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게 성장이란

2021.02.25박희아

유니버셜뮤직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빅히트가 팔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2021년 2월 18일,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니버셜뮤직그룹과의 전략적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윤석준 빅히트 CEO는 “유니버셜뮤직그룹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고, 방시혁 프로듀서는 “음악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유니버셜 소속 아티스트들도 합류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할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라는 윤석준 CEO의 말은 현재의 서구 팝 시장을 향한 매우 공격적인 선언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온갖 해외 매체에서 비틀스와 방탄소년단을 견주기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릴 때, 고작 3~4년 사이에 1964년의 비틀스는 2013년에 데뷔한 방탄소년단과 비견된 후 다시 아름다운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00년대로 넘어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와 같은 영향력을 지닌 그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방탄소년단 이후에 그들이 가진, 혹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보이그룹을 만들어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흥미로운 점은 비틀스의 부상과 함께 미국에서 터틀스와 같은 그룹이 성장하면서 일종의 반격이 일었던 것과 달리, 서구의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기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팬덤을 타깃으로 한 세일즈의 방식을 넘어서서 전세계적으로 K팝 산업의 시스템과 그에 따르는 이슈를 모두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서구권에서 K팝의 부상을 경계하던 사람들에게 결국은 오디션, 연습생 시스템의 유용성을 보란 듯이 내세우게 됐다. 이 시스템의 명과 암은 뒤로 하고 결과적으로 자본을 불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전세계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라면,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팝 역사상 놀라운 결실을 이뤄낸 2021년 2월 18일을 상징적인 날로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유니버셜뮤직그룹이 만들게 될 보이그룹으로 인해 세계 음악 시장은 록, 펑크, 디스코, 일렉트로니카, 힙합, 댄스, 발라드 등 온갖 정체성이 혼합된 K팝이 음악사의 한 장에 기록되는 일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비틀스부터 롤링 스톤스, 시카고 블루스, 베리 고디, 데이비드 보위, 섹스 피스톨스, 마이클 잭슨, 프린스, 마돈나, 펫 샵 보이스, 우 탱 클랜, 머라이어 캐리, 엔싱크,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위켄드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음악가들의 스타일을 흡수해 한 곡 한 곡이 탄생하는 게 바로 K팝이다. “장르적 경계는 모호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음악”이라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주를 이루는 K팝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부상과 함께 더 많은 세계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성장은 결코 국위선양이나 한국의 특정 엔터테인먼트사의 세계 진출에 머물지 않는다. 견고하게 지켜져 왔던 국내외 음악 시장의 질서 자체를 흔들며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드디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왔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