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tv

새삼 굉장한 광희의 어록 모음

2020.08.20박희아

광희의 말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악착같고, 한결같고, 친구같다.

유튜브 <네고왕>

# “대세에서 내려와서 내가 할 거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디서 꺼지라고!”

군 입대 전에 MBC <무한도전>의 새 멤버로 거론됐을 당시 광희는 악플들을 보고 무척 억울해했다. “광희가 <무한도전> 새 후보라니까, 댓글에 욕밖에 없더라고요!” 오히려 <무한도전>의 원년 멤버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광희에게 애꿎은 질타가 쏟아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광희는 이 순간조차도 “저도 막 그렇게 (멤버가 되고 싶다고 얘기)하지 않았잖아요. 굳이 얘기하지 않았어요.”라고 새침한 표정으로 응수한다. 이제 광희는 자신이 대세가 아니라 늘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폭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어디서 꺼지라고!” 그렇다. 1등인 적은 없었지만, 그는 늘 한결같았다. 이런 연예인, 또 없다.

# “우리나라 이래서 안되는 거야, 왜 이렇게 편을 갈라대!”

tvN <인생술집>에 출연했던 광희는 “김구라와 신동엽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희철이 “재석이 형하고는 방송을 하고 싶지 않은 거냐”고 물었고, 흥분한 광희는 의도치 않게 일침을 날리게 된다. 그리고는 남긴 말. “결국엔 나 혼자야!” 이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유명 MC들 틈에 스스로 기생하며 꿋꿋하게 버텨왔다는 그에게서 나온 이 마지막 멘트는 의도치 않게 한국 예능 MC들 사이에서 공고한 유착의 끈이 지닌 문제를 적시한다. 누구의 편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 안주해있던 많은 예능인들의 게으름이 들통나버린 순간.

# “점심 때 치킨 어때요? (광희)”
“부담스러워요. (시민)”
“그쵸, 아, 친구였으면 ‘개소리하지마’ 그러는 건데. (광희)”

유튜브에서 새롭게 시작한 <네고왕>에서 광희는 시작부터 끝까지 동분서주하고,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그러나 광희의 방식은 한국말이 서툴다는 점을 활용하면서 불쾌한 언사로 문제가 됐던 <와썹맨>의 박준형, “선을 넘을락 말락 한다”는 전제를 내세워 지나치게 무례하게 군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들어온 <워크맨> 장성규의 것과 꽤 다르다. 광희는 제작진들이나 행인들과 말장난을 치면서도 타인의 행동이나 발언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한다는 김구라나 <아는 형님> 속 MC처럼 남을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광희는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 “어머님 저 광희예요. 왜 성형한 남자 있잖아요.”

“황광희의 본업은?”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시민이 답한다. “연예인!”, “땡!”, “가수!”, “땡!”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자, 정답은 성형인!” 광희가 발랄하게 던진 말은 오랫동안 자신의 성형수술 사실을 가지고 농담거리로 삼아온 서글프기에 더 큰 해학을 주는 문장으로 변한다. <네고왕>에서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토크쇼에서 “잘 나가는 멤버들이 질투난다”면서 솔직하게 자신도 성형을 해서 이 정도로 얼굴이 잘생겨진 것이란 사실을 고백한 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정답은 성형인”이란 광희의 농담이 반 이상 진담이라는 점에서 예능인식 해학이란 얼마나 그 스스로에게 초연해져야 가능한 것인지 알려주는 한 마디다.

# “저는 원래 차분한 사람이고요…….”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그는 유재석과 조세호 앞에서 차분한 사람인 척 연기를 했다. 유재석이 자신을 MBC <놀면 뭐하니?>에 부르지 않았던 것이 섭섭했다는 점을 얘기하며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말했다. “(차분한 척) 그러니까 캐릭터가 약해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광희가 차분한 사람이 아닌 것을 알기에 재미있는 말이지만,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광희의 모습을 보다 보면 오히려 그의 노력을 우스갯소리로 부정하는 타인에게 눈을 흘기게 된다. 이것이 광희의 진짜 재능인 것이다. 타인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내 것을 지키는 방법을 광희는 안다. 그래서 그의 개그가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 “늘 제작진이 나한테 네고해달라 그러는데, 연예인들한테 네고는 너무 짜증나는 말이거든요.”

역시나는 역시나다. <네고왕>의 프롤로그 편에서 출연료를 얘기하는 그의 말은 묘한 쾌감을 안겼다. 이처럼 광희의 말들을 모아보면 궁극적으로 소시민으로 살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공감이야말로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을 광희 자신이 모를지언정, 곧 염원하던 5백 만을 돌파하게 생긴 <네고왕> 첫 번째 에피소드가 증명한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