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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이라는 외계인

2020.11.03박희아

‘이수현이라면 그럴 수 있지 않아?’라는 말이 칭찬이 되는 아티스트.

이수현의 얼굴은 희고 동그랗다. 흰 얼굴에 자리한 작은 눈과 동그란 코, 볼록한 뺨은 이수현의 이미지를 개성있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는 귀여운 이미지를 지닌 소녀가 아니라 “망할 지구를 구할 ALIEN”이다. 대체 지구가 얼마나 엉망으로 망가졌기에 이런 이미지의 여성이 “망할” 소리를 내뱉으며 구해야 하는가. 전염병, 자본주의의 극단에서 지독해진 부의 양극화, 지구 온난화, 물 부족 등 온갖 요소들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이수현은 ‘ALIEN’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거침없이 총을 쏴대며 우리를 위협하는 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데뷔 시절부터 이수현은 오빠와 함께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남매 듀오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펼쳐보였다. 대부분의 곡은 오빠인 이찬혁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지만, 그룹의 이미지를 만들어 온 데에는 소박한 듯 호소력이 강한 목소리를 지닌 이수현의 역할이 컸다. 발랄한 그의 이미지와 재치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 및 라디오 DJ, 개인 유튜브, 이하이와의 듀엣 등에서 빛을 발했고, ‘ALIEN’은 그런 이수현의 음악적 개성부터 예능인으로서의 재능까지 모두 담고 있는 콘텐츠라기에도 손색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콘텐츠로 완성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나에게 “넌 사실 외계인이야”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수현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원래 그가 살던 행성은 커버린 이수현을 담기에 너무 작았고, 이수현은 더 큰 행성인 지구로 오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동화. 하지만 이 이야기가 그저 동화가 아닌 것은 이수현의 지난 시간들이 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담고도 남을 만큼 개성있게 흘러왔다는 점이다. 특히 그가 만든 개인 유튜브를 통해 이수현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은 스스로를 외계인으로 정의한 이수현의 뻔뻔스러운 연기를 유튜브에서 보았던 엉뚱한 그의 면모와 자연스럽게 연결지을 수 있게 한다. 아마도 오빠이자 작가인 이찬혁은 그 지점을 연결하여 이수현만을 위한 곡을 썼을 것이고, 이 곡은 이수현이라는 화자를 통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음원 성적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속이 시원하게 재미난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완성됐을 것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현실과 거짓을 구별짓기 어려운 그 애매모호한 매력을 즐긴다. 이수현은 ‘ALIEN’을 통해 인간 이수현과 외계인 이수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람들로 하여금 ‘어쩌면 정말 이수현은 외계인일 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의심까지도 품게 만든다. 그동안 이수현이 회사를 통해,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온 독특한 이미지가 바로 이 의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수현이라면 그럴 수 있지 않아?’ 단언컨대, 대중의 입에서 나오는 이 칭찬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다. 외계인은 외계인의 것을 하게 마련이니까.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YG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