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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Z VS 정세운, 매혹적인 대결

2020.07.24박희아

선명한 개성의 솔로 아티스트 WOODZ(조승연)와 정세운이 나란히 매혹적인 앨범을 내놨다. 완전히 다른 두 앨범이지만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고 싶은 지점이 많다.

WOODZ(조승연)과 정세운, 정세운과 WOODZ.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Mnet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이라는 점 하나뿐인 것만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우울에 빠진 K팝 업계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혹적인 앨범을 발표했다는 게 지금 이 두 사람을 주목하는 이유다. 두 아티스트의 매혹적인 포인트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왜 이 두 개의 작품이 모두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지 짚어봤다.

# 앨범에서 드러내는 자아

WOODZ(조승연)의 [EQUAL]을 들으면서도 아직은 조승연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이 앨범은 WOODZ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조승연의 첫 솔로 앨범이다. 타이틀곡 <파랗게>는 무대에서나 뮤직비디오에서나 WOODZ라는 인물이 지닌 고유의 섹슈얼한 분위기에 그룹 유니크 시절부터 SNS와 솔로 작업 곡들을 통해 드러냈던 그의 과감함을 씨실과 날실 엮듯 만들어낸 곡이다. 앨범 수록곡 또한 효과적인 후크가 필요한 K팝 고유의 특징을 놓치지 않으면서, R&B와 힙합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성격을 격렬할 정도로 에너제틱하게 담아내 흥미롭다. ‘자기야 네가 날 바라보면 난 말문이 막히는걸(파랗게)’에서 ‘속도를 즐길 땐 조심해야 돼 / 낭만 vibe and 낙마 life(BUCK)’에 이르기까지, 그는 낭만과 낙마를 모두 경험해본 청년이다. 자유분방한 자아를 원색의 또렷함으로 무장한 앨범 안에 성실하게 투영하고 있는.

정세운의 [24]는 현재 파트 1까지만 공개된 상태라 아직 후반부가 남은 상황. 그러나 당장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정세운의 첫 명함”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정규 앨범의 외형 안에 이전작들의 특징을 모두 담아 더욱 확고해진 스스로의 색깔을 드러낸다. 정세운의 색깔은 WOODZ의 원색과 달리 파스텔 구획의 팬톤 컬러칩을 차례로 늘어놓은 것처럼 은은하게 그라데이션을 펼쳐보인다. 타이틀곡 [Say Yes]에서 타인에게 불만을 털어놓을 때조차 부드럽게 노래를 시작한 정세운은 후반부에 이르러 ‘누가 내게 또 속삭인다면 / 그래 뭐 그래 라고 난 말을 해 / 그런 나의 말투가 너무 나인 걸 / 고갤 끄덕이며 웃는 얼굴도’에서 낯설 정도로 거친 창법을 구사한다. 창법의 변화는 앨범 전체의 온도를 낮췄다 올렸다 반복하면서 정세운이라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청년이 새로운 시각으로 자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을 일깨운다. 하지만 [○ (동그라미)]에서 ‘네게 굴러갈 거야 (중략) 이제 널 동그랗게 안을래’라며 여전히 서정적인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동안 보여준 정세운이란 캐릭터 안에 숨어있던 속내를 하나 더 꺼내보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언제나 그대로다.

# 사랑에 대한 관점

<파랗게>의 뮤직비디오 안에서 조승연은 자신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을 두 개의 자아로 나누고, 사랑에 속고 마는 스스로와 결국 비참해진 결말을 보면서 팝콘을 주워먹고 낄낄거리는 시니컬한 스스로를 모두 드러낸다. ‘Love me harder’라는 곡의 영어 부제처럼, 조승연에게 사랑이란 개념은 거칠고 험하게 다뤄지는 것을 꺼리지 않는 자아의 반영처럼 보인다. 반면에 정세운의 [Say Yes]는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읽히면서도, 동시에 상대가 말을 걸면 언제든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는 사랑스러운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뮤직비디오 속 정세운은 어떤 장면에서도 직설적으로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표출하지 않지만, 환하게 웃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듯하다. <파랗게>와 [Say Yes]를 이어서 본다면 ‘남성 솔로 아티스트’라는 키워드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가장 온화하게, 즉 양극단으로 분화된 두 개의 콘텐츠를 즐기는 셈이 될 것이다.

# 무대 위에서의 모습

WOODZ와 정세운이 무대 위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간을 찌푸리듯 웃으며 스치듯이 하트를 보내는 WOODZ는 원색의 아티스트답게 쿨하다. 잠깐 보면 방금 무엇이 지나갔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쿨하고 날카롭게 스치는 사랑. 반면에 정세운이 전작 [Feeling]을 비롯해 여러 콘텐츠에서 그리는 손가락 하트는 정확하게 하트의 모양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단정하다. 현재 정세운이 출연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 <고막메이트>에서 보여주듯 대부분의 연애사를 듣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모습과도 겹쳐지는 부분. 거의 풀어헤치듯이 뒷머리를 붙이고, 독특한 아이섀도를 바른 WOODZ와 무대 가운데에 서서 산뜻하게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며 웃는 정세운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재미있다. 그래서 WOODZ의 과격함과 정세운의 다정함을 무대로 비교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두 아티스트는 지금 K팝 시장에서 가장 극단을 달리면서 자신의 길을 꿋꿋이 고집하는 남성 솔로 아티스트들이다. 제목에 ‘VS’를 단 것은 그저 돋보이는 두 사람을 얘기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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