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은 ‘공감할 수 있는 성장 서사’를 그리며 발전해온 그룹이다. 그들이 말하는 ‘청춘’의 차이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K-팝을 한발짝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최근 보이그룹 세븐틴은 흔히 ‘초동’이라 불리는 발매 첫 주 앨범 판매량만으로 100만 장이 넘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일곱 번째 미니 앨범 [헹가래]에 이르러 거둔 엄청난 성과다. 데뷔 때부터 줄곧 세븐틴은 소년들이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그 진폭 안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고, 청량이라는 키워드는 그들의 성장이 늘 밝고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러나 세븐틴은 ‘울고 싶지 않아’, ‘독 : Fear’ 등의 곡을 통해 청량이라는 단어 안에서도 마냥 밝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까지 드러냈고, 이 과정을 통해 드디어 “청춘을 응원하는” 헹가레를 치면서 덩달아 청춘을 살고 있는 자신들의 삶까지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현재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세븐틴에 앞서 청춘과 성장이라는 단어의 효용을 가장 두드러지게 활용한 팀은 방탄소년단이었다. 하지만 세븐틴과 달리 방탄소년단은 K팝에서 ‘청춘 3부작’ 시리즈와 함께 청춘이라는 단어의 이면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팀이다. 세븐틴의 멤버들이 이른 청춘, 즉 소년 시절을 설렘의 순간들을 담은 ‘아낀다’, ‘만세’, ‘예쁘다’ 등의 곡으로 그려냈다면, 먼저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이들과 비슷한 연차를 나고 있을 때 소년 시절에 겪는 반항심을 주재료로 삼아 노래와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이 그리던 소년의 모습과 세븐틴이 그리던 소년의 모습을 비교하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워진다. 소년이 자라서 청년이 되고, 이 시간을 통틀어 청춘이라고 한다면 두 팀은 사뭇 다른 결로 K팝 안에서 탄탄하게 직조된 성장 서사를 표현해왔다. 두 팀이 지닌 시각차는 그들의 음악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똑같이 농구 코트를 음악과 퍼포먼스의 소재로 쓰더라도 방탄소년단은 “현실이 두려운 소년 / 공을 던질 때면 유일하게 맘이 되려 놓여()”라며 성장통을 토해냈고, 세븐틴은 코트 위에서 자유롭게 뛰놀면서 좋아하는 상대를 바라보는 퍼포먼스로 설렘의 에너지를 뱉어냈다. 또한 세븐틴이 “데이트 날이라 그런지 어제 꿈도 좋은 꿈 꿨지(‘아주 NICE’)”라며 기쁜 순간순간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면, 방탄소년단은 “I need you girl 왜 혼자 사랑하고 혼자서만 이별해(‘I Need You’)”라며 슬픔에 젖은 소년의 마음을 추상적으로 묘사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의 새 앨범은 소년들이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을 늘 꼼꼼히 기록해왔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며 가슴 뛰고 설렜던 세븐틴은 데이트 코스를 짜고,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나의 밤은 Deep Deep(‘어쩌나’)”로 표현할 수 있는 나이까지 자랐다. 그리고 이별까지 자연스레 이양되는 성장의 과정을 겪으며 이 시기를 무사히 지나온 이들에게 같이 헹가래를 치자고 말하는 청춘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연인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서사로 확장하며 청춘이 고민할 수 있는 무거운 현실의 뒷면을 보여주며 어른의 정의를 고민하도록 이끌었다.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도 이들이 음악을 통해 말한 이야기들은 모두 똑같은 시기, 즉 청춘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에 적절한 콘텐츠들이다. 두 팀의 인기 요인을 “공감할 수 있는 성장 서사”라고 한 번에 축약할 수 있는 이유다.
현재 K팝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계속 쓰인다. 남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어쩌면 모두가 흉내내고 싶을만큼 성공적으로 이 키워드를 활용한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덕분에 벌어진 일일 것이다. 물론 완연히 청년이 되어서 큰 성과까지 거둔 두 팀에게 더 이상의 성장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의 기획 안에서 그려낸 성장이 실제의 큰 성취로 이어지는 일은 정말로 드물다. 세븐틴의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로 함께하게 된 것이 결코 음악 산업에만 걸친 이슈가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키워드조차 상반된 시각으로 완성도 높게 구현한 두 회사는 한국의 대중문화산업 전체에 큰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청춘의 양면을 각각의 시각으로 구현해 수많은 후발주자를 1=2라는 공식이 통하리라 보기 어렵다. 예측할 수 없는 숫자가 2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플레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