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멸종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직업이 있다. 바로 택배 기사다. ‘데스 스트랜딩’은 맞으면 급속도로 노화되는 비를 뚫고 오늘도 택배를 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충격적인 트레일러 영상과 모호한 메시지로 출시 전부터 주목받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불굴의 ‘택배맨’이었다. 짐이 많으면 자기 키만큼 쌓인 택배 상자를 메고 낑낑거리며 달린다. 넘어지면 상자가 와르르 무너지며 땅 위에 흩어진다. 널브러진 상자들을 줍다가 왠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물건을 배달하는 심오한 이야기에 괜히 비장해지기도 한다. 택배를 받은 사람이 환한 미소로 인사를 전할 때면 보람을 느끼지만, 진상 손님도 있으니 게임 중 적잖이 열 받을 수도 있다. 글 / 김강욱(게임 칼럼니스트)
- 에디터
-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