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지금은 2020년인데 갑자기 2000년대 문화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전국 하이틴들 소통의 매개체였던 잡지 편지 ‘와와109’가 펀딩을 통해 부활하더니,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선 ‘05학번 이즈백’ 콘텐츠를 통해 그 시절 선배들의 패션과 문화를 보여준다. Z세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어느새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2000년대 유행템을 80년대생이 신나게 설명해봤다.
패션: 암흑기의 귀환
혹시 ‘2000년대 패션 암흑기 짤’을 본 적 있나? 믿었던 조인성 마저도 어정쩡한 핏으로 실망을 안겨줬던 그 시절, 류승범만이 유일한 승자였던 바로 그 시절. <풀 하우스>에서 송혜교가 입었던 짧은 가디건인 일명 ‘볼레로’가 쇼핑몰에 침투하기 시작했고 반 묶음 머리에 필수였던 집게 핀과 곱창 밴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품이 넉넉한 와이드 팬츠와 조던 운동화, 크롭 니트, 청청 패션, 체크 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댄디 패션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했겠지만 돌아왔다, 그때가.
만남의 장소: 캔모아, 민토
친구들과 만나서 싸이월드에 올릴 인증 사진을 찍으려면 장소 대안은 딱 두 가지다. 캔모아 아니면 민들레 영토. 캔모아는 꽃이 달린 그네와 생크림을 곁들인 토스트를 무한 리필로 먹을 수 있는 생과일 디저트 카페. 여자 친구들끼리 기분 내기 그만이다. 민토는 3시간 동안 음료 무한 리필이 가능해 친구 여럿이 모일 수 있는 스터디 장소로 각광받았다. 특히 민토 알바생들 외모가 준수하다는 입소문 덕분에 알바 경쟁률도 치열했다. 파르페 보다 생크림 토스트가 더 맛있었던 캔모아는 국내에 약 12군데 정도 남아있다고. 민토는 서울에 약 두 군데 정도 영업 중.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궁>
‘2007년 여름, 우리 모두는 커피프린스 1호점에 있었다!’ 최근 방영된 <청춘 다큐- 다시 스물> 덕분에 다시 이 드라마를 떠올리게 됐다. 순정 만화 스토리에 진짜 순정 만화 같은 주인공들이 대거 출연해 언제 봐도 설레는 작품. 공교롭게 윤은혜 주연의 작품인 <궁>도 최근 몰아보기 인기 콘텐츠로 등극해 순정 만화에 진심이었던 2000년대 초반 K-드라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잡지 편지 와와 109, 미스터케이
2020년에 SNS 플랫폼이 있다면 2000년대 초반에는 잡지 편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와와 109, 미스터케이를 꼽을 수 있는데 앞부분은 연예인 기사와 사진이 실린 매거진이고 뒷부분은 가위로 오려서 사용하는 편선지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인기 있는 연예인과 드라마, 가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렌드 레이더로 작용했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사연 코너도 있어 소셜 미디어의 기능도 톡톡히 해냈다. 여권 편지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패키지 디자인 편지지 등에 쓴 편지가 대 유행했던 시절. 최근 와와 109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캐릭터: 카이 홀맨, 마시마로
뿌까나 파워퍼프걸 등 2000년대 초반 인기 캐릭터들을 꼽자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하얗고 동그란 모양새의 카이 홀맨과 마시마로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최근 엑스포 꿈돌이 등의 부활에 힘입어 재기를 노리고 있는 카이 홀맨. 요즘 인스타 계정에서 80바이트 문자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마시마로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핫했던 스킬 자수 캐릭터로, 2000년대 초반의 대표적인 팬시상품 캐릭터.
휴대폰 트렌드: 폰 꾸미기
스마트폰이 아니라 휴대폰이었던 시절, 그때는 폰 무게보다 액세서리 무게가 더 나가야만 핵인싸로 인정을 받았다. 휴대폰 폴더 고리에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이나 피겨, 스티커 등을 활용해 자신의 취향과 디자인 감각을 뽐냈다. 캐릭터 인형 매달 고리 조차 없는 지금의 스마트폰에서는 하려야 할 수가 없는 폰 꾸미기. 똑같은 폰을 사도 커스텀이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의 Z세대에게 갤럭시 플립 폰 꾸미기가 대 유행이었다고. 우리 때 이미 다 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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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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