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할 정도로 다정하고 매력과 재능이 넘쳐나는 숀 멘데스도 사실 불완전하고 허점투성이 남자다. 시샘하는 게 아니라 그가 먼저 고백했다.
숀 멘데스는 깨달음을 얻은 현자 같았다. 주변을 에워싼 많은 것이 새롭게 느껴지고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몹시 궁금한 게 있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커리어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이다. 잠시 멈칫한 멘데스는 “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라고 중얼거렸다. 그가 대화 중간에 머뭇거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무슨 의중인지 이해해요. 대중과의 소통은 음악을 시작하기 전부터 큰 관심사였거든요.” 오디션 프로그램 <더 엑스 팩터>는 해리 스타일스를 발굴했고, 아리아나 그란데의 트레이닝 캠프는 케이블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이었으며, 마일리 사이러스와 대중의 접점은 뮤지컬 시트콤 <한나 몬타나>였다. 멘데스를 우리에게 인도해준 건 동영상 공유 SNS 바인이다. 2013년 그가 이곳에 선보인 저스틴 비버의 커버곡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 6초짜리 노래 영상은 그를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게 만들었다. 이윽고 아일랜드의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었고 데뷔 전 이미 1백만 명의 팬이 캐나다 출신의 열다섯 살 소년을 응원했다.
올해 멘데스는 스물세 살이 됐다. 그러는 사이 가수와 작곡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는 달콤했다. 2015년 첫 정규 앨범 <Handwritten>으로 빌보드 차트 1위 최연소 아티스트 타이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정규 앨범도 차트 정상에 오르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싱글 음반은 1억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테일러 스위프트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도 섰고,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런던 O2 아레나에서 가진 콘서트는 매진을 기록했다. 그가 모델로 나선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광고 역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누가 봐도 그는 젊고 아름답고 풋풋한 음유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의 기원은 스스로에게 복잡한 정체성을 부여한다.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인 멘데스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상냥하고 올바른 언행과 친근함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2020년이 되자 새로운 장이 열린 것처럼 무언가가 그를 바꿔놓았다. 멘데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자전적인 다큐멘터리 <Shawn Mendes: In Wonder>에서 “완벽함과 불안전함에 대한 용기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완벽한 삶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진실을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한때 귀엽게 곱슬곱슬하던 멘데스의 머리는 어깨에 닿아 굽이치는 보헤미안 스타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탓에 ‘집콕’을 했던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멘데스는 텅 빈 시간을 우두커니 혼자 보내지 않았다. 여자친구 카밀라 카베요의 가족과 마이애미에 머물렀다. 벽면에는 기타들이 늘어서 있고 반려견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집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셀카를 벗 삼아 월드 투어를 하며 세계 곳곳의 호텔을 전전하던 그의 궤도에 제동을 걸었다.
멘데스는 3개월간 카베요의 가족과 지내는 동안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상과 덜컥 사랑에 빠졌다. 저녁 식사 준비하기, 설거지를 마친 후 거실에 모여 영화 보기, 빨래 당번이 되기 같은 것. 끔찍하게 평범하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호텔에서는 빨래를 할 필요가 없거든요. 한번은 세탁실에 풍기는 포근한 내음에 끌려 벽에 기대앉아 빨래가 다 될 때까지 머물러 있기도 했어요. 마치 열 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가 씩 웃었다.
마이애미 생활은 최근 선보인 네 번째 정규 앨범 <Wonder>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년 만에 선보인 정규 앨범은 자기 고백적인 성향이 짙다. 이전 앨범보다 훨씬 감정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고 치열했던 삶에 대한 명상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수록곡은 마이애미에서 만들었다. 2018년에 선보인 ‘Lost In Japan’에서 짐작되듯 멘데스의 음악에는 이방인의 감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Call My Friends’에서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야지. 엄청 즐길 거야. 내게 휴가가 필요해”라고 노래하며 토론토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을 떠올린다. ‘Dream’을 통해 “빨리 집에 가고 싶어”라고 외치며, ‘Song For No One’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에게 문자를 받은 후 “술에서 깨 휴대폰을 확인해 난 혼자야”라고 말한다. 가장 일상적인 환경에서 만든 앨범이지만 그가 몰두했던 스스로에 대한 고찰과 인생에 대한 질문이 얼마나 넓고 깊이 있는지 보여준다. “토론토에 있는 친구들은 저보다 자유분방하게 지내고 흥청망청 파티를 벌이기도 해요. 가끔 그런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복잡해요.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요.”
이런 부정적인 태도는 우리가 아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결핍이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도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은 멘데스의 모습은 아니다. 정작 그는 대중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불안함의 지배를 받았다. “지난 몇 년간 바르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실수를 하면 안 되고 논란을 일으키는 발언은 물론,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으려 했어요. 그게 제 강점이자 사람들이 저한테 기대하는 모습이라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그런 완전함만이 저를 여기까지 이끈 건 아니었어요. 단지 저의 일부일 뿐이었죠.” 멘데스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병적으로 애쓰는 건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완벽함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스스로에게도 확신에 찬 말을 건넨다. “너는 너의 목소리도, 너의 노래도 아니야. 그냥 너 자신이고 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널 사랑하는 거야.”
한때 멘데스는 하루에 잠을 3시간만 잤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을 갉아먹었다. “남들보다 2시간 더 일찍 일어나 운동을 했어요. 몸 상태를 완벽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팬들을 잃게 될 거라는 불안감이 컸거든요.” 그런 노력 끝에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캠페인의 모델이 되기도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위안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운동으로 다져진 육체 사이에서 부질없는
줄다리기를 했던 그는 명상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놓은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잊고 있던 일기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너 자신을 사랑해. 걱정 마. 난 네 편이야”라며 스스로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카베요의 존재야말로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조력자와 ‘롤 모델’로서 그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카밀라는 자신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관심에 연연하지 않아요.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알고 아니다 싶은 건 흘려보내죠. 그런 자존감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의 관점을 바꿨고 제 삶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근육을 키우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는 것보다 몇 시간 더 자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팬데믹 상황이 뜻하지 않게 도움이 됐다. 팬들을 만날 수 없는 건 무척 안타깝지만 전형적인 팝스타의 사이클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모처럼 가졌다. 고민과 사유의 시간은 음악적인 관점으로도 이어졌다. 멘데스는 정규 앨범을 구상하면서 카베요에게 의견을 물었다.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를 들려주고 그녀의 반응에 귀를 기울였다. 멘데스는 쑥스러운 기색 없이 그녀를 통해 응원과 격려 이상의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완벽한 상태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어요. 약점이나 부족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드는 동안 아이디어가 바보 같거나 좋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아주 많아요. 실제로도 그래요. 몇 주 동안 진짜 이상하게 들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원하는 모든 것이 채워져요.”
대중의 반응에 종속되어 있던 기존의 작업 방식도 버렸다. 초기 앨범은 자기 만족이나 예술적 성취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였다고 멘데스는 털어놨다. “아티스트에게 가장 안 좋은 작업 방식인 거죠. 더구나 대중의 취향을 잣대로 창작을 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에요.” 그런 변화는 앨범 <Wonder> 전반에 걸쳐 감지된다. 멘데스는 개인적으로, 음악적으로 단단하고 성숙해졌다. 그 변화는 커리어에서 손에 꼽을 만큼 탁월하며 매우 유혹적이다. 멘데스는 취약성이 완벽함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 그대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누군가가 된다는 건 끔찍해요. 저는 정체성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여러분 앞에 그냥 저 자신으로 서 있을 거예요.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도 그의 성숙해진 사고방식이 잘 드러난다. 물론 성공과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사람의 이런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단어다. 그는 ‘슈퍼스타가 되어 마침내 행복해졌다’는 식의 해피 엔딩을 꿈꾸지 않는다. “제가 바라는 행복은 계속 음악을 하는 거예요. 예술과 음악, 저는 이게 좋아요.”
멘데스는 크나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일거수일투족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SNS 피드에 오르내리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앨리샤 키스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유명 스타라는 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시받는 것을 뜻해요. 늘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죠. 게다가 SNS의 영향력이 더욱 강력한 형태의 부담을 조장하고 있어요”라며 크게 공감했다. 스타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SNS를 통해 관찰 당하고 그걸 알면서도 좋은 인상을 남기려 고군분투하는 시대이니, 어쩌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멘데스는 자신이 완벽하지 못해도, 깨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팬들이 괜찮다고 말하며 응원해주길 바란다. 또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 프로페셔널하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좇는 대신 취약성의 용기를 갖고 본연의 모습 안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으라고 독려한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붙들려 있던 불안을 떨치고 더 나아질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한 그걸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그랬듯이 누구나 이뤄낼 수 있거든요.” 인류에 닥친 범지구적 위기 상황이 종식되고 피폐해진 일상이 치유되기까지 큰 인내심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사이 멘데스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나약하고 모자란 부분을 캐낼 생각이다. 그런 태도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면서 말이다. 우선 수년간 고되게 쌓아온 완벽한 이미지부터 깨야 할 것이다. 멘데스는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가 지금처럼 새롭고 뚜렷한 적이 있었을까? “그런 솔직함이 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관하지 않아요.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사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마음을 열고 드러내려면 대담함과 용기가 필요해요. 인간적으로 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 Writer
- David Levesley
- Stylist
- Tiffany Briseno
- Photographer
- Shane McCauley
- Production
- Oui Productions
- Grooming
- Anna Bernabe
- Tailoring
- Kristin Don
- Photography Assistant
- Andrew Arboleda
- Styling Assistant
- Lyn Ho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