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둘 수 없는 매력, 기어코 드러낸 존재감.
MINI 3door Hatch
쇼핑백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미니 3도어가 만약 사람이었다면, 호기심 많고 통통 튀는 젊은 캐릭터에 가깝지 않을까. 모델에 관계없이 미니를 보고 떠올리는 대부분의 이미지가 이와 비슷하다면, 그건 아마 미니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과 둥근 실루엣, 산뜻한 컬러감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가장 잘 집약해낸 모델이 여기, 3도어 해치백 칠리 레드다. 낮고 빠르게 달리는 재미가 미니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퍼포먼스라면, 3도어 해치백은 미니 퍼포먼스의 정석을 느껴볼 수 있는 모델이다. ‘좋은 차’를 이야기할 때 저마다 다른 기준이 존재하지만, 미니는 예외다. 미니만의 방법으로 구현해낸 이미지와 퍼포먼스는 그 자체가 설득력 있는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MERCEDES BENZ G63
울림통 커다란 드럼을 사정없이 두드리면 G63의 엔진음과 비슷할까? 생김도 어느 하나 둥근 구석 없이 크고 지배적인데, 엔진 소리마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한계 끝에 서서 들썩인다. 그런 G63의 매력은 단연 V8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괴물 같은 출력에 있다. 그르렁대는 엔진 소리를 듣고 있으면, 당장 어디 무명고지에라도 올려다 두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니까. 그곳에서 거칠게 몰아붙이며 오르고 달리다 보면, G63의 엔진은 그제야 만족한 듯 잠잠하고 차분해질까.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컨트롤해내는 역량이 곧 최고의 성능이라면, G63은 단연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다. 레이싱 트랙부터 오프로드까지. 이렇게 모두를 오갈 수 있는 모델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PEUGEOT e2008
전기차라면 온통 블루 컬러를 둘러대는 선택이 융통성 없어 보이는 요즘이지만, 푸조는 좀 예외로 두고 싶다. 사자의 발톱을 연상케 하는 선 굵은 헤드라이트와 파란색 보닛이 유독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뒤로 이어질수록 유선형으로 낮게 떨어지는, 짧은 오버행 구간의 투톤이 주는 조화가 제법 세련됐으니까. 아마도 푸조는 기존 2008에 100킬로와트 전기 엔진을 새로 이식하면서 커다란 기술적 변화를 드러내기보다는 개선 정도의 의미를 슬쩍 부여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2008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e2008의 실루엣을 바라볼수록 앞으로 푸조가 지키고, 다듬어가고 싶은 영역은 어쩌면 디자인적 영역이 아닐는지, 푸조의 다음 전기차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
TESLA Model Y
테슬라의 등장은 미래였다. 테슬라의 새 모델들이 출시될 때마다 미래는 가까워졌고, 모델 Y는 이제 미래로 불리는 기술들을 가로질러 가장 빠른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모델 Y의 압도적인 기세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몇몇의 수치로 쉽게 이해되는데, 1회 충전으로 505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고, 단 15분 충전으로 27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지금의 기술에서 가장 완전한 능력을 간명하게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는 다시 모든 전기차의 기준이 돼서 견주고 겨뤄지지만 결국 넘어선 경쟁자는 없다. 그래서 ‘이만하면 괜찮다’는 위로 혹은 평가는 아직은 테슬라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유일무이. 테슬라는 현재 비교 우위가 아닌 압도적 우위에 우뚝 존재하니까.
- 에디터
- 신기호
- 포토그래퍼
- 김래영