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튜브 댓글창엔 공감, 재미, 정보를 모두 잡은 댓글이 넘쳐난다. 댓글을 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요한 마케터가 된다.
“어쩌다가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네요…….” 그 밑으로 주르륵 달리는 댓글들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 “님 저와 같으신 듯”, “전 <문명특급>에서 시작했어요”, “어쩌다가 난 여기에”와 같이 각자 오랫동안 유튜브를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그 사이에 30대 주부 A씨도 있다. A씨는 최근에 보이그룹 NCT 127의 멤버 한 명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무대에서 춤추는 영상을 보다가 해당 멤버의 SM Rookies 시절을 거쳐 연습생을 갓 시작한 어린 시절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까지 쭉 훑어볼 수 있었다. 그는 “아이돌을 안 좋아한 지 오래됐는데, 유튜브를 타고 타고 보니 초등학생 시절까지 가더라”고 말했다.
A씨가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댓글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키워드 위주로 다음에 재생할 영상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처음에 <문명특급>을 본 시청자에게는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추천 목록에 올랐다가, K팝 관련 콘텐츠를 추가로 하나만 시청해도 추천 키워드가 훨씬 좁혀진다. 그렇다 보니 같은 그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루트를 거쳐 같은 영상 콘텐츠에서 만난다. 이렇게 추진된 만남은 SNS보다도 직접적이지 않은 성질을 띠지만, 자연스럽게 공통된 관심사에 기반하는 만큼 공격적이기보다는 공감대를 지닌 흥미로운 오락거리로 기능한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 오락거리는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소재가 되기 시작했다. ‘유튜브 재미있는 댓글 모음’ 영상이 수십만 건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이 영상을 통해 재미있는 댓글을 탄생시킨 해당 영상을 보러 사람들은 또다시 알고리즘의 여행길에 합류한다. 이와 같은 댓글 문화를 아예 콘텐츠로 만든 1theK 채널의 <본인등판>과 같은 콘텐츠도 있다. <본인등판>에서는 연예인 본인이 출연해 유튜브를 비롯, 자신과 관련된 온라인상의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피드백을 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터놓는 아이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해진 최근의 K팝 산업 흐름에 댓글 문화를 활용해 기업 입장에서 유용한 콘텐츠로 완성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현재 중요한 마케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댓글이 2차 콘텐츠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제국의아이들이나 비처럼 과거에 내놓은 퍼포먼스를 통해 다시금 조명받기 시작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물론 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동정심과 위로를 위시한 유머라는 점은 기이하지만, 이 기이함이 호의의 바탕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가 발표했던 ‘깡’의 비디오가 다시 음원차트에 등장하고 비는 다시 TV에 등장했다. ‘연기천재 임시완’ 같은 동영상이 연관 동영상으로 뜨면서 “이런 보석이 고생을 많이 했네요” 같은 댓글이 달리고 또다시 임시완, 박형식, 광희의 영상이 이어지며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린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죠?” 처음에는 그저 웃기 위해 보던 콘텐츠에서 멤버들의 개개인의 장점을 알 수 있는 콘텐츠까지 넘어오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온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댓글들의 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획사가 직접 내는 보도자료나 기자들이 쓴 기사보다 ‘아이돌 좋은 수록곡 모음’ 유튜브 영상에 달린 “이 곡도 추천합니다” 댓글에 “저도 이 곡이 최고라고 생각” 같은 답변이 이어지며 말 그대로 ‘영업’의 장이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해당 그룹의 영상 클릭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홍보에 더욱 효과적인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온택트’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들은 꾸준히 이와 같은 댓글의 힘을 받아 자신들이 홍보하는 아이돌이 주가 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형성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것은 변화에 편승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하나의 제재가 필요한 순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기획사에서 새로운 관점을 적용하는 것도, 정부와 국회에서 ‘댓글 실명제’로 열을 올린 과거처럼 제재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피해갈 도리는 없다. 이미 일어난 변화에서 재미를 느끼고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 에디터
-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