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루이 비통이기에 가능한 일

2019.12.19GQ

거장이 올려 세운 기념비적 메종. 격납고에서 펼친 2020 크루즈 스핀-오프 쇼. 신기루 같던 애프터 파티까지. 모두 루이 비통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을볕이 좋은 10월, 루이 비통의 새로운 메종이 공개됐다. 석조로 이뤄진 외벽은 햇살을 그대로 반사해 말갛고 환한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현대 건축의 거장인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모습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영감이 된 한국 전통 동래학춤을 떠올리게 했다. 넘실대는 곡선형 유리 구조는 흰 도포를 입고 학의 동작을 표현한 유려한 춤사위를 허공에 옮겨놓은 듯 시적이고 상징적이었다. 입구로 들어서니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꾸민 높은 층고의 탁 트인 1층 라운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메종 내부 공간을 ‘Less is More’ 이념을 추구하는 미시언 Miesian방식으로 차분하게 완성해 살아 숨 쉬는 게리의 건축적 특징에 균형을 더했다. 가죽으로 정성스럽게 감싼 계단 손잡이를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을 위한 공간이 나왔다. 이곳에선 테일러링 서비스를 비롯해 의류와 가죽 제품, 슈즈, 여행 용품 및 서적을 두루 선보일 예정이다. 우아한 분위기의 1, 2층 공간엔 여성 컬렉션과 가죽 제품, 액세서리, 향수와 파인 주얼리, 워치가 전시되었고, 3층은 프라이빗 살롱 공간으로 꾸며 특별한 손님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하우스의 전 카테고리가 모인 풍성한 쇼핑 공간과 곳곳에 놓인 예술 작품을 지나 4층에 이르면 유리 패널 사이로 햇살이 들이치는 전시 공간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개관을 기념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특별 전시를 진행 중이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전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무료로 진행한다. 저녁이 되자 검푸른 하늘과 대비되며 하얗게 빛을 발하는 메종이 마치 우주선이 불시착한 듯 미래적인 분위기로 모습을 바꿨다. 한껏 화려해진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 모인 손님들은 메종 오픈을 위한 축배를 들었다. 새집 나들이의 설렘과 들뜬 마음이 채 가라앉기 전, 다음 날 루이 비통은 또 한 번 손님들을 불러 모았다. 메종 오픈을 기념해 인천 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격납고에 마련한 루이 비통 2020 크루즈 스핀-오프 쇼에 초대한 것이다. 드넓은 격납고엔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형상화한 웅장한 시노그래피가 우주를 유영하듯 머리 위로 둥둥 떠 다녔다. 이번 스핀-오프 쇼는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내 TWA 터미널에서 열렸던 루이 비통의 지난 2020 크루즈 컬렉션을 다시 재현한 것으로, 꿈을 찾아 떠났던 제트 시대의 흥분과 기대를 세련된 프린트와 자수를 놓은 브로케이드 의상, 강렬한 컬러의 블루종, 글래머러스한 가죽 소재 등을 통해 그려냈다. 서울 메종 오픈 소식에 루이 비통의 절친한 셀러브리티들도 대거 참석했다. 뮤지션 마크 론슨과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클로이 모레츠, 정우성, 공유, 송민호, 한예슬, 수현 등 루이 비통의 많은 친구들이 자리를 빛냈다. 성대한 축하 자리에 신나는 음악과 술이 빠질 순 없다. 모두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클럽 크로마로 자리를 옮겨 잇지의 공연을 시작으로 흥을 올렸다. 마크 론슨의 끝내주는 디제잉에 모두가 춤을 췄고 술잔을 비웠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마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에디터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