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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가 될 순 없어] 그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

2020.07.08박희아

요즘 제일 재밌는 가족 예능, JTBC [1호가 될 순 없어]의 그들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세 마디 말에서 찾았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박미선 “돈 버는 사람이 벌고 살림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JTBC <1호가 될 순 없어>는 국내 코미디언 부부들의 이혼률이 0%라는 흥미로운 결과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중 첫 번째로 VCR에 나온 김지혜와 박준형 부부는 서로의 일상 패턴을 고려해 집안일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 대신 홈쇼핑에서 쇼호스트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지혜를 보며 출연진들은 오전에 일어나기가 수월한 박준형이 집안일을 하는 패턴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때 카메라는 아무리 부인이 바빠도 남성은 집안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또한 귀찮아서 집안일을 미루는 최양락을 비추는데, 박미선의 한 마디가 그를 더욱 움찔하게 만든다. “저게 맞죠. 돈 버는 사람이 벌고 살림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사실, 이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어야 요즘은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변화는 장년층 남성들의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강재준 “선배님, 절대 이혼하지 마세요!”
최양락과 부부인 팽현숙은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남편이 집에 돌아와 화를 낼 것을 예상한다. 그의 예상대로 최양락은 “돈이 얼마나 들어갔냐”며 소리를 지르는데, 팽현숙은 이때다 싶어 찜질방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만든 특별한 방을 공개했다. “선배님, 절대 이혼하지 마세요!”는 이 모습을 보고 놀란 후배 코미디언 강재준이 최양락에게 던진 말. 물론 남편을 위해 자신의 돈을 들여 방을 꾸며주는 부인의 모습은 멋지다. 그러나 팽현숙과 박미선이 얘기하듯 강재준의 말은 “우리 개그우먼들은 생활력이 너무 강하다”는 한탄과 맞물려 여성의 입장에서 다소 씁쓸하게 들리는 말이기도 하다. 생활력이 강한 부인에게 의존해 하나부터 열까지 일상을 해결해나가는 중장년 남성들의 모습은 2030세대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아버지를 보는 듯한 기시감과 당혹감을 동시에 안기기도 한다. 동시에 왜 팽현숙-최양락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지금껏 살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한 사람의 희생, 그것이 어떤 부부에게는 결혼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란 뜻이다.

김지혜 “아무도 우리의 개그를 안 알아줘.”
특별한 콘셉트를 가지고 가족사진을 찍은 김지혜와 박준형 부부는 자신들의 개그에 공감하지 못하는 두 딸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신나게 웃었다. 그리고는 한창 박준형이 전성기 때 선보였던 ‘우비 삼형제’ 개그에 웃지 않는 딸들을 보며 김지혜가 “아무도 우리의 개그를 안 알아준다”며 박준형을 껴안았다. KBS <개그콘서트>가 방송을 중단했지만, “개그맨, 개그우먼끼리 결혼하니까 추억을 공유하는 게 너무 크다”며 여전히 서로의 칭찬을 할 수 있는 사이로 남는다는 것. 이는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남편을 선택했던 가장 큰 포인트는 공감이었다”는 박미선의 말처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말에 담긴 속뜻을 알아주고,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같다는 점은 <1호가 될 순 없어>가 보여주는 결혼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콩트를 하며 분위기를 푸는 코미디언 부부들의 모습을 보며,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면 친구처럼 더 오래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지나가는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같은 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고, 같은 마음으로 슬퍼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난다는 것 얼마나 굉장한 확률인지 안다면, 이 따뜻한 장면을 보지 않고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