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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을 걷어내고 본 아이돌의 ‘온택트’ 콘서트

2020.07.17박희아

많은 아이돌이 ‘온택트’ 콘서트를 언택트 시대의 대안으로 삼기 시작했다. 티켓 가격은 3만원 중반 선. 그런데 일각에서는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6월, SM 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많은 K팝 기획사들이 ‘언택트’ 콘서트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사라진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응원봉을 구입할 수 있는 패키지를 판매했고, 다른 아이돌 팀들도 제각기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메라 워크에 좀 더 역동성을 부여하거나, 토크 시간도 늘리면서 팬미팅과 콘서트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그룹 프로듀서 A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음반을 내면 낼수록 손해에 가까운 현실에서 무엇이라도 해서 수익을 내기 위한 기획사들의 노력”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귀로 들을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홀로 쓸쓸하게 들고 있는 응원봉 외에는 어떤 것도 손에 닿지 않고, 텁텁한 공기를 느낄 수 없고, 폭죽이나 스모그의 퀴퀴한 냄새도 맡을 수 없다. 다음 순서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이런 감흥을 주거나 이런 애드리브를 해서 깜짝 놀라게 해줄 것 같다는 팬의 육감도 발휘되기 어렵다. 지금 ‘언택트’라는 키워드는 기존의 콘서트가 활성화시켰던 오감의 영역 중에서 단 두 가지 만을 발동시키며, 오로지 팬과 아티스트 사이에서만 발휘되는 오묘하고 신기한 육감의 영역은 전혀 발휘될 수 없게 만든다.

“재미는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보는 거죠.”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인 B씨는 “현장에서 무대가 정말 멋진 팀이라 콘서트를 기다렸는데 ‘언택트’ 콘서트는 그냥 음악방송을 보는 느낌으로 봤다”고 말한다. 일견 ‘언택트’ 콘서트는 철저하게 팬들의 수요에 의존한 콘텐츠처럼 보인다. 그러나 프로듀서 A씨의 말처럼 기획사들이 금전적 필요에 의해 여는 이벤트이면서, 기획사에게는 화면으로 아이돌들의 모습을 전달할 의무만 있다는 점에서 B씨와 같은 불만을 갖는 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그들에게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할 법한 고민이 최소한으로 줄어든 상태다. 하다못해 공연장 바깥에 플래그를 매달고 현수막으로 홍보를 할 필요도, 포스터를 붙일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물론 받아야 할 콘서트 티켓 값이 줄어든 만큼 기획사 입장에서 해야할 것도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줄어든 티켓 값은 사실상 콘서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장감만큼의 비용이며, 이 점에서 기획사들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만족감을 주기는 매우 힘들다.

당연히 ‘언택트’ 콘서트가 재미가 없는 이유를 기획사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것은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벌어진 산업 구조의 변동이 가져온 결과다. 그러나 문제는 똑같이 ‘언택트’ 콘서트를 열면서도 장소 대관과 의상 교체 등 최소한의 고민 외에는 아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일부 안일한 기획사들의 행태다. 또다른 아이돌 프로듀서 C씨는 “공연업체에 개런티만 받고 공연을 맡기는 경우에는 더 안일할 수 있다”며 “개런티는 그대로라 타켓값이 현장 콘서트와 비슷한 경우도 있어 불만이 생긴다”는 점도 지적했다. ‘언택트’ 콘서트를 열 때는 일반적인 현장 콘서트와 달리 세트리스트에도 그에 맞는 변화를 주어야 한다. 신나는 곡을 마지막에 앵콜 넘버로 배치하는 것보다 잔잔한 팬송으로 마무리를 짓는 게 지금 팬들이 TV나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느끼는 감정에 더 어울릴 수도 있다. 방구석에서 뛸 수 없는 팬들에게 아무리 신나는 노래를 선물해도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만 나오는 TV 음악방송”이라는 평 외에는 더 깊은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

팬사인회의 형태를 스마트폰을 활용한 1:1 팬미팅 형태로 바꾸면서 팬들이 만족했던 것은 현장 팬사인회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일들이 주는 만족감이 컸기 때문이다. 현장감이 없다는 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만족도가 컸다는 뜻이다.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일정을 관리하며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의 1:1 팬미팅을 추진한 회사들은 음반 판매량이 최소한 현상유지에 가깝거나 도리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고 해도 이 일이 K팝 기획사들에게 주는 교훈은 명쾌하다. 고척돔이나 올림픽공원 소재의 공연장 크기가 아니라 방구석만한 크기에 맞는 볼륨으로 콘텐츠의 서사를 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재미없다”고 불평하는 가운데 재미있다는 평이 나오는 팀의 공연이 있다면 넷플릭스와 왓챠 호황의 시대에 관심을 가질 사람들은 분명 늘어날 것이다. K팝 기획사들에게 주어진 ‘언택트’ 시대의 과제는 이렇게 하나씩 늘어난다. 어쩌겠는가. 가진 게 많을 수록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도 많은 법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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