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우리가 더 알아야 할, 김동완이라는 사람

2020.05.22박희아

김동완은 늘 생각을 말로 전한다. 정확하게.

“평소에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렁스>를 선택한 것도….” “맞습니다.” 지난 15일에 진행된 연극 <렁스>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은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위와 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덧붙였다. “단어 하나하나 꼽아서 말씀드리기에 민감한 것들이 많아서 일일이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대본에서 농담처럼 ‘숨을 쉴 수가 없어’, ‘탈수 증상은 당연한 거잖아’ 같은 말들이 나오는데 그런 악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그에게 10년 전에 나온 대본은 2020년과 너무나 맞닿아 있어서 “무서운” 작품이다.

사회문제에 대해 입을 여는 김동완의 모습은 사실 그다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일수록 입을 열지 않기를 택하는 연예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꺼내놓는 이야기들은 적어도 연예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직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한창 신화가 인기를 끌던 당시에 숙소와 방송국을 늘 쫓아다니는 팬들에게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고민을 안겼고, 나이를 먹은 뒤에 수많은 후배들을 사이에서 비극적인 사건들을 맞이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돌이 일하는 세상이 과연 행복한 곳인지 늘 생각한다. 이런 시장을 가진 나라에서 과연 페미니즘을 운운할 수 있을까.”

한 커플이 아이를 가졌을 때 사회적‧환경적으로 자신들이 끼칠 부정적인 측면을 고민하고,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 연극을 그가 첫 번째 연극 도전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대답이 기자의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나온 이유도 그래서다. “단어 하나하나 꼽아서 말씀드리기에 민감한 것들이 많아서”라고 신중하게 입을 뗐던 그는 앞서 자신의 마이크가 잘 나오지 않아 박소영 연출이 건네주려 하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마이크를 나눠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크게 문제가 될 발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 배우인 곽선영의 연극 출연 계기에 대해 자신이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며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라고 빠르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물론 연예인에게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도, 반드시 도덕적으로 옳은 결말을 고민해서 제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김동완의 말과 행동이 누구의 권유나 강요도 없이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를 보는 대중의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김동완에게 쏟아지는 찬사가 그 혼자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동완은 지금, 수많은 연예인을 대신해서 “우리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늘 가까운 곳에서부터, 나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말은 진짜다. 김동완은 그 명제 안에서 움직이며 연예계를 한국 사회로 확장해 바라보고 있다. 화제가 되지 않아도 묵묵히 늘 같은 모습으로. “너는 좋은 사람이야.” 옆자리에 앉아 “내가 좋은 사람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동료 배우에게 응원을 건네면서.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