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도록 이끄는 존재엔 다 내밀한 사연이 있다.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4월 28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찰스 리치 Charles Ritchie는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 용지 위에 일상의 풍경을 정결하게 펼쳐낸다. 그 안에는 긴 시간의 흔적과 빼어난 공력이 담겨 있다. 작가는 계절의 변화를 허투루 표현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드로잉 작업을 번갈아가며 채색하는데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작품이 마치 현실을 오려내 수채물감으로 덧칠한 것처럼 보이는 데는 그의 탁월한 관찰력과 시인이 언어를 다루듯 빛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솜씨가 발휘된 덕분이다. 찰스 리치의 손을 탄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흐릿한 꿈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빛과 그림자처럼 일상적인 이미지에 꿈의 단상이 스며들게 한 그의 의도가 맞아 떨어졌다는 신호다.
- 피쳐 에디터
-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