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취향 좋은 동네 보틀 숍 8

2020.06.15GQ

슬기로운 홈술 생활을 위한, 취향 좋은 보틀 숍.

비노 아미쿠스 #vinoamicus_wine
양재천을 걷다가 행운처럼 마주칠 수 있는 어여쁜 와인 숍. 라틴어로 ‘와인 친구들’이란 정겨운 뜻처럼 와인을 연결 고리로 일상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가깝다. 스페인 와인 전문 수입사인 ‘베리타스 비노’의 보석 같은 리스트를 중심으로, 테이스팅을 통해 들여놓은 와인 50여 종을 만나볼 수 있다. 하몽, 치즈, 올리브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리빙 제품, 자체 제작한 테이스팅 노트까지. 새로운 와인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햇살이 가득히 쏟아지는 주말 낮에 들러, 한 주간의 음주 계획을 느긋하고 알차게 세워봐도 좋겠다.
One Pick “마르 데 프라데스, 브뤼 나튀르를 추천해요. 스페인 리아스 바이샤스 지역의 알바리뇨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에요. 대서양의 향을 머금은 기분 좋은 향과 여운이 인상적이죠.”

내추럴 보이 #naturalboywineshop
애주가라면 눈이 번쩍 뜨일 아이템이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 청담동 SSG 뒤편 작은 길가의 내추럴 와인과 보이차를 함께 판매하는 숍이 바로 그곳. 와인과 보이차는 어린 시절엔 풋풋하고 생기 넘치다가, 오랜 시간 천천히 익어가면서 맛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너 살 때부터 보이차를 마셨다는 범상치 않은 주인장의 말에 따르면 보이차는 숙취 해소에도 좋다. 200여 가지의 내추럴 와인이 냉장고에 가득 채워져 있으며, 일주일마다 20여 가지의 와인이 새롭게 업데이트된다. 엄선해서 고른 치즈 코너도 눈여겨볼 것. 퇴근길에 마실 가듯 들르기 좋다.
One Pick “라에르트 프레르 블랑 드 블랑은 샤르도네의 돌연변이 품종으로 양조한 샴페인입니다. 입에서 꽃이 핀 것처럼 화려하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브리야 샤바랭 크림치즈와 먹으면 환상적이죠.”

현지날씨 #k.bottleshop_hyunji_weather
막걸리 학교에서 만난 귀여운 부부가 운영하는 전통주 전문 숍이다. 첫 데이트 장소였던 문래동에서 문을 열었다. 질문 하나만 툭 던져도 전통주의 A부터 Z까지, 이야기 실타래를 술술 풀어주는 명석한 공간이다. 가장 저렴한 5천원대 막걸리부터 오미자로 빚은 프리미엄 증류주 고운달 백자(18만원)까지, 엄선해서 고른 전통주 150여 가지를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전통주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먼 훗날 양조장을 짓고 귀농까지 이어지는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고즈넉한 서까래 아래서 두 사람과 두런두런 주고받는 대화가 정겨운 밀레니얼 세대의 전통주 사랑방.
One Pick “산소 스파클링은 병 모양도 샴페인을 닮은 막걸리예요. 청량한 기포, 적절한 당도, 상큼한 산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운 맛을 보여줍니다.”

퍼미에 크뤼 #1er_cru
9호선 노들역 상도터널 입구 앞, 과연 이런 곳에 와인 숍이 있을까 싶은 위치에 퍼미에 크뤼가 있다. 와이너리의 지하 카브를 연상시키는 깊고 서늘한 지하 1층에 스피크이지바처럼 은밀하게 숨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확실한 개성과 캐릭터를 가진 와인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와인이 좋아서 호주, 프랑스에서 와인 양조까지 도전해본 독특한 이력의 주인장이 큐레이션한 공간이다. 와인 메이커의 뚝심 있는 철학이 돋보이고, 규모는 작지만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와인을 주력해서 소개한다. 3만~5만원대, 바로 마시기에 좋은 실패가 없는 와인을 명쾌하게 추천해준다.
One Pick “포르투갈 와이너리 무로스 안티고스의 발포성 와인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 스파클링 와인의 색다른 매력을 한껏 보여줍니다.”

해적마트 #itaewon_harjuk
거대한 샹들리에, 빨간 초, 촘촘하게 진열된 세상의 모든 술. 속은 우아하지만 겉은 꾸러기 같은 노란 간판을 내건 해적마트.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혹시 개그맨이었나 싶을 만큼 속사포로 쏟아지는 주인장의 유쾌한 입담에 비실비실 웃음이 터진다. 90여 종의 와인, 60여 종의 맥주, 위스키, 진, 한라산, 염따의 플렉스 소주까지. 해적마트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술의 크로스오버가 가능한 공간이다. 최근엔 펑키한 내추럴 와인 섹션까지 갖췄다. 한가운데 놓인 나무 테이블 앞에 서서 와인을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신청곡까지 흘러나오는 마성의 우리 동네 보틀 숍.
One Pick “라망디에 베르니에는 좀 더 이름이 알려졌으면 하는 우아한 샴페인이에요. 한 모금 마시면 그날의 피로가 싹 풀리는 자양강장제 같은 술이죠.”

더 위스키 샵 바이 배럴 #thewhiskyshopbybarrel
지금까지 이런 위스키 보틀 숍은 없었다. 삼성동 주택가에 위치한 이곳은 싱글 몰트위스키를 전문으로 다루는 매장이다. 중후한 진열장 한가득 진귀한 술이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다. 25년, 30년, 50년 등 고숙성 위스키, 버번 위스키, 독립 병입 위스키 등등 입문자와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성이다. 가격대도 5만원부터 1억대까지 깜짝 놀랄 만한 스펙트럼이다. 길 건너 3분 거리에 위치한 위스키 바 몰트바 배럴과 한 형제인 공간이기도 하다. 바에서 마셔보고 맘에 든 와인을 병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유기적이며 상호 보완적인 위스키 천국.
One Pick “여름과 잘 어울리는 위스키 하이볼을 추천합니다. 포트 샬롯 아일레이 싱글 몰트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어서 즐기면 스모키한 향이 기분 좋게 피어오르죠.”

좋은와인 #yanggangtv
옥수동 언덕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은 골목길이 있다. 예사롭지 않은 그림을 따라 내려가면 간판이 없는 미로 같은 공간이 등장한다. 이곳은 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와인디렉터 양갱’이 운영하는 와인 숍이다. 19년간 와인 업계에 종사해온 그는 와인과 그림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실현했다. 여러 작가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벽과 천장 곳곳에 작품이 걸려 있다. 직접 마셔본 와인만 들여놓는 것을 원칙으로 총 300여 종이 리스트되어 있고, 특히 알곡 같은 샴페인과 좋은 호주 와인이 많이 숨어 있다. 보틀에 형광색으로 쓰인 #JMT 마크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One Pick “와이너리 투어를 갔다가 알게 된 샴페인 로랑 르카르는 둥글둥글한 맛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크루그를 좋아하는 분들이 데일리로 즐겨 마시는 샴페인이기도 하죠.”

이태리포도 와인샵 #italy _podo
망우동 한적한 대로변에 작은 이탈리아가 있다. 시칠리아, 움브리아, 캄파니아, 토스카나 등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이탈리아 전 지역의 와인을 골고루 구비해둔 특별한 와인 숍이다. 이탈리아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성정아 소믈리에가 직접 마셔본 경험을 바탕으로 사려 깊게 추천해준다. 이름도 낯선 지역과 토착 품종을 하나씩 발견해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누구라도 편하게 와서 와인에 입문했으면 좋겠다는 소믈리에의 바람처럼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소믈리에의 생생한 시음 후기도 놓치지 말 것.
One Pick “프란치아코르타 지역에서 만든 베를루끼 2014 빈티지는 샴페인 애호가들에게 추천했을 때 만족도가 높은 와인이에요. 캐비아와 함께 즐기면 완벽한 마리아주입니다.”

    피쳐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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