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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장우영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았어요"

2020.05.21GQ

치열하게 살아온 우영은 고요할 줄도 안다. 그래서 야무지고 단단하다. 달궈지고 식기를 반복한 강철처럼.

레드 프린트 티셔츠, R13 at 무이. 데님 팬츠, 캘빈클라인 진. 벨트, 폴로 랄프 로렌. 펜던트 목걸이, 우영미. 브레이슬릿, 불레또.

더블 브레스티드 블랙 수트, 실버 토 디테일 레이스업 슈즈, 모두 벨루티. 실버 링, 에르메스. 실버 롱 네크리스, 보테가 베네타.

프린트 실크 셔츠, 화이트 머슬 티셔츠, 모두 에르메스. 블랙 쇼츠, 우영미.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 불레또.

실버 셔츠, 김서룡 옴므. 테슬 디테일 팬츠, 하이더 아커만 at 무이. 블랙 벨트, 지방시. 실버 목걸이, 불레또. 첼시 부츠, 프라다.

데님 재킷, 지방시. 화이트 머슬 티셔츠, 에르메스. 체인 네크리스, 크롬하츠. 체인 브레이슬릿, 디올 맨.

화이트 재킷, 화이트 톱, 팬츠, 부츠, 모두 프라다. 진주 네크리스, 밀서울.

데님 베스트, 준지.

촬영하면서 유심히 모니터링을 하던데, 군대 전후로 뭔가 변화가 있나요? 얼굴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보단 신기해요. 군대를 다녀와서 이렇게 빨리 화보를 찍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고 싶은 것들이 최고로 많았을 것 같은데요. 군대에서 휴식 시간이 되면 머릿속이 요동쳤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온갖 생각이 몰아쳤어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고민과 생각을 글로 옮겼어요. 처음에는 내가 봐도 쑥스러운 내용이 많았는데 차츰 나아지더라고요. 앞으로의 계획 외에 인간관계와 살아온 방식 등에 대해서도 되돌아봤어요. 얼마나 잘 살았는지, 남들한테 실수한 건 없는지, 생각했죠.

각오가 느껴져요. 군대에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고민을 물어보면 대개 “너는 다 이뤘으니까 우리 마음 모른다”라고 하더군요. 서로 출발선은 다를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은 똑같아요. 솔직히 꿈을 위해 내달렸던 열일곱, 스무 살 때보다 더 두렵기도 해요.

서른두 살, 지금 나이의 특권은 뭐라고 생각해요? 십 대, 이십 대를 어떻게 보냈든 좀 더 착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철든다고 할 수도 있는데, 과거의 경험과 실수를 돌아보고 이전보다 견고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거죠. 여기에 이십 대의 패기를 약간만 더해도 멋질 거예요.

이십 대의 장우영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채우기 급급했고 채워지는 대로 쏟아내기 바빴어요.

대중에게 뭔가를 계속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니까, 열심히 살았던 거네요. 크게 보면 이십 대 시절은 스물다섯 살을 기점으로 전반과 후반으로 나눌 수 있어요. 데뷔하고 나서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그 당시엔 ‘살인적인 스케줄’이란 표현을 많이 썼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어요.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지만 감사해요. 언제 그렇게 살아보겠어요. 노력에 비해 큰 인기를 얻었고, 돈도 벌었어요. 그런데 스물다섯 살이 되고 사춘기랄까, 혼란스러웠어요. 내 인생에 내가 없더라고요. 다 그만두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것 때문에 마음을 다잡았어요. ‘나는 2PM 멤버고, 2PM을 배신하면 안 된다.’ 이때부터 ‘열심히 살자’의 의미가 달라졌어요. 남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놀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그림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배우고자 했어요. 최대한 많이 느끼고 경험하면서 내 안의 감각을 일깨우고 싶었거든요.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았어요.

두 번째 솔로 앨범에 수록된 ‘I like’에 그런 마음을 표현했죠? 2PM, 그림, 피아노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쭉 이야기하면서 “세상의 모든 게 궁금해 알고 싶어 날뛰네”라고 했잖아요. 맞아요. 애정이 깊은 곡인데 다시 들을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요. 그렇게 솔직하게 가사를 써야 했나 싶어서요.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 시절의 장우영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요즘은 뭐가 궁금해요? 빨래 잘하는 노하우요. 하하.

아까 영상 인터뷰에서도 세탁에 빠져 있다고 말하는 거 들었어요. 생활력을 키우고 있어요. 빨래며 요리며,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보려고 해요.

5년 전 발표한 2PM의 ‘우리집’이 갑자기 인기 역주행을 누리게 된 이유는 궁금하지 않나요? 진짜 감사한 일이죠. 이런 생각을 해요. 2PM이란 그룹은 억지스러운 건 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이십 대 초반의 남자들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고난도의 무대를 보여줬어요. 춤, 노래, 애크러배틱 퍼포먼스를 했죠. 에너지를 뿜어내고 직설적인 사랑 노래를 불렀어요. 이후로는 조금씩 힘을 뺐어요.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우리집’에 이르렀어요. 철부지 같은 남자가 성숙하고 멋진 애인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제 와서 팬이 되어 죄송해요”라는 댓글을 봤는데, 2PM이 흘러가는 대로 해온 것을 알아봐 준 것 같아 오히려 고마워요.

데뷔 13년 차인데, 2PM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이죠? 당연히 우리를 모를 수 있어요. 유행도, 흐름도 굉장히 빠르잖아요. 경쟁도 치열해서 어필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집’을 통해 재조명을 받게 됐어요. 그것도 공백기에. 기적이라 생각해요.

‘우리집’ 말고 무대에서 다시 부른다면 어떤 노래가 먼저 떠오르나요? 10년 전 발표한 ‘Without U’를 혼신을 다해 불러보고 싶어요. 절규하듯 노래하는 파트를 맡았는데 활동 당시 성대 결절 수준으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아 혼자 립싱크를 했어요. 무대에서 제대로 부르지 못한 아쉬움이 커요.

2PM은 정상도 찍고, 실력도 인정받았어요. 한국 가요계에서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요? 음, ‘대한민국 아이돌’이라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네요. 활동 자체가 순탄치 않았지만 자부심을 느껴요.

그룹의 이름에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2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요. 장우영은 언제 가장 뜨거웠나요? 2013년에 한독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독일에서 했어요. 이미자 선배님과 함께했는데 선배님의 리허설 무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 모습에 얼어붙은 것처럼 ‘장우영,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자’라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어요.

무엇이든 직접 부딪혀서 배우고자 하는 성격이죠?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최백호 선배님을 찾아가 음악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십 대의 사춘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어요. 최백호 선배님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보고 위로를 받았지만, 답답한 마음이 다 가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음악을 하며 어떻게 버티셨는지 알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내 노래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좋아질 거다. 삼십 대보다 사십 대에 부른 노래가 더 아름다웠던 것처럼,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듣자마자 한 방 크게 맞은 기분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자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가 됐을 텐데요. 그런 경험이 있나요? 부산에서 함께 춤을 추며 데뷔를 꿈꾼 동생들이 있어요. 이기적일 수 있는데 데뷔 후 그 친구들에게 이 일에 대해 희망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어요. 내가 JYP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옆에서 같이 울어준 동생한테도 제발 포기하면 안 되냐고, 너는 나처럼 고생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몸도 마음도 되게 힘들었거든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절실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즐길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다만 지쳐 나가떨어질 수 있으니 조금은 현명한 방법을 고민해보길 얘기해주고 싶어요.

JYP 오디션만 고집했다는 일화가 유명해요. 첫 공채 오디션에서 우승했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한가요? 여섯 번째 오디션 도전이었을 거예요. 그때 떨어졌으면 다시 도전했겠죠. 이따금 그때의 영상을 꺼내 보기도 하는데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요. 화면 속의 내가 어딘가 지쳐 보여서요. 약간의 여유를 갖고 한발 물러나서 현실을 볼 수 있었다면 훨씬 단단한 아이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뭔가요? 연애를 할 때 머리로 재거나 계산을 하지 않았던 점요. 세상 물정 모르고 좋아했고, 헤어지면 심하게 아파했어요. 후회도 하고, 썩 좋은 연애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나란 사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사랑은 얼마나 중요해요? 사람이 1순위라면 사랑은 0순위예요. 막연한 개념이고, 내가 감히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을 통해 사랑을 느낄 수 있거든요.

3일 후 생일을 맞는데,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선물이 있을까요? 군대에 가 있는 동안 회사가 새로운 사옥으로 이사했어요. 건물도 크고, 시설도 나아졌어요. 연습실도 엄청 좋아요. 그곳에 작게라도 눈치 보지 않고 하루 종일 춤 연습을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진짜로.

그럼 어필을 해볼까요. JYP 신사옥에 2PM이 얼마나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꽤 된다고 봐요. 9층 건물이니까 4.5층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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