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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은 이유

2020.08.12박희아

코로나19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일단은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았다.

‘NCT 127 – 비욘드 디 오리진’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콘서트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를 위한 전문 회사 ‘Beyond LIVE Corporation’을 설립, K팝을 대표하는 양사가 공동으로 글로벌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의 성장을 이끈다.” 지난 4일 화요일,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위와 같은 내용의 메일을 각자 기자들에게 보냈다. 한창 앨범 발매 후 아시아‧미주 등 월드투어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에, 발이 묶인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사들 중 가장 유명한 회사 중 두 곳이 함께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거대한 전 세계적 재해 앞에서 한창 해외에서의 K-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기획사들이 “SM의 콘텐츠 프로듀싱 능력과 네이버의 기술이 만난 시너지에 JYP의 글로벌 네트워크 및 크리에이티브까지 더해져, 글로벌 공동 사업 개발 등을 강화해, ‘Beyond LIVE’를 세계적인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로 성장시킬 전망”이라고 말하며 내부에서 연합하는 쪽을 택했다. 이는 과거 3사로 불리던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중 두 회사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유구한 정치사의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외부의 강력한 적 덕분에 도리에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스케이프 고우트(scapegoat) 현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3사’라는 타이틀로 경쟁이 붙은 이후, 누가 제1의 문화 권력을 쥐느냐로 회사 간, 팬들 간에 암암리에 이어져 온 산업 내부의 파이 싸움에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끼어들어 지도의 모양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여기에 외부의 적이 또 있다. 최근 ‘4사’에 합류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소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등을 자사의 레이블로 편입시켰고, 순식간에 다수의 국가를 통틀어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보이그룹을 세 팀 이상 보유한 국내 유일의 회사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핵심적인 피해를 입은 공연 부문에서 함께 타개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미 재편된 4강 구도에서 적극적으로 패권 싸움의 키를 쥐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방탄소년단 한 팀으로 큰 이득을 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방적인 승리처럼 보였던 전쟁터에 반대파의 연합군이 뛰어든 셈이다.

이 싸움은 아주 쉽게 끝날 수도, 지리멸렬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타개책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싸움의 질과 결과가 모두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싸움의 질이란 곧 콘텐츠의 질이다. 방탄소년단을 출연만 시켜도 저절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다는 이유로 ‘방방콘’ 수준의 콘텐츠 질을 유지하느냐, ‘Beyond LIVE’처럼 새로운 브랜딩과 함께 높여가느냐가 그 핵심이 된다. 반면에 레드벨벳과 트와이스, 엑소와 갓세븐처럼 전혀 다른 콘셉트와 가치관을 천명하는 팀들을 만들어낸 두 회사에서 다양한 상품을 공동 상점에 구비 해놓는 것이 지금보다 다양한 팬들의 소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네이버까지 합세하며 국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공연 중계 플랫폼을 만들어냈지만, 오히려 한 그룹의 팬이 아닌 K팝 자체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의 경향을 활용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큰 소득을 올리며 다시금 싸움의 키를 쥔 존재들로 부상할 수도 있다.

‘온택트’ 시대에도 살아남을 소수의 회사들이 벌이고 있는 새로운 전쟁은 이전보다 더욱 복잡해졌다. 그리고 이 가열찬 전쟁의 끝에서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아니라 다시 서로를 적으로 삼고 있는 K팝 회사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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