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강형욱에게 배우는 소통의 기술

2020.06.01차동식

‘개통령’, ‘강아지 강씨’, 강형욱이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보여준 놀라운 소통의 기술. 심지어 인간에게도 바로 써먹을 수 있다. 

#개소리엔 아이컨택 개는 훌륭하지만, 인간은 훌륭하지 않을 때도 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훌륭하지 못한 인간을 제압할 때 아이컨택 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기술도 없다. 강형욱은 맹견과 대치 상황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아이컨택을 보여준다.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동시에 몸도 움직임 없이 바르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다. ‘개소리 만도 못 한’ 발언을 한 상대를 아무 말 없이 고요하게 응시하는 것. 백 마디 말보다 효과적이다.

#반박 대신 반문하기 강형욱은 절대 개를 나무라지 않는다. 그 개와 함께 하는 인간을 나무랄 뿐이다. 특히나 반려견을 제대로 키울 환경이 되지 않으면서 변명만 늘어놓는 인간에게 강형욱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리고 웃으면서 묻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개소리일 수록 상대방은 당황하게 된다. 반박이 아니라 반문을 하게 되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다시 한번 논리적으로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 논리란 것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큰 에너지 낭비 없이 저 한 마디로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 단, 반드시 조금 쪼개는 듯한 미소를 동반해야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기 강형욱은 ‘괜찮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개도, 보호자도 안심 시켜주는 든든한 한 마디다. 그런데 도저히 괜찮지 않을 때는 안 괜찮다고 말한다. 보통 “우리 애가 평상시엔 괜찮은데 사람들이 갑자기 다가오면 돌변해요”라고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강형욱은 “아니요. 괜찮지 않은 거예요”라고 말해준다. 괜찮다고 믿고 싶겠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무조건 우기는 상대일수록 본인 맘대로 다 우기고 나서 “이렇게 해도 괜찮지?” 라는 식의 확인 사살을 하는데 그럴 때는 강형욱처럼 정확히 말해줘라. “아니요, 괜찮지 않습니다” 

#핑계는 원천차단 도움이 필요한 개들을 방문하다 보면 개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강형욱도 보호자에게는 핵직구를 날릴 때가 많다. 하루에 산책은 몇 번 시키는지, 개가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으면 많은 보호자들이 “예전에는 하루에 두 번은 꼭 같이 나갔는데 요즘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마음이 약해져서 들어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절대 그러면 안된다. 상대방의 변명이 시작되는 순간 말을 자르고, “변명하지 마세요” 라고 말해야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딨겠나.

#공감은 기본 강형욱이 개 말고 사람을 훈련시킨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지만 이 훈련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공감을 전제로 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있는 반려견과 이를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보호자의 상황을 공감하는 거다. 일단 공감은 하되,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점이 강형욱을 ‘갓형욱’으로 만들어줬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상대방에게는 비난 보다는 “지금 굉장히 힘드시겠어요” 같은 말로 공감을 건네라. 닫혀 있던 마음도 열리게 하는 마법의 언어다.

#필요하면 촌철살인 물론 강형욱의 참맛은 촌철살인에 있다. 묵묵히 모든 상황을 지켜보다가 ‘나도 너무 힘들어요’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보호자에겐 여지없이 뼈 아픈 말을 던진다. 몸으로 반려견을 제지하는 방식의 교육법을 두고 ‘마음 아파서 못하겠다’는 보호자에게 강형욱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진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마음이 아파서, 착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교육 안 하시는 거잖아요.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힘든건데요.” 어려운 상황을 빠져나가려고만 하는 상대방에게는 촌철살인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사실 아까부터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정도면 적당하겠다.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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