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이라는 공백을 깨고 엄청난 스케일의 비행 시뮬레이션이 날아왔다.
“ Code one. You are Cleared to taxi runway 11. Wind 312 at 17 Knot. Cleared for Takeoff!” 다 아는 영어 단어인데도 암호화된 코드 같다. 관제탑의 지시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연습 모드를 생략한 게 문제라는 걸 직감했다. 비행은 자신이 있었다. 다른 전투기 게임에서 수백 대의 적과 교전해 승리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은 달랐다.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당연하게도 비행기가 이륙한 후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조종석 콕핏 대시보드에 달린 수십 개의 버튼을 보면서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만만하게 본 것이 실수였다. 연습 모드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비행의 기초 원리, 조작 기술, 활주로 사용이나 공항으로 접근하는 법, 내비게이션 설정과 항로 유지 등. 비행이란 행위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일련의 과정이었다. 기체를 조종하는 기술뿐 아니라 항로를 찾고, 주변 환경에 대응해야 했다. 며칠간 연습 모드를 플레이한 끝에 졸업 시험에 도전했다. 도움말 없이 30분 거리에 위치한 공항까지 비행하는 미션. 싱글 프로펠러 비행기에 시동을 걸고, 배운 지식을 총동원했다. 관제탑 신호에 따라 정해진 활주로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수십 가지 조작을 순서대로 처리했다. 그러고는 생전 처음 가보는 공항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까지 했다. 성취감이 대단했다. 이렇게 정적인 게임 플레이를 통해 쾌감을 느낀 적은 드물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은 비행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외에도 주목할 특징이 많다. 5억만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육지를 위성사진과 지도 매핑으로 처리해 리얼타임 4K 해상도로 구현한다. 얼마나 디테일한지 지상의 자동차와 동물까지도 보인다. 그뿐인가? 2백만 개가 넘는 도시, 세계 곳곳에 있는 4만 여 개 공항까지 시뮬레이터 안에 들어 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두바이 부르즈 할라파, 스웨덴 로크네 운석 충돌구 같은 전 세계 랜드마크를 직접 날아가 구경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을 고려하면 아주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다는 평가 속에서 출시와 동시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화제의 게임이다. 김태영(게임 칼럼니스트)
- 피쳐 에디터
- 김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