍고 고마워했지만, 사실 케이크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 난감했다. 게다가 케이크는 하루 이틀 내로 먹지 않으면 버려야하기 때문에 의무감으로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초조했다. 그가 준 케이크는 결국 난 한 입도 맛보지 못한 채 가족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두고두고 함께 나누어 먹기도 힘들고, 소모되어 없어지는 음식은 아무리 예쁘더라도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비추다.
(심소미, 35세, 은행원)

드라이 플라워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퇴근 후 지하철 역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짜잔’하며 드라이 플라워를 내밀었다. 안개꽃을 말린 상태에 형광 분홍색 스프레이를 뿌린 거대한 꽃다발이었다. 촌스러운데 엄청나게 크기까지 한 드라이 플라워 다발을 들고 다니는게 힘들고 또 부끄럽기도 해서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진땀을 흘리며 힘겹게 고맙다고 했지만 이런 선물이라면 안 받는게 낫다. 꽃을 선물하고 싶다면 금방 시들더라도 아무래도 생화가 좋겠다.
(이수희, 34세, 도예가)

향수
샤넬 No.5는 고전적이고 섹시함의 대명사같은 향수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내게는 지나치게 강한 화장품 냄새처럼 느껴지곤 했다. 평소에도 주변에서 그 향이 나면 숨을 참을 정도였다. 남자친구가 신경썼다며 샤넬 No.5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밀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강한 향이 떠올라 코를 막고 싶었다면 너무 잔인한걸까? 향수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적용되는 기호품이다. 본인은 그 향이 좋다고 선물하겠지만, 내게는 악취가 될 수 도 있는 법. 향수를 선물하고 싶다면 미리 어떤 향을 선호하는지 넌지시 물어봐주면 좋을 것 같다.
(구민아, 32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인형
왜 여자들이 인형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왜 인형을 주는 걸까? 길거리에서 곰인형을 들고 다니는걸 직장 동료가 혹시라도 볼까봐 나도 모르게 잔뜩 위축됐다. 로맨틱한 깜짝 선물 리스트 중 하나인 곰인형은 정말 고전적인 선물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바뀌어도 되는 선물이라는 뜻이다. 초등학생인 우리반 아이들도 커다란 곰인형이라면 손사래를 칠지 모른다.
(박지연, 27세, 초등학교 교사)

운동복
평소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걸 아는 남자친구가 운동 좀 하라며 운동복을 선물했다. 나를 위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굳이 남자친구한테 운동복을 받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이후로 “내가 사준 거 왜 안 입어?”라고 물어볼 때마다 “그걸 어떻게 입고 돌아다니니?”라는 말이 턱까지 올라왔다. 극도의 실용적인 선물은 실생활에 도움은 될지 몰라도 선물로 받을 때 기분은 별로다.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최소한의 낭만은 필요하지 않을까? 차라리 예쁜 쓰레기라도 보기에 좋고 무드가 느껴지는 선물을 받고 싶다.
(박연수, 30세, 프리랜서)

닌텐도 게임기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였는지 닌텐도 게임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정말 뿌듯해했다. 게임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친구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었던 거다. 게임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선물을 받고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이냐며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는 최고의 선물일지 몰라도 나의 취향이나 취미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물이었다. 평소에 상대가 뭘 할 때 좋아하는지, 혼자 보내는 시간은 어떻게 쓰는지 조금 더 주의깊게 관찰하고 선물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김은지, 음악 강사, 29세)

    에디터
    글 / 이상희(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