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레드벨벳 조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2020.03.24GQ

조이는 흔들리지 않고 변화해왔다. 단단한 자아와 유연한 마음 사이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블랙 원피스, 아크리스.

레이스 디테일의 비대칭 드레스, 버버리.

실크 소재의 튜브 톱 드레스, 커머번드, 모두 제이백쿠튀르. 이어링, 디올.

브라운 원피스, 블랙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꽃무늬 패턴 원피스, 돌체&가바나. 금색 라인 샌들 힐, 아쿠아주라 by 한스타일닷컴.

흰색 코트, 드레스, 모두 알렉산더 맥퀸. 헤어피스, 솔트워터.

레이스 디테일의 비대칭 드레스, 버버리.

블랙 톱, 꽃무늬 패턴 스커트, 모두 블루마린. 블랙 레더 장갑, 제이백쿠튀르. 슈즈, 지미 추.

레이스 디테일의 비대칭 드레스, 버버리.

오늘 촬영장에 감탄사와 환호가 넘쳐났어요. 거침없는, 자신감 넘치는, 자유로운 조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에요. 자신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예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것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꼭 예쁜 모습만 사진에 담겨야 한다는 규정을 스스로 짓지 않게 되었어요. 전형적인 아름다움, ‘예쁘다’는 의미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았어요.

그런 생각의 변화가 찾아온 계기가 있었나요?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그 공간에서만큼은 제가 하고 싶은 것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옷도 입어보고 그런 순간을 재미있게 사진으로 남기면서 조금씩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조이라는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뭘까요? 고민이 많이 되는데, 차밍이라는 단어를 꺼낼게요. 연습생 시절 제 별명이 차밍걸이었거든요. 스스로 장난처럼 붙인 이름이에요.(웃음) 그런데 그 단어가 맘에 들어요.

우문현답이네요. 오늘처럼 흰 크롭트 톱에 청바지만 입어도 매력이 넘치는걸요.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데님이에요. 지금은 이것저것 다양한 옷을 입어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한동안 뷔스티에 원피스에 빠져 있다가 요즘에는 부츠를 즐겨 신어요.

짧게 다녀온 뉴욕은 어땠나요? 뉴욕은 콘서트로 몇 번 가본 도시지만 이번엔 느낌이 좀 달랐어요. 사실 해외에 나간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많아져요. 시차 적응, 음식, 날씨의 영향을 잘 받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가기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죠. 막상 가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났어요. 뉴욕 패션 위크 참석도 처음 해보고, 사진도 많이 찍히고, 쇼핑도 좀 하고. 휴가처럼 느껴질 만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쉴 때는 어떤 리듬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성격이 느긋한 편은 아니라, 마냥 마음 편하게 쉬지는 못해요. 공부든 운동이든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이 있나요?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운동을 가는 것. 운동을 가기 직전까지는 자신과의 내적 싸움으로 괴롭죠.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운동을 끝마치고 나면 개운한 기분과 함께 ‘오늘 하루도 다시 잘 살아보자’라는 건강한 마음이 생겨요. 그 느낌이 좋아서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몸을 일으켜 어떻게든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려고 해요.

무대, 예능 방송, SNS 어디서든 계속 밝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샘솟는지 궁금했어요. 좋은 에너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건 강한 노력과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거든요. 저에게도 슬럼프 비슷한 시기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열아홉 살 때 무대에 섰던 저의 데뷔 영상을 봤는데, 빵끗빵끗 웃으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제 눈에도 예뻐 보였어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무언가에 한 방 맞은 것처럼 그 순간이 크게 와 닿았어요. 또 다른 나를 만난 것처럼요. 좋은 에너지를 가득 채워서 무대 위에 올라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렇게 했을 때 무대가 훨씬 재미있어지고 그것에 대한 팬분들의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이 일을 더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조이에게 잘 풀리지 않는 고민도 있나요? 어떻게 하면 보컬리스트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까? 저는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해 목말라요. 어제도 오늘도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에요.

가끔 연습실에서 혼자 노래 부르는 커버 영상을 종종 올리던데요. 곱고 여린 미성 가운데 낯설게 들리는 허스키한 톤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만든 소리인가요? 작년에 그런 느낌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목소리든 사람이든 양면성을 가진 것이 매력적이잖아요. 미성도 좋지만 허스키한 톤도 내보고 싶어서 그런 노래도 일부러 많이 들으면서 또 다른 창법을 연구했어요.

좋아하는 보컬리스트는 누구인가요? 연습생 시절엔 아리아나 그란데를 좋아했어요. 1집 앨범을 들으면서 나도 이런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롤로 주아이에 빠져 있어요. 한국에 처음 내한했을 때 공연을 보고 팬이 됐는데, 얼마 전 뉴욕에 갔을 때 시간이 맞아서 즉흥적으로 만나기도 했어요. 롤로 주아이의 오묘한 창법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 루엘의 ‘Painkiller’라는 곡처럼 멜로디가 화려하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 매료시킬 수 있는 그런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동안 레드벨벳은 정말로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해왔어요. 그 가운데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음악도 있나요? 저희 노래 중 ‘So Good’, ‘Kingdom Come’처럼 리드미컬한 알앤비 계열의 노래를 부르면 심장이 더 크게 요동치는 걸 느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매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 같아요.

무대에서 보여주는 제스처나 표정을 보면 조이에게 노래는 또 하나의 연기 같아요. 짧은 순간 몰입하고 작은 감정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진달까. 어렸을 땐 노래의 기술적인 부분을 더 신경 써서 연습해 상대적으로 감정 표현에는 서툴렀죠. 데뷔를 하고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치가 생기면서, 노래를 할 때 말하듯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대 위에 서면 노래 가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그 안에 감정을 담으려고 해요.

직접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도 드나요? 가사와 비슷한 걸 써놓은 메모 파일은 굉장히 많이 쌓여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낄 때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어두는 버릇이 있거든요. 사실 언젠가 그 내용을 토대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지만, 약간 겁이 나기도 해요. 저의 진짜 속 마음을 꺼내는 거니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상상이 잘 안 돼요.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면 사라져버리는 제 마음을 기록해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그래서 가능하면 틈이 날 때마다 제가 느끼는 모든 것을 꾸준히 적어두려고 해요.

문득 라디오 디제이를 해도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대방의 말을 사려 깊게 들어주고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아마 저희 멤버들도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일 거예요. 방송에서 보이는 제 모습은 텐션이 굉장히 높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면도 있거든요. 그래서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하고 잔잔한 노래를 선곡할 수 있는 심야 시간대 라디오 방송을 해보고 싶어요.

꼭 한번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도 있나요? 백예린 님. 일단 말하는 목소리도 너무 좋고 직접 쓴 가사를 보면, 그동안 이분은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이런 예쁜 가사를 쓸 수 있을까? 감탄해요. 은유적으로 표현한 가사 하나하나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서로의 취향과 경험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레드벨벳은 가장 콘셉추얼한 아이돌이라고 생각해요.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노선을 걸어왔어요. ‘Psycho’, ‘짐살라빔’, ‘피카부’ 등등 언어유희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음악을 담력 있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멤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어떤 표현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아요.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 언제나 긍정적으로 열려 있어요.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면서 레드벨벳만의 내공이 확실하게 쌓였죠. 우리가 전에 이런 느낌도 과감하게 소화했는데 이번에도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신감이 계속해서 저희를 도전으로 이끌어요.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앨범, 변화의 기점이 됐던 순간을 떠올려보면요? <Ice Cream Cake>를 발표한 2015년. 가장 많은 실험을 했던 작업으로 기억해요. 확실한 임팩트를 위해 멤버 전원이 헤어 컬러를 화려하게 바꾸고 뮤직비디오도 LA에 가서 찍었고, 그 결과도 너무 근사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한 무대는 ‘Bad Boy’ 때를 꼽고 싶어요. 예전에는 좀 귀엽고 상큼한 느낌이었다면 이때부터 좀 더 도도하고 당당한 저의 또 다른 모습을 표현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어렴풋하게 그려보는 미래의 모습이 있나요? 서른 살 즈음에는 저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해지고 싶어요.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담담한 사람.

    에디터
    피쳐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이준경
    스타일리스트
    박서현
    헤어
    김귀애
    메이크업
    이숙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