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존스의 디올 맨 가을 컬렉션이 마이애미에서 열렸다. 타락은 쾌락으로 바뀌고, 어둠은 환희로 변했다.
킴 존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뒤 디올 맨은 매년 겨울 즈음, 파리 컬렉션의 번외로 프리폴 패션쇼를 연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덜 받아서인지, 초대 손님들은 마치 디올 맨 크루즈에 올라탄 것처럼 온전히 디올 맨의 시간을 즐긴다. 화려한 사람들이 모인 도시는 덩달아 들썩이고, 고요했던 밤은 활기찬 낮보다 화려해진다.
프리폴 컬렉션이 열리는 도시로 이번엔 마이애미가 선택됐다. 그간 킴은 브라이언 도넬리의 KAWS 토이, 소라야마 하지메의 로봇, 다니엘 아샴의 조형물 등을 컬렉션에 등장시켰고, 다음 협업 아티스트에 대한 궁금증은 늘 팬들의 화두였다. 이번에 함께한 션 스투시는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서핑과 힙합, 스트리트와 스케이트, 컬처와 패션을 결합하는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어쩌면 이런 성향의 스투시가 킴을 마이애미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킴과 스투시는 가장 먼저 그라피티 태그 형식의 디올 로고를 만들어 새로운 프린트를 디자인했다. 이 프린트는 디올 맨 컬렉션이 열리는 루벨 박물관 외관은 물론 내부의 바닥과 천장을 뒤덮었는데, 해마를 닮은 그러데이션 컬러는 마치 석양에 빛나는 파도처럼 보였다. 마침 마이애미 아트 바젤 기간이라 도시 곳곳에 보이는 디올 맨 프린트는 어느 광고판보다 효과가 컸다.
무엇보다 기대한 건 소문만 무성했던 에어 조던과의 협업이었다. 에어 조던 1 하이 OG 스니커즈는 컬렉션 당일 킴 존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공개됐는데, 그날 저녁 컬렉션에 초대된 트래비스 스캇보다 그가 신은 이 스니커즈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정도였다. 트래비스 스캇 외에도 킴의 친구들인 케이트 모스, 데이비드 베컴, 킴 카다시안, 익숙한 얼굴인 제이팍과 그레이, 디올의 카우보이 오빌 펙,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리키 마틴과 말루마 등이 초대됐다. 넘실대는 파도, 90년대풍의 신나는 노래와 함께 마치 꽃다발을 한가득 안은 듯한 모델들이 쏟아져나왔다. 플라워 모티프와 파이톤 프린트, 체크와 스트라이프가 조화를 이루는 룩에는 디올의 모자 디자이너 스테판 존슨이 만든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타일 무늬와 자수 장식의 니트 베레, 화려한 꽃무늬와 실제 꽃을 장식한 벙거지는 디올의 자수, 비즈, 레이스 등의 섬세한 장식과 견고한 테일러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히비스커스 레드와 퍼시픽 블루, 샤프란과 파스텔 톤의 산뜻하고 선명한 컬러 배합은 낮에 본 마이애미 비치의 아르 데코 건축물을 떠올리게 했다. 스투시의 새로운 로고는 벙거지와 베레, 백과 슈즈, 니트와 팬츠, 그리고 윤안이 디자인한 주얼리에도 적용됐고, 심지어 디올의 상징인 꿀벌 모티프 액세서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메탈과 파이톤 버전의 새들백, 스우시 로고에 디올 오블리크 모티프를 넣은 에어 디올 스니커즈는 이번 컬렉션의 아이콘이 확실했다. 유난히 긴 박수와 환호 속에 킴 존스가 등장했다. 마이애미 바이스 vice를 마이애미 바이브 vive로 만든 그였다.
- 패션 에디터
-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