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감각적인 네 대의 모터사이클

2020.06.10GQ

아찔한 구조와 압도적인 실력으로 감각을 뒤흔든 네 대의 모터사이클.

오픈 페이스로 변형 가능한 풀 페이스 헬멧, 카베르그 at 얼리바이커.

사이드 케이스 스테이 40만2천원, 사이드 케이스 52만원, 모두 야마하.

YAMAHA
NIKEN

바이크 기술을 자본 삼아 영역을 넓힌 브랜드는 많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항공기는 파워트레인과 제동, 조향이라는 원리 내에서 일맥상통하니까. 반면 야마하가 채워온 이력은 상이하다. 악기를 생산하며 단련한 금속 가공 기술을 모터사이클 개발에 응용해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뤄냈다. 출발점이 달라서일까? 모터사이클이라는 범주 안에서 야마하는 끊임없이 변주를 시도했다. 리버스 트라이크, 즉 역삼륜 바이크 나이켄도 이에 포함된다. 나이켄은 세 바퀴로 구동하는 최초의 스포츠 투어러다. 민활한 기동이 보장되어야 하는 장르의 바이크가 바퀴 하나를 덧붙이고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웃했다. 사족처럼 보이는 바퀴의 효용을 의심했다. 하지만 보디빌더처럼 육중한 나이켄이 깃대 사이를 유연히 활강하는 스키 선수처럼 몸을 기울이는 거동을 경험하고는 야마하의 변주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엔진 주변으로 훤히 드러난 나이켄의 내부 구조까지도, 야마하식 변주를 위한 관악기의 일부처럼 보였다.

 

HUSQVARNA
FE450R

지형은 진화를 촉발한다. 생물에게만 해당되는 이치는 아니다. 모터사이클의 형태 역시 주된 활동 영역에 따라 종을 세분화하며 변화를 거듭했다. 정돈되지 않은 땅을 극복해야 하는 오프로드 바이크는 날씬하고 껑충한 체형으로 기틀을 잡아갔다. 폭이 한 뼘이라도 더 얇아야 우거진 나무 사이를 비집으며 헤쳐나가고, 지상고가 손가락 반마디만큼이라도 더 높아야 돌무더기를 훌쩍 뛰어넘을 테니까. 허스크바나는 오프로드 바이크의 개념을 정립해온 제조사이자 가장 진화한 기종들을 보유 중인 브랜드다. 최근 들어선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바이크의 무게를 감량하는 데 골몰했다. 배기량 450cc의 엔진을 장착한 FE450R의 무게가 1백 킬로그램 남짓할 정도로 군살을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운전에 따른 반응 속도는 현저히 빨라졌고, 뼈대는 더욱 강건해졌다. 등산화 같은 타이어를 신은 FE450R에 올라 험산으로 진입하는 순간, 아스팔트 위에선 요원하기만 했던 야성의 시간이 펼쳐진다.

 

HONDA
GOLDWING

모터사이클에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외부와 단절된 채 혼자만 누리고 싶은 음악 감상, 동승자를 배려한 뒷좌석, 춥고 더운 날씨로부터의 도피.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희망 사항들은 드라이빙을 하는 목적이자 전부일 때가 많다. 바이크 주행의 결점을 감안하면 혼다 골드윙을 모터사이클로 분류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난감하기도 하다. 자동차와 바이크의 우성 형질만 가려내 융합한 혼종이라는 부연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6개의 스피커에서 탑승자를 향해 울리는 음악과 열선 시트까지 설치된 강락한 뒷좌석만이 골드윙과 일반 바이크의 구별점은 아니다.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을 비롯해 사고를 대비한 에어백, 파킹 브레이크, 후진 기능 등 자동차의 영역에 속한 요소들을 욕심쟁이처럼 포괄한다. 정차 시 무거운 중량을 버티지 못하고 넘어질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항공기처럼 랜딩 기어를 내려 중심을 잡아주기도 한다. 신통한 기능을 하나둘 구현해보는 동안 국산 준대형 세단 가격을 훌쩍 넘는 4천1백50만원이라는 가격이 어느새 설득력을 얻었다.

 

BMW Motorrad
S1000RR

흔히 ‘리터급 R차’라고 부르는 슈퍼 스포츠 장르가 차지하는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브랜드가 자사의 기술력이 응집된 슈퍼바이크를 꾸준히 내놓는다. 자존심의 문제다. 하지만 BMW는 슈퍼바이크 개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BMW의 부재 속에 언제나처럼 일본 브랜드들이 슈퍼바이크를 분할 통치하고 있었다. 문제의 시점은 2010년이었다. BMW S1000RR이 게릴라군처럼 불쑥 등장하자마자 슈퍼바이크 시장을 휩쓸어버렸다. 현대적인 전자 장비와 몇 보 앞선 동력 성능에 준하는 경쟁 모델이 나오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슈퍼바이크의 기준을 하루아침에 상향 평준화한 S1000RR이 3세대로 교체됐다. 엔진 밸브를 여닫는 최적의 시간과 공기 주입량을 판단해 최대토크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을 조절하는 기술이 도입됐고, 최고출력은 207마력까지 끌어올렸다. S1000RR의 복귀가 다시 한번 슈퍼바이크의 평균치 상승으로 이어질지 예단할 순 없지만, 자존심 게임 3차전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피쳐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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