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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 15+1

2020.07.22GQ

어디론가 보내야 해서 요즘 자주 듣는 음악 열다섯 곡을 골랐다. 리스트를 만드는 데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왜냐고 묻길래 즉시 답했다.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밤(다음 날이 주말이 아니고, 연차 휴가 혹은 회사 창립일 등등이어서 남들 출근할 때 나는 놀 수 있는 평일이면 더 훌륭하고) 자느라고 밤과 새벽을 놓칠 순 없다. 이런 밤, 플레이리스트를 순서대로 듣는다. 전주부터 가슴이 철렁한 ‘슈퍼스타’를 시작으로 여러 번 되풀이해서 듣다 보면 새벽에 애니 레녹스의 푸르고 청량한 보컬을 만난다. 대체로 둘이서 듣기 좋은 말랑말랑한 러브송이지만 중간쯤 정신이 번쩍 드는 디페쉬 모드와 더 글리머스가 있으니 졸다가 망할 일은 없다. 레드 와인을 마시다가 코냑으로 바꾸기 좋은 타이밍. 밤을 꼴딱 새면서 사랑 노래를 듣다 보면, 모든 걸 다 걸었던 철없는 마음이 얼마나 순진하고 예뻤나 새삼 애틋하다. 그리고, 지금은 헤어져 만나지 않는 옛 연인들에게 안부 인사를 보내고 싶은 기분이 맹렬하게 든다. 시절이 이렇게 수상한데 사랑했던 우리 모두 잘 지내면 좋잖아. 참, 오늘 이 리스트에 김정미의 ‘바람’ 한 곡을 더 추가했다. 그런 목소리를 하고서 “나만 사랑하는지 알고 싶구나”라니. 이렇게 뻔뻔하고 귀여울 수가!

01 Sonic Youth – Superstar
02 Devine Comedy – Our Mutual Friend
03 Roxy Music – More Than This
04 Pure X – Starlight
05 Tom Waits – 01 ‘55
06 The Strokes – Ode To The Mets
07 John Lennon – Woman
08 Depeche Mode – Photographic
09 The Glimmers – Physical
10 Iggy Pop & Francoise Hardy – I’ll Be Seeing You
11 Arcade Fire – Good God Damn
12 Vashti Bunyan – Will I See You Tonight?
13 Arctic Monkeys – Love Is A Laserquest
14 Penny & The Quarters – You & Me
15 Annie Lennox – Whiter Shade Of P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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